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MBN의 불법 자본금 충당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유도했다며 방통위의 존립 이유를 물었다. 2010년 종편 도입 당시 '최소 자본금 3000억원' 기준이 과도했다는 주장으로, 윤 교수는 MBN의 금융범죄를 방통위 책임으로 돌렸다.

그러나 윤 교수는 2012년 '19대 국회 미디어정책 과제' 토론회에서 "신문방송 겸영을 막을 이유가 없다"며 "사회적 비용이 들더라도 망할 사업자는 망해나가면서 '방송사업에 무작정 뛰어들어서 될 게 아니다'라는 좋은 경험으로 가져가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2010년 당시 종편 출범 이해당사자였던 보수언론에서마저 최소자본금 기준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이뤄진 바 있다.

조선일보 23일 <[朝鮮칼럼 The Column] 방송통신위원회의 존립 이유를 묻는다>

윤 교수는 23일 조선일보 칼럼 <방송통신위원회의 존립 이유를 묻는다>에서 "MBN 방송 중단 조치는 종편 승인을 '머니게임'化한 방통위 정책 과실이 근원"이라고 썼다.

윤 교수는 "이 사태의 시작은 2010년 종합 편성 채널 도입으로 되돌아간다. 당시 방통위는 납입 자본금 규모를 종편 승인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며 "3000억원을 최소 납입액으로 정한 뒤 추가로 출자한 방송에 가산점을 줬다. 사업자들 간에 투자 유치 전쟁이 벌어진 건 불문가지"라고 했다.

윤 교수는 "결국 이 사태의 뿌리에는 방송 사업 진입을 일종의 '머니 게임'으로 만들어 무리한 투자 유치 약속과 편법 납입을 유도한 방통위의 정책 과실이 존재한다"면서 "이는 작지만 건실한 사업자들의 진입을 가로막은 정책이기도 하다. 그랬던 방통위는 사정 당국들이 문제의 실상을 밝히자 모든 책임을 사업자 잘못으로 돌려 방송 중단이란 극약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교수는 "방통위에 부여된 일체의 행정적 권한들은 방송 사업자들이 독립적 언론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행사되는 한도 내에서 정당화된다"며 "방통위가 국가 권력의 위력(威力) 앞에 방송의 독립을 지켜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스스로 권력기관이 되어 방송을 위축시킨다면, 이는 방송에 적용되는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고 자신의 존립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방통위의 경우, 위원 5명 중 3명이 정부 여당 측의 이른바 코드 인사로 채워지고 있음은 기지의 사실이다. 이번 MBN 사태 역시 종편에 대한 권력의 분풀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며 "MBN 사태를 지켜보면서 방통위의 존립 타당성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근원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감사원 정도면 그 작업을 믿고 맡겨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의 주장처럼 방통위의 '최소 자본금 3000억원' 기준은 방송 사업 진입의 '머니게임'을 부추긴 것일까. 과거 종편 논의를 살펴보면 최소 자본금 3000억원은 '머니게임'을 부추긴 게 아니라 주요 보수언론의 종편 진입을 부추긴 것에 가까웠다.

중앙일보 2010년 8월 18일 <방통위 "최소 3000억" 학계 "4000억 이상">

2010년 8월 17일, 최시중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는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본계획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방통위는 최소납입자본금 규모를 종편 3000억원, 보도전문 400억원으로 정했다. 종편 채널 사업자 수는 '2개 이하'와 '3개 이상'이라는 복수안을 내놨고, 재무건정성 배점은 종래의 허가사업자 기준(20~30%)과 달리 15%로 책정했다.

이튿날 중앙일보는 <방통위 "최소 3000억" 학계 "4000억 이상"> 기사에서 사실상 종편 최초 자본금 납입 기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2년차에 흑자가 날 방송사는 없다. 최소 3~5년의 기본적 운영자금은 있어야 한다"는 당시 양문석 방통위원의 말을 인용하며 "당장 자본금 규모를 놓고 논란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일보는"첫해 경비(3000억원 내외)와 최초 3년간 누적 적자액(2000억원 내외)에 해당하는 자본금 규모는 갖춰야 할 것"(하주용 인하대 교수), "3년정도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초기 자본금 규모가 심사 때 고려야돼 한다"(박주연 한국외대 교수), "4000억~5000억원 정도의 자본금 규모가 바람직"(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등의 종편 토론회 발언을 인용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신규 채널, 글로벌 경쟁력과 콘텐트가 관건이다>에선 3000억원 기준에 대해 "이 정도 규모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고품질 콘텐트를 생산하기에 한참 모자란다"고 했다.

같은날 한겨레는 사설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은 '종편 기본계획안'>에서 "납입자본금을 3000억원으로 낮게 책정한 선정 기준도 문제다. 종편 진출 언론사의 부담을 낮춰주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신규 사업자의 생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열악한 영업환경 속에서 신규 종편 사업자가 단기간에 자본금을 다 까먹으면 언론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정책의 신뢰성만 훼손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MBN 등 4개 종편사는 출범 2년만에 황금채널 배정, 의무재전송 등 각종 특혜에도 불구하고 자본금의 절반 가량을 손실했다. 한정된 방송광고시장 내에서 4개 종편사가 한꺼번에 탄생했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윤 교수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이라고 주장했지만 MBN은 방송법상 '승인취소' 처분 대상이고, 현재도 방송법을 위반하고 있다. 방송법 18조는 방송사업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승인을 얻는 경우 ▲등록취소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광고중단 ▲허가·승인 유효기간 단축 등을 방통위가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별표 1의 2'에는 방송사업자 허가취소 등에 대한 기준과 감경·가중 사유가 명시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방송사업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방송 허가·승인을 받을 경우에는 '승인취소', 허위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재허가·재승인을 받는 경우에는 '업무정지 6개월 또는 허가·승인 유효기간 단축 6개월'로 정하고 있다.

MBN은 방송법상 소유지분 제한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방송법 제8조 2항은 대기업이나 신문사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을 합쳐 종합편성채널방송사 주식의 3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2020년 7월 기준 매일경제와 특수관계인의 MBN 지분은 32.6%다. 임직원을 차명주주로 활용해 556억원의 자본금을 허위로 조성한 MBN이 검찰 기소 이후 임직원 차명주식을 모두 자기주식으로 인식하고, 불법 자기주식 402만 824주를 소각하면서 방송법상 소유지분 제한규정 위반을 지속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방통위의 MBN봐주기 행정처분과 종편 대응을 위한 긴급토론회' (사진=미디어스)

때문에 언론시민사회에서는 '솜방망이 처분', '면죄부' 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MBN에 대한 최초 승인부터 2014년·2017년 두 번의 재승인, 이번 행정처분에 이르기까지 방통위의 결정이 적법했는지 따져보겠다며 국민감사 청구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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