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서 3D로 돌아온 <라이온 킹>이 2주 연속으로 미국 박스 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그동안에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인 걸 아신다면 별로 놀랍지는 않은 일이죠? 역시 미국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의 흥행력이 대단합니다. -26.6%에 불과한 저 낮은 변동치를 보세요. 덕분에 <라이언 킹>은 3D 버전으로만 6천만 불이 넘는 수입을 더하면서 총 3억 9천만 불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이는 역대 미국 박스 오피스 성적에서 12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봐서는 조만간 10, 11위에 있는 <스파이더맨 1, 트랜스포머 2>를 꺾고 톱 10에 진입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한정하면 여전히 <슈렉 2, 토이 스토리 3>에 이은 3위입니다.

심바에게 도전장을 던진 브래드 피트의 <머니볼>은 2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역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라이온 킹>에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로 승부를 걸었으나 근소한 차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역시 브래드 피트는 브래드 피트입니다. 금요일만 하더라도 <머니볼>이 <라이온 킹>을 꺾고 1위를 차지했었거든요. 또한 브래드 피트의 주연작 치고는 개봉 첫 주말 성적이 낮지만,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는 역대 최고입니다.

<머니볼>은 메이저 리그 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인 빌리 빈의 유명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1901년에 창단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오랜 역사와 더불어 월드 시리즈에서 아홉 번을 우승한 명문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구단의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승률이 채 5할도 넘지 못한 시즌이 다반사였습니다. 이것을 변화시킨 이가 바로 현재까지 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빌리 빈입니다. 그가 단장을 맡고 1년이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포스트 시즌에 다섯 번이나 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저처럼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빌리 빈의 탁월한 선수영입능력 덕이었습니다. 타 구단처럼 스카우트에 돈을 많이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는, 홈런을 잘 치거나 타점이 높은 선수 등을 영입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럴래야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죠. 대신에 독특한 관점으로 선수들의 능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컴퓨터 통계를 활용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를 물색했습니다. 이것이 그대로 적중하면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낮은 구단 연봉을 가지고도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일구었습니다. 특히 2002년에는 메이저 리그의 최고 명문인 뉴욕 양키스에 비하면 채 3분의 1도 안 되는 연봉을 가지고도 그들과 동일한 승수를 올리는 기적과도 같은 일도 있었습니다.

빌리 빈은 흔히 하는 말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사람입니다. 그 능력을 높이 산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07년에 최고의 메이저 리그 단장으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종목을 막론하고 지난 10년간 최고의 단장 중 한 사람으로 빌리 빈을 꼽았습니다. 이만하면 영화화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죠?

<머니볼>의 예고편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또 한 편의 영화인 <돌핀 테일>은 3위로 데뷔했습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제가 월요일에 전하는 미국 박스 오피스 성적은 '박스 오피스 모조'의 추정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 추정치의 정확도는 꽤 높으나 역시 실측치는 결과가 종종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순위보다는 수입금액에서 그런 편인데, 만약 이번 미국 박스 오피스의 실측치가 나온다면 2, 3위가 뒤바뀔 수도 있겠습니다. <머니볼>과 <돌핀 테일>의 격차가 34만 불에 불과하거든요.

<라이온 킹>이라는 걸출한 작품이 있음에도 <돌핀 테일>이 재차 좋은 성적으로 3위에 오른 걸 보면 역시 미국에서 가지는 가족용 영화의 힘이란 대단하죠? 어쨌든 <돌핀 테일>은 제작비 3,700만 불로 2천만 불 이상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첫 주말을 보냈습니다. 이것은 동류의 영화로는 <에이트 빌로우>보다 더 높은 성적이기도 합니다.

<돌핀 테일>은 실제로 꼬리를 크게 다친 채 플로리다에서 구조된 돌고래의 일화에서 착안한 영화입니다. 'Winter'라는 이름이 붙여진 돌고래는 한 수족관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꼬리가 없어 생존하는 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몇몇 사람들이 도움을 주는 가운데 인공 꼬리를 달게 되면서 활기를 되찾게 됐습니다. 영화에는 소년과 돌고래의 우정을 담고 있기도 하며, 오랜만에 보는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합니다. 바로 해리 코닉 주니어와 애쉴리 주드.

