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회 출입기자의 출입증 종류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편의가 천양지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시출입증을 가진 기자는 국회의원 전용 목욕탕을 제외한 대부분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장기출입증을 가진 기자는 출입만 원활하게 할 수 있을 뿐 앉을 좌석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상시출입증 배분은 대형 언론사 위주로 꾸려져 있으며 명확한 기준 및 심사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국회 사무처가 장기출입기자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안을 발표했다. 사무처는 7개 언론관련협회 정회원사, 자율심의기구 가입 언론사 기자로 한정하는 내용이다. 또한 사무처는 ‘기자 3인 이상 고용’, ‘월평균 10일 이상 국회 출입’ 등을 장기출입기자 조건으로 달았다.

국회 출입기자가 사무처로부터 받는 출입증은 ‘상시출입증’과 ‘장기출입증’ 두 종류다. 상시출입은 ‘고정 출입’ 개념이다. 상시출입 기자는 지정석을 배정받을 수 있으며, 언론사 규모에 따라 상시출입 TO가 정해진다. 장기출입은 ‘임시 출입’ 개념이다. 1년 단위로 출입증을 갱신해야 하며, 지정석이 없어 상황에 따라 앉을 자리를 옮겨야 한다.

국회 소통관 전경 (사진=미디어스)

장기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출입증 종류에 따라 혜택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상시출입 기자는 국회 내 병원·어린이집·도서관·헬스장 등 국회 시설물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다. 사실상 국회 직원에 준하는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장기출입 기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출입기자에게 시설물 이용 혜택을 주는 기관은 국회가 유일무이하다. 대다수 기관은 출입기자에게 주차·좌석 등 취재편의를 제공하지만 어린이집·헬스장 등 복지 혜택은 제공하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출입경력이 있는 A기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출입기자가 정부부처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A기자는 “출입기자에게 제공되는 편의는 좌석 및 주차 정도”라면서 “국회 상시출입 기자가 저런 혜택을 받고 있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검찰 출입경력이 있는 B기자 역시 “예식장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다른 혜택은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장기출입 기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은 좌석 부족이다. 장기출입 기자가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상시출입 기자 90% 이상은 지정석을 배분받아 원활한 취재 활동을 할 수 있다. 반면 장기출입 기자가 앉을 수 있는 자리는 기자회견장 70여 석과 프레스 라운지 50여 석뿐이다. 현재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면서 장기출입 기자가 앉을 수 있는 좌석은 절반으로 줄었다.

소통관이 개관된 이후 좌석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은 문제로 꼽힌다. 국회는 ‘정론관’ 공간 부족을 이유로 ‘소통관’을 건립했다. 소통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이며 건축면적은 6,419.41㎡에 달한다. 이 중 취재 활동에 활용되는 공간은 2층뿐이다. 1층은 로비, 3층·4층은 사무처 사무실이 있다. 또한 2층 공간 상당수는 상시출입 기자 고정석이다.

국회소통관 2층 평면도. 장기출입 기자에게 허용된 공간은 붉은색 네모 두 곳밖에 없다. 나머지는 상시출입 기자 지정석, 사무처 사무실 등이다. (사진=미디어스)

사무처는 지난해 5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향후 프레스센터(소통관)가 완공되면 상시출입증을 가진 언론사뿐 아니라 장기출입 기자들에게도 출입 횟수, 기사 건수 등을 평가해 지정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통관 건립 후에도 장기출입 기자를 위한 지정석은 확보되지 않았다.

장기출입 기자는 700여 명이지만 허용된 자리는 한정돼 있어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일부 기자들은 기자회견장 책상에 가방만 둔 채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장 책상마다 ‘좌석 사유화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무처 관계자는 1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공간적 한계 때문에 소통관에 지정석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다만 프레스라운지가 생기는 등 자유석은 일부 늘었다”고 밝혔다.

C기자(장기출입)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통관이 생겼지만 자리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C기자는 “코로나19 이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었다”면서 “소통관 이전 후에도 개선된 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D기자(장기출입)는 “프레스 라운지가 생겨 앉을 자리가 많아진 점은 있다”면서도 “기자회견장 자리는 누군가 선점하고 있어서 앉을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상시출입증과 장기출입증은 갱신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장기출입 기자의 출입증 유효기간은 1년이다. 장기출입 기자는 1년 동안 120건의 국회 관련 기사를 작성해야 출입증을 갱신할 수 있으며, 자신이 작성한 기사를 프린트해 사무처에 제출해야 한다. 상시출입 기자출입증 유효기간은 2년이며 갱신 조건이 따로 없다.

장기출입 언론사가 상시출입증을 발급받기 위한 과정 역시 복잡하다. 국회는 2년마다 상시출입 기자 조정을 진행한다. 상시출입 언론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발행부수(신문사), 시청률(방송사), 미디어검색순위(인터넷 신문) 등을 기준으로 하며 소속 기자 수도 고려 대상이다. 정확한 기준 및 상세한 심사내용은 비공개 사안이다.

상시출입은 일간 신문·방송사 등 대형 언론사 위주로 꾸려진다. 지난해 10월 기준 일간지 국회 출입기자 473명 중 상시출입 기자는 65%(309명)다. 방송사는 290명 중 56%(164명), 통신사는 92명 중 52%(48명)가 상시출입 기자다. 하지만 인터넷신문의 상시출입 기자 비율은 13%, 주간지·월간지 비율은 17%다.

E기자(장기출입)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상시출입 기준이 모호하고 대형 매체 위주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했다. E기자는 “발행부수·시청률·미디어검색순위가 상시출입의 기준이라면 규모가 작은 매체는 진입하기 쉽지 않다”면서 “회사 규모가 아니라 언론사 취재역량으로 상시출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얼마나 취재를 열심히 하는지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위) 프레스 라운지 전경. (아래) 기자회견장 내 자유석 (사진=미디어스)

국회 좌석문제와 관련해 홍성철 경기대 교수는 지난 5월 발간한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국회 언론환경 개선방안 연구>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유석의 확대”라고 지적했다. 홍성철 교수는 “일부 지정석을 줄이고 자유석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는 특정 매체에 대한 우대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보고서는 소통관 개관 이전 작성됐다.

ㄱ기자(인터넷매체, 10년차)는 홍 교수 연구팀과의 인터뷰에서 “사무처는 (상시출입 기자) 혜택이 있다 보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려 하는데 일부 매체에서는 국회를 사실상 드나들 일이 많지 않은 데스크 급이 상시 카드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ㄱ기자는 “국회 출입기록을 확인해 (상시출입 기자)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ㄴ기자(인터넷매체, 5년차)는 “국회 출입기자로 등록했지만 출입증이 주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이는 기존 출입 매체에만 제공하고 있는 기자석이 가장 큰 이유다. 모든 출입 매체에 기자실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기존 매체에만 기자실을 제공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ㄷ기자는 “부스 배정 방식이 임의적”이라면서 “어떤 기준으로 좌석 수를 정하는지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사진=미디어스)

이와 관련해 사무처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국회 출입기자 규모는 청와대나 정부 부처보다 크다”면서 “현실적으로 모든 기자에게 지정석을 배정해줄 순 없다. 다만 자유석을 추가로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무처는 상시출입과 관련해 “향후 상시출입 TO 기준을 개선하고 관련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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