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돌아왔다. 무대를 선보이자마자 아주 난리가 났다. 하이노트 고음 처리는 오히려 하나의 이벤트고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 자체에 압도되는 팬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이 나이 좀 먹은 언니들은 현재 그 어떤 여가수보다도 강력한 느낌을 주며 다른 여가수들을 특히 여그룹들을 마치 학예회하는 아이들처럼 만들어버리고 있다. 이들의 이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1. 가창력

브라운 아이드 걸스라는 이름에서부터 알아봤어야 한다. 실제 이들이 처음 가요계에 데뷔했을 때, 이들은 '브라운 아이즈'와 같은 보컬그룹을 추구하고 있었다. 브라운 아이즈라고 하면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그룹이라고 볼 수 있었다. 방송활동 한 번 하지 않고 앨범을 수십만 장이나 팔아 치우던 그들이다. 맴버가 윤건과 나얼이란 것을 안다면 '브라운 아이즈'가 가지고 있는 이름의 상징성을 누구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실제 브라운 아이즈와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단지 그들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이유는 그와 같은 '보컬'그룹을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즉, 처음부터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가창력' 위주의 그룹이었다. 그들이 대중적 인기를 크게 얻은 계기가 예능이었기 때문에, 대중 사이에서 그들의 가창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일 뿐이었다.

따라서 현재 식스센스 무대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가창력을 보고 브아걸의 오랜 팬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그들은 가창력을 이제사 제대로 뽐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들의 가창력에는 '연륜'이 담겨 있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세월이 주는 무게라는 것은 별개다. 이것은 분명 기존 아이돌이 범접할 수 없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만의 힘이다.

2. 노래

2009년 최고의 노래를 뽑으라면 주저 없이 아브라카다브라를 지목할 수 있다. 단순한 댄스곡으로 보기에는 안에 사용된 악기 구성과 진행이 너무나 세련되었던 이 곡의 작곡가가 바로 이민수이다. 그리고 그 작곡가가 바로 식스센스의 작곡가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식스센스는 온갖소리가 미칠 듯이 뚫고 나와 서로 싸우는데 이 지점을 보컬이 뚫고 들어와 다 제압하는 구성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노래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것은 분명 맴버들의 가창력 덕분이지만 온갖소리를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배치한 작곡가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한마디로 노래 자체가 좋다. 아브라카다브라 때도 그랬던 것처럼 흔히 유행하는 후크송이나 쉬운 맬로디의 리듬을 탈피하고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냈다. 노래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중과의 접점을 놓치는 않는 것은 작곡가의 역량일 수밖에 없다.

또한 작사가 김이나 씨의 노랫말 또한 훌륭하다. 적절한 운율이 살아있고, 가사는 노골적이지만 가볍지 않다. 특히 '그렇지!'와 'Gracias'같은 운율은 귀를 사로잡기에 훌륭하다. 부를 사람이 누구인지, 이들에게 어떤 가사가 가장 걸맞을 지가 명확하게 계산된 훌륭한 가사가 아닐 수 없다.

이 곡뿐만 아니라 다른 곡들 또한 마찬가지다. 가볍지 않고 무게감이 있지만 대중적 지향점을 놓지 않는다. 즉,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음악성을 추구하면서 대중과의 끈을 절대 끊지 않는다. 이것이 이들이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는 이유일 것이다.

3. 카리스마

핵심은 이거다. 결국 카리스마이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기'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 '아우라'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카리스마는 이미 아브라카다브라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화제가 됐던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춤'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많은 연예인들이 따라췄음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날 이상의 느낌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카리스마다.

이건 마치 엄정화의 무대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한 파워를 가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건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한다. 소녀시대가 식스센스의 무대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소녀시대는 매력적인 무대를 선보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브아걸과 같은 농밀하고 진한 느낌을 주진 못할 것이 분명하다. 소녀시대 특유의 군무와 매력은 살아있겠지만 '브아걸'이 지닌 언니돌 혹은 성인돌의 카리스마를 발휘하기에는 쉽지 못할 것이다. 항상 좋은 무대를 꾸미는 것으로 유명한 2ne1이 식스센스 무대를 꾸민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들 또한 굉장한 퍼포먼스를 하겠지만 언니들의 진함을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이건 그냥 '브라운 아이드 걸스'만의 색깔이자 그녀들만의 카리스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을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부른다면 어떨까? 머릿속에 파박하고 훨씬 진하고 농밀한 브아걸스타일의 무대가 상상될 것이다. 그것이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고 기고 다른 말로 하면 카리스마다.

그런 점에서 '걸그룹'세계의 정점에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과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가창력이며 카리스마이며 무게감이며 그리고 음악성이며, 게다가 나이까지 어느 하나 동생들에게 귀감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큰 인기를 얻은 것일 뿐, 확실히 이들은 걸그룹 계보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걸그룹'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조금 조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쨌든, 맴버들 스스로도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고 하는 이번 앨범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확실히 고무적이다. 새로운 사운드, 새로운 컨셉을 들고 나와 가요계의 추세를 반걸음 정도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중의 귀는 호강하게 된다. 이미 걸그룹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머쓱하지만 성인돌로서 부끄럽지 않은 이들의 등장을 다시 한 번 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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