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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와 BBC 교육채널 비교해보면학습분야 콘텐츠 우수, 문화 다양성-연령대별 콘텐츠 부재…"합당한 재원 투입 없이 플랫폼 경쟁력 갖기 어렵다”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11.25 13:45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EBS가 영국 공영방송 BBC의 교육채널과 비교했을 때 학습 분야 콘텐츠는 우수하지만 연령대별 콘텐츠 부재, 다양성 교육 및 플랫폼 변화에 따른 대처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재원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4일 열린 'EBS의 시대적 역할 재탐색 및 재원제도 개선방안 모색' 세미나(주최 한국언론학회, 후원 EBS)에서 '뉴노멀 시대에 EBS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주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EBS가 '공교육 보완 역할'을 넘어서야 한다며 BBC 사례를 소개했다. 주 교수는 “EBS가 교육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이들이 더 이상 거실 TV로 콘텐츠를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8년 오프콤 조사결과, 아동·청소년들이 ‘웃기 위해서’ 혹은 ‘친구들과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찾기 위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많이 보지만, 생각할 거리나 가족과 이야기할 소재를 찾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BBC를 본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다매체 환경에서도 공영방송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BBC는 어린이·청소년 교육 목적 채널인 CBeebies(4~6세)와 CBBC(6~12세)를 통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주 교수는 EBS에 연령대별로 차별화된 미디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 11세까지는 TV모니터로 시청하는 비율이 높게 유지되지만 12세 이상부터는 90% 이상이 모바일 폰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수용하기에 그에 맞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BBC는 시청 패턴 변화를 인지하고 교육프로그램에 있어서는 디지털을 넘어 모바일 퍼스트 전략으로 접근하자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BBC의 'Newsround'는 청소년 대상의 저널리즘 프로그램이다.

BBC의 우수한 교육 콘텐츠 사례로 ‘뉴스라운드’(Newsround)가 소개됐다. CBBC에서 가장 오래된 청소년 대상 저널리즘 프로그램으로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뉴스와 인터렉티브 서비스를 통해 청소년 스스로가 의견을 교환하고 프로그램에 건의하는 등 저널리즘 정신을 익히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최근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뉴스라운드’의 2019년 TV 주간 평균 시청자 수가 29만 명으로 줄었지만, 온라인 접속자 수는 90만 명으로 시청 패턴이 바뀌었다. 주 교수는 “EBS가 이 점을 간파해야 한다”며 “콘텐츠를 TV로 만들어서 온라인에 뿌리는 게 아닌 온라인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주 교수는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뉴스 홈페이지에는 교육 섹션이 따로 없는 데 대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BBC는 뉴스 홈페이지에 교육 부분이 따로 분류돼 있어 각종 교육 관련, 아이 키우는 방법 등과 관련된 뉴스들이 정리돼 있다. 주 교수는 EBS가 현재 입시와 학교 교육에 대한 뉴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의 생활이나 문화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뉴스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S와 EBS가 상호 연결해서 시너지를 내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BC 교육채널에서 방영한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 CBeebies에서 방송된 <Hey Duggee>, CBeebies 메인 진행자로 발탁된 Cerrie Burnell, 스코틀랜드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한 <Balamory>

BBC는 문화적 다양성 교육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해 공영방송의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인종적·종교적 다양성 교육은 CBeebies에서부터 시행된다. 2~5세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Hey Duggee>에서 코끼리 엄마가 악어 아기를 키우는 입양 가족의 모습, 장애가 휠체어를 타는 코알라 등 다양한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2008년 CBeebies 메인 진행자로 발탁된 Cerrie Burnell은 한쪽 팔이 없는 싱글맘이다. 스코틀랜드 작은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Balamory>에는 스코틀랜드 억양이 센 아이부터 장애인, 다양한 인종이 등장했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아이들이 EBS에 나오는 것”이라며 “대부분 콘텐츠가 서울 중심으로 제작되는 현 상황에서 BBC의 런던 외 지역 50% 제작 가이드라인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주 교수는 “EBS가 교육방송이기 전에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BS가 수능준비, 정규 교육과정 보완 등 학습적인 측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프로그램 등이 부재하고, 다양성 교육, 연령대별 세분된 전략이 부족해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CBBC의 뉴스라운드 처럼 청소년 뉴스가 EBS에 나오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청소년 뉴스에 대한 외부적 관용과 더불어 내부적 역량, 물질적,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EBS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EBS가 전통적인 교육모델을 벗어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장학퀴즈’를 제외하고는 생각이 안 난다”며 “EBS가 CBBC 사례처럼 청소년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청소년 역할 함양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에듀테크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 시스템이 중요해지고 이 역할은 EBS만이 할 수 있다”며 “EBS가 제대로 역할 하기 위해 이에 걸맞은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영묵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 교수는 “EBS가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 교육 보완재로서 훌륭한 역할을 했지만 그 이상의 역할로는 상당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합당한 재원 투입 없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거나 플랫폼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공영방송 역할에 대해 EBS가 더 많은 목소리를 내서 그에 비례한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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