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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shift] 사회의 엑스레이 코로나, 숫자가 아닌 존재에의 확인이 필요해[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11.25 12:53

[미디어스=이정희] 지난 2015년, 메르스에 감염된 마지막 환자가 사망하자 언론은 앞다투어 '메르스 종식'을 보도했다. 후에 유족은 당시 상황에 대해 '마치 온 사회가 남편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 그로부터 5년, 이제 우리 사회는 다시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우리 사회는 그 과정에서 '전사'한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tvN shift- 1편 코로나 재난의 불평등> 예고편을 방영하던 11월 17일에 NO.는 480이었다. 그리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숫자가 510으로 늘어났다. 우리가 늘어나는 숫자에 불안에 떠는 이 순간, 그 숫자는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혹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숫자가 지닌 사회적, 계급적 불평등에 대해 눈감고 있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코로나'라는 이유만으로, 한때는 우리와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았던 이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기회를 잃고 있는 건 아닌가? 배우 안내상과 연세대 상담코칭학 권수영 교수가 추모의 길에 함께한다. 

코로나 유족, 죽음 뒤의 이야기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1회 ‘NO. 510 코로나 재난의 불평등’ 편

그는 NO. 89 사망자이다. 500여 명에 이르는 코로나 사망자 중 193명이 대구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중 한 사람이다. 65세,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망자가 되기에는 이른 나이였다. 열이 나 병원에 가려 했지만 환자가 많아 여의치 않아 집에서 보낸 이틀, 몇 번의 검사 후 실려 갔다. 

61세의 아내. 남편은 ‘미안하다, 버텨달라’며 우는 아내와 아들에게 울지말라 당부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했다.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 감염병 환자의 경우 평범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24시간 내 화장하는 '처리' 대상이었다. 2개의 유리창 너머로 겨우 마주한 남편의 시신, 감염 우려로 남편의 유품인 휴대폰과 지갑은 태워졌다. 그 후로 7개월, '저 집 신랑이 코로나로 죽었다'는 수군거림이 들리는 것 같아 밖에도 나갈 수 없었단다. 누구를 원망하겠나, 원망한들 무엇하겠냐던 아내는 언제 끝나나만 관심 있는 세상이 야속하다.

슬픔을 나누는 고별의식 같은 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관조차 못 만지게 하는 상황, 염은커녕 평상복 그대로 시신 팩에 담겨 관에 넣어졌다. 위로는커녕 아버지가, 어머니가 코로나로 돌아가셨다고 드러내 말할 수조차 없는 세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이러스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존재가 되었고, 더 살고 싶었던 평범한 삶은 그저 빨리 치워버려 할 '대상'이 되었다. 

결과는 공평치 않다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1회 ‘NO. 510 코로나 재난의 불평등’ 편

코로나로 인한 노년층의 사망률이 전체 사망자의 94%에 이른다. 노인은 호흡기 감염병 자체에 취약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면역에 주된 역할을 하는 T세포 수가 줄고 기능도 떨어져 감염에 무방비해진다. 특히 남성 호르몬이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 남성 호르몬이 저하되기에 노령층 남성 사망자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사망자들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죽음에 이른다. 폐로부터 시작된 바이러스의 공격이 주요 장기에 이르러서이다. 신장과 심장이 나쁘면 바로 다발성 장기부전에 이른다. 노화와 함께 떨어진 기능은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버티기 힘들다. 

하지만 노년을 괴롭히는 건 그저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추석 당일, 서울의 한 무료 노인급식소에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지난 2월부터 급식 대신 주먹밥을 나눠주는 형편이지만, 한 끼의 호구지책에 거리두기가 무색하다. 허기진 배, 의지할 곳, 기댈 곳 없는 노인들은 그래서 더욱 코로나에 '취약층'이 된다. 

청년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당당하다. 그들의 신체적 상황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2, 30대 과반수가 코로나는 '운명이다'라는 운명론적 믿음을 보이고 있다. 노력해도 걸릴 사람은 걸린다는 이런 생각은 ‘각자도생’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사회에 대한 믿음 즉 '신뢰 자본'의 붕괴를 가져온다. 이러한 사회적 신뢰 자본의 붕괴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장기적 동력 상실의 원인이 된다. 누군가의 일탈, 누군가의 거짓말이 코로나를 다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전염 과정은 청년층에서 고령층으로 흐름을 보인다. 운명론에 휩싸인 젊은이들의 행태가 노년층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취약 계층이 된 노년층, 방역의 한 축이 되어야 하지만 사회적 배려는 없다. 

