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이킥3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중 박하선의 연기 변신은 정말 놀랍습니다. 사극에서 단아하고 기품 있는 연기만 봤는데요, 시트콤 '하이킥3'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허당'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허당'은 이승기가 '1박2일'에서 잡았던 초창기 캐릭터죠. 뭔가 눈치가 없지만 주어진 일은 정말 열심히 하기 때문에 권모술수가 판치는 멤버들의 복불복에서 이승기의 허당짓이 빛났습니다. '하이킥3'에서 박하선의 허당짓은 '1박2일'의 이승기를 보는 듯합니다. 어리숙하고 착해 빠져서 남의 부탁은 절대 거절 못하고 오버스럽게 도와주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하는 여자 허당이 아닐까 싶네요.

박하선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사정인지 사촌동생 김지원 집에서 살고 있는데요, 왜 박하선이 지원이와 함께 살고 있는지 어제 그 이유가 밝혀졌죠. 김지원은 어릴 때 부모를 잃어버렸는데, 부모 없이 혼자 지내는 지원이가 딱해서 같이 지내게 된 듯합니다. 박하선은 워낙에 사람을 잘 믿어 낭패를 당하기 일쑨데요, 원어민 교사 줄리엔 강의 방을 구해주려다 아내가 말기암에 걸렸다는 아저씨의 슬픈 얘기를 듣고 부동산 사기를 당해 계약금을 몽땅 날리고 말았죠. 사기를 당한 게 뻔한데도 끝까지 사기범에게 문자를 보내 애걸복걸하다가 마지막 보낸 문자에 빵 터졌습니다. '당신을 믿은 내가 바보였다. 당신은 정말 개새...'라고 해서 나온 별명이 '개새하선'입니다.

5회에서도 박하선의 허당짓은 계속됐습다. 방세가 밀려 고시원에서 쫓겨난 하선의 학교 후배 백진희. 그녀는 알바한 곳에 전화를 걸어 밀린 알바비를 달라고 독촉해보지만 받을 돈은 받지 못하고 고시원에 낼 돈은 내지 못하는 청년 백조죠. 그녀가 믿을 곳은 학교 선배 하선밖에 없어요. 그래서 하루만 신세를 지겠다며 하선집으로 왔습니다. 박하선도 지원집에서 얹혀사는 처지라 내 코가 석자지만, 착한 하선이 진희를 마다할 리 없잖아요. 하루만 있겠다고 한 백진희, 다음 날 가야 하지만 갈 곳이 없습니다. 하선과 지원이 올 시간이 되자, 자는 척 하며 또 하루를 하선집에서 버티려 하는데요, 하선은 줄리엔 강이 오기 때문에 더 이상은 어렵다며 미안한 듯이 얘기하죠. 마치 빚진 사람이 돈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결국 다음 날, 백진희는 하선집을 다시 나섭니다. 백진희는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겠죠. 선배 하선이 '더 있다 가라'며 잡아주길 바라지만, 하선은 진희에게 '웃는 모습이 더 예쁘다'며 웃으라는 속 모르는 소리를 해댑니다. 진희는 고시원에 가서 총무방에라도 잠시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고시원 주인은 진희에게 소금까지 뿌려대며 쫓아냅니다. 참 야박한 세상이네요. 갈 곳이 없는 백진희가 찾은 곳은 지하철 노숙터. 그러나 여기도 이미 주인이 따로 있네요. 백진희가 지낼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백진희는 할 수 없이 다시 하선 집으로 왔죠. 진희는 며칠만 더 있게 해달라, 있는 듯 없는 듯 투명인간처럼 지내겠다며 하선에게 또 간절하게 부탁을 하는데요, 하선이 어찌 거절하겠어요? 백진희는 하선네 집에서 밥 먹을 때나 TV를 볼 때 정말 눈에 띄지 않는 투명인간처럼 지냈어요. 웃기지만 슬픈 현실이죠. 이렇게 해서 백진희는 줄리엔 강과 함께 하선네 가족처럼 살면서 시트콤이 전개될 듯합니다.

박하선은 오지랖이 좀 넓습니다. 줄리엔 강이 학교로 오자, 방을 구해주겠다고 나서다가 사기를 당해 계약금을 날린 거잖아요. 그냥 가만히 있었다면 부동산 사기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계약금을 날리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교감샘이 아직도 방을 구하지 못했느냐고 하자 하선은 얼떨결에 방을 구했다고 거짓말을 해버렸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줄리엔 강이 하선네 집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박하선네 가족 구성이 끝났는데요, 빚쟁이들의 독촉에 시달리던 안내상 가족이 6.25때 파놓은 땅굴을 파다가 하선네 화장실 변기를 뚫고 나왔습니다. 땅굴을 매개체로 안내상과 박하선 두 가족이 연결된 것입니다. 이 땅굴의 의미는 이웃 간의 단절이 아니라 소통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앞으로 이 땅굴을 통로로 해서 두 가족 간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박하선은 지난주 전화를 받다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는 바람에 '꽈당 하선'이란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요, 이건 아닌 듯싶어요. 이미 '하이킥1'때 '꽈당 민정'이 나왔기 때문에 박하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는 여자 허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보인 모습은 어리숙하지만 착한 허당 모습입니다. 박하선이 사극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너무 달라 그녀의 허당짓이 더 재미와 웃음을 주기 때문입니다. 박하선의 허당짓은 회를 거듭할수록 '하이킥3'의 최고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블로그 http://fiancee.tistory.com 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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