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에 접어든 월요일, 프로야구의 대장정도 이젠 끝이 보입니다. 사실상 1위,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예약한 삼성은 아마도 이번 주에 그 1위를 확정지을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남은 9경기를 다 지고, 3위 SK가 남은 9경기를 다 이겨야 1위가 바뀔 수 있으니, 거의 확정이라 해도 무리는 없을 듯.-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은 한국시리즈란 부담에 그리 크진 않습니다만, 길었던 한해를 선두로 마감한다면 그건 분명 대단한 결과, 크게 축하받고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더 주목받고, 절정의 기쁨이 있는 건 당연한 노릇입니다. 하지만 정규시즌 1위의 대단함은 그보다 더한 깊이가 있는데요. 단기전 승부의 짜릿함과 결정적 한 방이란 느낌은 덜하지만, 한 해 동안 꾸준한 성적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이미 1등을 한 팀에게 가을야구, 포스트시즌의 성적은 덤이라 할 정도로 허망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진짜 1등은 한국시리즈의 승자, 나머지 순위는 정규시즌의 성적으로 하는 구조상 우승은 "한국시리즈"를 필요로 합니다.

실제로 KBO는 이 정규 페넌트레이스의 1위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뜻에서 2007년부터 우승이란 개념을 도입했는데요. 포스트시즌 배당금도 더 많이 분배하고, 팀들도 1위를 확정하는 행사와 기념모자 등을 만들어 그 의미를 높이고 있습니다.

2006년 페넌트레이스 1위가 우승이란 개념이 없던 마지막 해, 마지막으로 정규시즌 1위를 기록했던 삼성. 드디어 올 시즌, 5년 만에 다시금 정상이 유력한 가운데,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선 내일 잠실 원정의 승리가 절실한데요.

두산과의 맞대결, 올 시즌 만날 때마다 접전과 한 점차 승부로 짜릿한 경기를 펼쳤던 두 팀의 대결도 이제 이번 잠실 2연전이 마지막입니다. 그만큼 내일부터 펼쳐지는 잠실경기는 여러 가지로 관심 가는 경기입니다.

만약, 삼성이 이번 2연전에서 1승이라도 거둔다면,-혹 그 사이 SK가 1패라도 기록한다면.- 시즌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 홈인 "대구구장"이 아닌, 딴 공간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우승의 기쁨을 나눠야 할지 모르는 이 현실은 다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원정경기와 홈경기를 교차하며 시즌을 치르는 정규시즌의 특성엔 홈에서 우승 확정 경기를 펼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진다는 현실엔 다소 안타까움이 있는데요. 만약, 삼성이 올 시즌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정상을 차지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연고지역인 대구의 삼성팬들은 결코, 한 번도 홈에서 우승의 순간을 만날 수 없는 시즌이 될 수 있다는 거! 심지어 마지막 우승인 2006년 당시 정규시즌 1위의 순간도 잠실구장이었다는 건, 우연치곤 참 기구할 정도로 질긴 인연입니다.

정규시즌 우승확정은 어쩔 수 없는 원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만. -그나마, 삼성과 SK과 연패와 연승을 거둔 뒤, 다음 주 월요일 SK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 대구에서 정규시즌 우승의 순간을 만날 수 있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면, 올해 1위 팀은 그 누구도 홈에서 우승컵을 들지 못합니다. 최근 프로야구에선 익숙한 모습이기도 합니다만. 현재 한국시리즈는 현실적으로 1,2차전이 정규시즌 1위, 3,4차전은 플레이오프 승자, 5,6,7차전은 잠실구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2위나 3,4위팀들은 4연승으로 우승을 거둘 때, 홈에서 우승의 순간을 경험할 작은 확률이 있겠으, 1위팀에겐 그런 확률조차 없다는 거! 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가능성은 잠실에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다는 건데요. 삼성의 경우, 2011년의 모든 우승 순간을 잠실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 왠지 그 과정과 결정에는 아쉬운 한계가 느껴집니다.

포스트시즌의 일정에서 1위팀의 경기가 1,2,6,7차전으로 확정지어지지 못한 건, 대구구장의 안타까운 규모가 첫 번째 이유겠습니다만, 구장의 규모에 대한 강박과 지역연고에 대한 고민 없는 선택으로 이뤄진 잠실의 5,6,7차전. 아쉬운 대목이죠.

만약, 삼성이 우승한다면 그 모든 공간이 될 잠실, 내일 그 공간을 향하는 발걸음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건 다 그런 이유들 때문이 아닐까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2011년, 우승의 순간들이 될 것 같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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