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이 경쟁사인 애플의 앱 수수료 인하 선언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그간 구글이 수수료 인상 기준으로 애플을 앞세워 온 만큼 인앱결제 강제 방침에 변화가 이뤄질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면 여야 이견이 없어 조속처리가 예상됐던 '구글 갑질 방지법'은 국민의힘측 태도변화로 답보상태에 놓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정기국회 마지막 과방위 전체회의로 이날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내 법안처리는 불투명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왼쪽), 이원욱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침에 대한 국내 업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원인은 국민의힘측 태도 변화에 있다. 현재 과방위에 회부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3건, 국민의힘 2건, 무소속 1건 등 총 6건이다. 구글 앱통행세 논란이 제기된 직후 박성중 과방위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발의와 함께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정감사 종료 이전 과방위 법안처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돌연 국민의힘 의원들이 신중론을 내세우면서 연내 법안처리는 안개 속에 빠졌다.

해당 법안의 연내 처리가 중요한 이유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이 신규 앱에 대해 내년 1월 20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해를 넘겨 입법이 되면 '소급적용'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1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구글 방침 시행일이 2개월 남았다. 소급입법 논란이 제기된다"며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과방위 법안심사 2소위원장인 박성중 간사는 "여당 의원들이 떼로 몰려 주장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더 시간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중 간사는 지난달 23일 "이번에 통과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합의가 끝났다"고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또는 법안 단독처리를 시사했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26일 전체회의에서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애플은 중소개발사에 대한 앱 수수료율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애플은 내년 1월 1일부터 연 수익금 100만달러(11억원) 이하 앱 개발사·개발자를 대상으로 기존 30%였던 앱 수수료를 15%로 인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애플 앱스토어를 사용하는 앱 개발자 98%가 정책 수혜 대상으로 추정된다. 연 수익금 100만달러 이하의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으로 추정돼 애플이 손실은 최소화하고 명분은 챙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구글·애플 등 자국 글로벌IT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 강화 등을 시사하고, 미 연방정부가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애플이 선제적인 조처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는 지난달 '디지털 시장 경쟁조사' 보고서에서 인앱결제 강제가 개발자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 가격부담을 키운다고 밝힌 바 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은 오는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불공정 거래 행위 및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앱 수수료 인하 정책을 밝힌 애플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이들은 23일 성명서 통해 과방위 법안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당리당략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말고 기합의한 바에 따라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모바일 생태계는 결코 정치적 고려대상이 아님을 명심해 달라"고 했다.

23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인앱결제 적용 시기를 내년 9월로 연기할 예정이다. 신규 앱에 대한 적용 시기를 내년 1월 20일에서 기존앱과 동일한 9월 30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지난 20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로 내년 국내 콘텐츠 업계의 매출이 2조 1127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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