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으면 언제라도 거리낌없이 현직의 기자들을 뽑아갈 수 있다는 오만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사회 공기관으로서 언론이 국민들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처지를 배려해야 한다는 점은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다."

"이명박 정권 '나팔수', 성공적 임무수행 치사하나"

▲ 지난 12일 발행된 한국일보 <기자협의회 소식>.
한국일보 기자들이 유성식 전 정치부장의 청와대행과 이태희 전 청와대 1진 출입기자의 방송통신위원회행을 비판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오만방자함이 이 사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기자협의회(회장 김동국)는 지난 12일 발행한 <기자협의회 소식>에서 "이명박 정권은 직전에 한 신문사의 정치담당 논설위원을 아무 거리낌없이 청와대 요직에 앉혔고,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 신문사의 현직 부국장으로서 이명박 캠프를 도와 물의를 일으킨 인사를 버젓이 청와대로 불러들였다"며 "마치 현 정권이 대선기간 중 심어놓았던 나팔수나 스스로 나서서 나팔을 불었던 이들에게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치사하는 행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협의회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 정무수석 소속 정무2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중앙일보 김두우 논설위원과 경향신문 출신의 박흥신 언론1비서관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들은 "유성식 전 정치부장의 청와대 행정관 임용과 이태희 전 청와대 출입기자의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 기용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 기자협의회는 "8년여 동안 낮은 급여와 삶을 짓누르는 노동강도 속에서 한국일보 기자들을 버티게 한 것은 기자로서의 자존심과 한국일보 제호에 대한 자긍심이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시퍼렇게 벼려온 자존의 칼과 차돌 같은 신념 뿐"이라며 "현 정권이 우리의 자존을 위협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이 칼과 돌이 정권의 부패한 양심을 겨냥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대선보도 지휘한 사람들…한국일보 신뢰도 땅에 떨어질 판"

한국일보 기자들은 유성식 부장과 이태희 기자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협의회는 "유 전 부장은 지난해말 대통령선거에서 한국일보의 정치면 제작을 총괄했고, 이 전 차장은 대선현장을 지휘했다"며 "두 사람의 분별없는 행동으로 한국일보가 독자 앞에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한국일보 지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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