대부분의 노년층이 한국전쟁 세대이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어렵게 성장한 그들은 청년기에 군사독재를 겪었고 장년기에 IMF를 맞이했다. 그리고 숱한 파고를 넘었던 이들은 이제 요양병원 등에서 코로나의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되었다. 

방역수칙을 지킬 수 없는 계급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1회 ‘NO. 510 코로나 재난의 불평등’ 편

코로나는 우리 사회를 네 계급으로 나눴다. 전문관리와 기술인력으로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노동자가 코로나 시대 제 1계급이 되었다. 그 아래, 창고‧운수 노동자와 보건 인력이 있다. 일자리는 있지만 감염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누군가의 직장은 더 위험한 곳이 되었다. 지난 5월 물류업체 직장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확진자가 된 전모 씨가 '확진판정 통보'를 받은 후 제일 처음 한 말은 “제가요? 그럴 리가”였다. 마스크도 쓰고 장갑도 꼈지만 직장을 쉴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160여 일, 자신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된 남편은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로 인해 뇌손상을 입고 지금까지 의식불명 상태이다. 코로나는 한 가정을 순식간에 풍비박산 내버렸다. 

그래도 쉴 수 없어도 직장을 다니면 그나마 나은 것일까? 제조업, 서비스업 계통의 노동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장기불황에 원치 않는 무급 휴가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코로나 방역 수칙은 ‘아프면 무조건 쉬라’이다. 타인과 거리를 두라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통계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아파도 쉴 수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거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업무량은 늘어나고, 노동 조건은 위태로워진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계급, 노숙자‧이주노동자 등이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스페인 카탈루니아 지방 아라곤에 과일을 수확하러 온 이주노동자들, 작은 기숙사에 집단으로 생활하는 이들은 마스크를 살 경제적 여력조차 없다. 그래서 코로나에 신체적으로 우위라는 2, 30대조차 사망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전 세계 그 어디를 막론하고 가장 아프고 소외된 곳에 코로나는 찾아든다. 

우리 사회를 비춰주는 엑스레이, 코로나 

서울시에 노숙자가 갈 수 있던 공공병원 6군데가 있었다. 하지만 그중 5개가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전환되고 이제 서울 중구 동부병원만이 노숙자들을 받는다. 동부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방역의 나비효과'를 말한다. 외려 노숙자들은 그들을 받아주는 의료시설의 부재로 원래 가지고 있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한다. 

사망자의 46%는 시설 병원 내 감염이었다. 그중 37%가 정신질환자였다. 첫 사망자가 발생한 곳도 대남병원, 그 후 100여 명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폐쇄병동 환자들. 하지만 도시락 업체도, 청소 업체도 그들이 받은 항의 전화를 핑계로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대형병원 음압병실도 공평하지 않았다. 

사회적 기억

tvN 인사이트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tvN Shift] 1회 ‘NO. 510 코로나 재난의 불평등’ 편

코로나에 걸려 이송되던 두 번째 환자는 '바깥 공기를 쐬니 기분이 좋다'고 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20년 입원, 42kg이던 첫 번째 환자는 세상 밖으로 나와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장기입원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어땠을까. 확진자 발생에 대한 기사가 수천 건 쏟아지는 동안 단 169건의 기사, 그마저도 사람들의 반응은 본질과 상관없는 '중국인 입국 금지'라는 키워드에 집중되었다. 

코로나는 사회의 가장 약한고리를 공격한다. 그 약한고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철저히 소외된 채 사라지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숫자 확인하기에 바쁘다. 사망자는 번호로만 불린다. 첫 확진자 후 300여 일, 다큐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숫자가 아닌 우리 곁에 살았던, 이제는 비워진 자리가 된 사람들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호소한다. 그건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숫자가 아닌 '존재'에의 확인, 그건 바로 살아갈 우리를 위한 사회적 '기억'이다.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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