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의 명곡을 부르는 경연을 앞두고 중간점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중간점검에서는 원곡자 조용필이 직접 자리를 함께한다는 빅 이벤트가 준비됐지요.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를 위해 15년 만에 방송사를 직접 찾았다는 조용필, 시대를 앞서갔던 대선배를 앞에 두고 그의 노래를 불러야하는 출연 가수들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인지 이날 중간점검은 여느 때와 다르게 가수들이 긴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요계의 왕언니 인순이조차 조용필 앞에서는 다소곳하게 자세를 바로잡았지요.

가수들은, 김윤아의 표현대로 선생님 앞에서 숙제검사 맡는 기분이었을 텐데요, 긴장하는 가수들 중 특히나 경직되어 있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경호였지요. 지난주 파르라니 떨리는 얼굴경련을 보여줘 안쓰러움을 자아냈던 김경호는, 이날도 어김없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그동안 나가수의 '긴장'캐릭터로 자리잡았던 바비킴을 넘어섰다는 좌중의 평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경호는 자신의 노래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일깨워 줬는데요, 중간점검 자리에서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는 나가수의 관례에 따라, 그는 추억의 명곡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불렀습니다. '노래만 할까요, 아님 원래대로 할까요'라며 분위기를 달구기 시작하더니, 화려한 공연버전의 무대 매너로 동료가수와 매니저에게 왕년의 가수 김경호를 보여줬지요. 젊은 시절의 날카롭게 찌르는 고음은 아니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관록의 바이브레이션과 화려한 마이크 퍼포먼스로 좌중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공연을 펼쳤지요. 이 순간만큼은 '긴장'캐릭터 김경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조용필이 등장함과 동시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는데요, 다시 바짝 얼어붙은 듯 소년의 모습이 되어버렸지요.

언젠가 조용필로부터 직접 보고 싶었다는 말을 들으며, 집으로 초대까지 받았다는 김경호였다지만, 여전히 가왕 조용필의 존재는 김경호에게 한없이 거대하기만 했습니다. 청중평가단 앞에 서는 것보다 더 긴장된다던 김경호는 수줍고 조심스런 소년처럼 무대에 섰는데요, 아직 편곡이 완성되지는 않았음에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앞서 펼친 자신의 노래를 부를 때보다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왕년의 고음을 폭발시키며, 답답함을 싹 걷어내주는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했지요. 순한 양처럼 무대에서 서더니 나름 반전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질 때에도 내내 경직되고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던 김경호는, 김윤아와 인순이의 무대가 펼쳐지자 얼굴이 활짝 밝아졌습니다. 마치 긴장한 가운데서도 음악인으로서의 예지가 빛나는 듯했지요. 이어 중간점검 순위발표를 앞두고 김경호는 자신의 순위 3등을 정확하게 맞췄는데요. 느낌이 왔다며 좋아하던 김경호는, 1등,2등도 맞춰보겠다며 자우림과 인순이를 단정적으로 짚어냅니다. 이에 제작진은 7위도 맞춰보라고 요구했고, 이 역시 별 고민 없이 장혜진을 꼽았지요. 별다른 지체 없이 바로바로 신들린 듯 순위를 맞추는 모습에선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였습니다. 왕년의 칼 같은 고음을 내뿜던 카리스마가 그 눈빛에 담겨있었지요.

동료가수들의 무대를 보며 느낀 점을 차분하게 말하는 김경호에겐 음악의 연륜이 느껴졌습니다. 윤민수에게는 선곡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기존의 창법대로 감정을 폭발시키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관우에게는 비장의 무기를 숨긴 것 같다며 중간점검만으로는 판단이 안 선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김경호는 그동안 나가수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수차례 밝혀왔었지요. 그리고 첫 출연 당시에도 나가수의 애청자임을 인증하며, 그동안 방송된 나가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내놓기도 했었지요. 이번 중간점검에서도 동료가수들의 무대를 주의 깊게 보고 각 무대마다의 감상을 말하는 그에게서 나가수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의 신들린 듯한 순위맞추기도 이런 애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겠지요.

얼굴의 경련을 드러내며 독보적인 '긴장'캐릭터를 창출해내더니, 연륜과 예지력이 돋보이는 순위맞추기 신공을 펼쳐 보인 김경호인데요. 90년 후반을 풍미하며 전율의 무대를 선사했던 이 관록의 가수는 이제 예능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 그 신들린 예지를 무대로 끌어내서, 특유의 신들린 무대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이번 2차 경연을 앞두고 '파워풀하고 동적인... 김경호다운 모습 자신 있게 보여드리겠다'고 말하는 그의 단호한 표정을 보니 다음 주가 더욱 기대됩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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