[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신문 부수 인증기관 한국ABC협회가 내부 폭로로 인증 부수 신뢰성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주요 회원사인 중앙일보가 이례적으로 ABC협회를 직격했다.

중앙일보는 ABC협회 부수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온라인상에서의 신문 소비를 합산하는 통합지수 도입을 제시했다. 2017년 ABC제도 시행 이래 처음으로 유료부수 2위를 동아일보에 내준 중앙일보는 최근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ABC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신문 유료부수 공사 결과는 신문 광고 단가에 영향을 미친다.

중앙일보 11월 11일 <"ABC협회, 의도적 신문 부수 왜곡 조사해달라" 내부폭로>

중앙일보는 지난 11일, 미디어오늘 10일자 <[단독]ABC협회 내부폭로 "현실에 없는 유료부수 버젓이 발표"> 기사를 인용한 <"ABC협회, 의도적 신문 부수 왜곡 조사해달라" 내부폭로>기사를 온라인 지면에 게재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ABC협회 내부 관계자들은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에 "지난 5년간 ABC협회 일간신문 공사결과는 신뢰성을 잃었고 공사과정은 불투명해 구성원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태"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미디어오늘은 일부 종합일간지의 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유가율)이 90%를 상회한다는 ABC협회 공사 결과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업계 반응을 전했다, “ABC협회가 내놓은 조선일보 유료부수에서 30만 부 정도는 빠진다고 봐야 한다. 업계에서 동아일보가 유료부수 2등으로 올라갈 때 ABC협회에서 계획적으로 (공사를) 나간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가진 적도 있다”(전국종합일간지 서울지역 신문지국장), “ABC협회가 아무리 신문사 회비로 운영되더라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치다. 지국에 들어오는 신문의 최소 3분의1은 파지다” (전국종합일간지 경기도지역 신문지국장), “불가능한 수치다. 유가율은 80%대가 현실적인 최대치다. ABC협회의 조사결과가 광고주들 사이에서 지표의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광고업계 관계자) 등이다.

중앙일보는 26일 신문 12면 한 면을 털어 <ABC협회 엉터리 부수 인증…"신문·디지털 통합지수 도입을"> 기획보도를 내놨다. 중앙일보는 "ABC협회의 일간지 부수 공사 결과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공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내부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ABC협회 안팎의 비판 목소리를 전했다.

중앙일보 보도에서 서울 은평구의 한 지국 대표는 "공사원이 와서 컴퓨터를 열어보고 수금 여부를 살펴보는데 30분~1시간이면 끝난다. 심지어 가상의 독자를 만들어 그 돈을 입금하면 본사에서 돈을 넣어주는 신문사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BC협회 이사로 인증위원회에 참여하는 곽혁 광고주협회 상무는 "지금의 인증 시스템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독자명부, 수금내역 등 유료부수 산정 기준이나 근거를 검증할 방법이 전혀 없다"면서 "표본 지국 선정에 대한 정보도 없어 특정 매체에 우호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양적인 평가만으로 이뤄지는 부수 인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신문·디지털 통합지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덧붙였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기존 TV시청률 조사에 스마트폰이나 IPTV 등의 시청률을 합산, 통합시청률을 산정하는 것처럼 신문도 종이신문 구독율과 온라인에서의 소비를 합산하는 형태의 측정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혁 광고주협회 상무는 "이미 미국에선 오프라인 부수와 온라인 페이지뷰를 함께 산정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이사회 차원에서 ABC협회 지도부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11월 26일 기획 12면

지난 20년간 중앙일보가 ABC협회를 직격하고 나선 것은 2014년 ABC협회가 한국신문협회 몫으로 선출된 김형택 ABC협회 감사의 감사집행을 거부해 신문협회가 반발했던 사건을 보도했던 것이 전부다.

ABC협회 유료부수 발표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중앙일보가 이례적 비판에 나선 배경에는 온라인상에서의 중앙일보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12일 기자협회보는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네이버 '많이 본 뉴스' 내 6개 카테고리 각 분야 30위에 든 뉴스를 수집해 분석, 조회수(PV, 페이지뷰)를 기준으로 나타난 각 언론사의 점유율을 보도했다. 그 결과 중앙일보의 점유율은 19.89%로 압도적이었다. 중앙일보는 이를 <'디지털 혁신' 중앙일보,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점유율 1위>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017년 ABC 제도 시행(2010년) 이래 처음으로 유료부수 2위 자리를 동아일보에게 내줬다. 당시 중앙일보는 상대적으로 유료부수 감소 비율이 가장 크게 나타나 2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이후 동아일보가 4년 연속 유료부수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ABC협회 유료부수 순위에서 밀려나고, 온라인상에서의 영향력을 확인한 중앙일보가 ABC협회 인증 부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앙일보의 온라인 상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자협회보의 관련 기사 제목은 <네이버 뉴스 '여론 독과점'… 정치 편향보다 더 큰 문제는 '저질화'>, <네이버 독식 '중·조·연'... 디지털 뉴스 승자일까>, <'저질 뉴스' 넘쳐나도… 네이버 순위권에만 들면 성공?> 등이다.

기자협회보는 18일 <[우리의 주장] 포털 종속된 저널리즘… 괴물 되진 말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언론사들은 승자가 된 느낌을 받을 만도 하다. 일부 언론사는 기자협회보를 인용해 자화자찬성 보도까지 했다. 하지만 이렇게 기뻐할 일일까"라고 했다.

중앙일보 11월 11일 <'디지털 혁신' 중앙일보,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점유율 1위>

기자협회보는 "네이버에서 많이 소비된 뉴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뻐할 일은커녕 부끄러워할 상황"이라며 "네이버 ‘많이 본 뉴스’의 상위 목록은 이른바 ‘나쁜 보도’로 여겨지는 뉴스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의 점유율을 높여준 기사들에는 <백악관 마비시킨 힉스, 트럼프 수양딸 불리는 모델출신 88년생>, <마이크 켜진줄 모르고 CGV에 울려퍼진 말 “오타쿠들 징그러”> 등 가십성이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뉴스들이 포함돼 있다.

기자협회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포털에서 조회 수는 언론사의 광고 수익과 직결되므로, 수익을 늘리고자 클릭을 유도하는 선정적 기사를 쓰는 것"이라며 "단순 조회 수에 기초하는 포털-언론 간의 보상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조회 수가 아닌 열독률·공유횟수 등을 토대로, 더 좋은 뉴스에 더 높은 보상이 제공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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