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한도전' 스피드특집은 예상대로 독도를 암호처럼 코드화해서 미션수행 과정을 그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독도 우편번호 799-805, ihb가 국제수로국, 죽도로 표기된 오래된 지도가 나올 때는 '아, 이럴 수가!'라는 탄식마저 흘러나오더군요. 스피드특집에서 숨겨졌던 독도 코드는 이미 뉴스를 통해 나왔으니 여기서 다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여드름 브레이크' 등 사회성 짙은 특집을 여러 번 방송했는데요, 이번 스피드특집은 PD의 기획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흔하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엔딩 장면에 김장훈을 출연시킨 것은 초대박 반전이었습니다.
마지막 미션을 실패하자, 폭탄이 들어있던 가방이 터져 집 한 채가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스피드특집 때 차량 세 대가 폭파된 후 또 한 차례 큰 폭발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악당의 기운을 풍기는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마지막에 등장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하하는 악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차 문을 열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사람은 김장훈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독도=김장훈'이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렇다면 김장훈이 악당이었을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지금까지 맴버들을 공포에 떨게 하면서 많은 미션을 부여했지만, 그 악당의 실체는 누구보다 독도를 걱정하는 김장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마지막에 왜 김장훈을 출연시켰을까요? 우문이지요. 김장훈은 기부천사로 알려져 있지만요, 이에 못지않게 독도사랑이 깊습니다. 사실 독도문제는 정치인들이 먼저 나서서 풀어야 할 과제인데요, 오죽 답답하면 김장훈이 나섰겠어요. 김장훈은 2008년 7월, 뉴욕타임즈에 개인 비용으로 'Do you know?'란 제목으로 광고를 냈습니다. 이 광고는 '동해(East of sea)'를 일본해(Sea of japan)'으로 표기하는 건 잘못된 거라는 걸 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2009년에도 김장훈은 뉴욕타임즈 뿐만 아니라 미국 유력 일간지에 독도 광고를 하는 등 독도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올 4월에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독도를 배경으로 한 코리아컵 국제 요트경기대회를 광고했는데요, 이 광고는 요트경기를 홍보하면서 박스 속에 독도와 울릉도, 그리고 평창을 선으로 연결해 이 모든 게 대한민국 땅임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우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점을 생각하면 김장훈이 평창이 개최지로 확정되는데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외에도 김장훈이 독도를 걱정하며 한 일은 여기에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번 스피드특집에서 악당(김장훈)이 맴버들에게 계속 눈치게임을 시켰는데요, 왜 눈치게임을 시켰을까 했는데 이제야 알겠네요. 자꾸 일본 눈치만 보지 말고 정신차리라는 경고였습니다. 만약 독도문제를 시사다큐로 다뤘다면 한일관계 등 민감한 문제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무한도전에서 다루니까 웃음과 재미,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코드를 찾아가면서 보니 더 머리에 콕 박히는 듯합니다. 어쨌든 독도지킴이 김장훈과 스피드특집으로 독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블로그 http://fiancee.tistory.com 를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