<돌핀 테일>의 예고편입니다.

4위는 테일러 로트너가 주연하고 존 싱글톤 감독이 연출한 <어브덕션>입니다. 이 액션영화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에 테일로 로트너가 단독으로 주연한 첫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번 주에 개봉할 예정이죠? 제작비를 기준으로 한다면 첫 주말의 흥행수입은 나쁘진 않은 편인데, 동시에 트와일라잇의 후광을 기대했던 영화라고 하기에는 미진한 편이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전 궁금했던 게, 과연 로버트 패틴슨과 비교하여 테일러 로트너의 팬은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개봉성적을 보니 확실히 로버트 패틴슨의 팬 숫자가 훨씬 우세할 것 같군요.

그나마 <어브덕션>에 대한 평단과 관객의 반응에 비하면 흥행수입은 차라리 화려할 정도입니다. 현재까지 '로튼 토마토'와 'IMDB'에서 각각 3%와 3.9를 얻고 있는 데 그치면서 극악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형편없음에 보낸 냉혹한 평가인지, 행여라도 아이돌 스타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야유인지는 영화를 직접 봐야 알 수 있겠군요. 저로서는 IMDB도 IMDB지만 로튼 토마토에서 여태껏 3%라는 숫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어브덕션>의 예고편입니다. 줄거리는 이미 국내에 자주 소개됐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지난주에 국내에도 개봉한 <킬러 엘리트>가 5위입니다. 이제 바야흐로 액션영화의 거물이 된 제이슨 스타뎀 외에도 로버트 드니로와 클라이브 오웬까지 출연했음에도 흥행수입은 꽤 저조합니다. 제작비만 보더라도 무려 7천만 불인데 반해 개봉 첫 주말에 채 1천만 불도 돌파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수입을 올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개봉한 제이슨 스타뎀의 영화 중에서도 <아드레날린 24 2>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입이기도 합니다. 개봉 극장수도 약 3천 개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킬러 엘리트>가 보인 지금의 성적은 조금 의아할 정도입니다. 로버트 드니로와 클라이브 오웬까지 더해져서 필시 상승효과를 기대했을 텐데 오히려 하락효과를 가져온 형국입니다. 괜히 제작비만 높아졌네요.

<킬러 엘리트>와 함께 지난주에 국내 개봉한 <컨테이젼>은 6위로 하락했습니다. 직접 관람한 바로도 흥행성은 크게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신규 개봉작에 밀리면서 네 계단이나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현재까지의 총 수입은 약 5,700만 불로 제작비인 6천만 불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 주 내로는 제작비를 돌파할 수 있겠군요.

7위의 <드라이브>는 여전히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입도 그렇지만 변동치에서도 - 50%에 가깝다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역시 영화가 영화인 만큼 관람층이 두텁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헬프>도 신규 개봉작에 밀려 네 계단을 하락했지만 사실상 아쉬울 게 전혀 없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제작비의 무려 여섯 배가 넘는 수입을 기록했으니까요. 8위까지 온 터라 이번 주가 지나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합니다만, 변동치가 꾸준히 낮은 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개봉했던 <스트로우 도스>도 공히 네 계단이 밀리면서 9위로 만족했습니다. 이 영화는 오리지널과 비교해도 주연배우가 약해 뛰어난 흥행성적을 기대하기란 힘들어 보였습니다. 총 수입을 보면 그 결과가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제작비 2,500만 불인데 2주 동안 1천만 불을 돌파하지 못했습니다. 케이트 보스워스가 안쓰러워요.

사라 제시카 파커가 주연한 <I Don't Know How She Does It>의 성적도 저조합니다. 이 영화는 <스트로우 독스>와 비교하면 거의 똑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작비도 엇비슷하고 총 수입도 그렇습니다. 사만다, 미란다, 샬롯의 지원사격이 없기 때문일까요? 조만간 넷이 또 한번 뭉쳐서 영화를 만들게 되길 바랍니다. 단, 2편처럼 만들면 곤란해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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