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아이드걸즈가 아브라카다브라, 사인 이후 2년의 공백을 깨고 식스센스로 돌아왔다. 그동안 주로 나르샤, 가인 등의 솔로 활동이 있었지만 그룹 브아걸로서의 활동으로는 대단히 오랜만이라 우선 반갑고 그만큼 기대가 컸던 컴백이다. 그리고 식스센스를 접한 감상은 한마디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런 노래가 한국에서 그것도 걸그룹을 통해서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누군가 말한 ‘작정하고 나왔다’라고 한 것이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버스터급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전설의 그룹 핑크플로이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우울하고 반항적면서 심지어 혁명적이기도 하다. 그런 거대한 그림 위에 실린 브아걸의 음악은 마치 심포니를 듣는 것 같은 장엄함과 레퀴엠의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그런 느낌들을 결합하면 이 노래는 브아걸 랩소디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브아걸의 식스센스는 2011년에 발표된 모든 노래들 속에서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를 만족시킨 가장 완성된 대중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올해만이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이 노래가 성취한 것 이상의 작업은 없었을 것 같다.

브아걸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하지만 영리한 마케팅이기도 하다. 오랜 아이돌 음악에 지친 대중들이 세시봉, 나가수로 이어지는 듣는 노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때이다. 식스센스는 만약 작년이라면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를 노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년까지는 아이돌 음악이 대세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굳이 이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없었고, 또한 퍼포먼스를 더 요구하는 대중 취향에 외면 받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2011년의 가요계는 지난 10년과 달라져 있기에 식스센스 같은 명곡이 만들어지고 또 큰돈을 들여 발표될 수도 있었다고 보인다. 태국과 한국을 오가며 제작한 뮤직비디오에는 영화 같다는 비교격 수식은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 이상의 메시지와 파격을 담고 있다. 뮤직 비디오 속 브아걸은 노골적이지 않지만 더욱 섹시해져서 돌아왔고, 그 강렬한 유혹을 떨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식스센스가 브아걸 자신들의 본색에 맞는 작업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무엇보다 반갑고도 즐거운 일이다. 브아걸은 본래 퍼포먼스가 아닌 노래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이었다. 아브라카다브라부터 브아걸을 알았다면 예능에서 가볍게 불린 성인돌로 오해할 수 있지만 브아걸의 본색은 훌륭한 래퍼를 보유한 싱어그룹이라는 것을 새삼 확고히 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번 식스센스는 그래서 아브라카다브라, 사인 때와 달리 퍼포먼스에는 다소 소극적인 반면 보컬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

브아걸이 첫 번째 컴백무대를 가진 쇼 음악중심은 여전히 걸그룹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그 속에서 브아걸은 핫선 일부와 요즘 음원차트를 올킬하고 있는 문제의 그 노래 식스센스를 선보였다. 많은 걸그룹들의 무대가 있었지만 브아걸의 식스센스는 군계일학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마침내 공개된 그녀들의 라이브는 기다린 보상을 넘치게 선사했다. 브아걸의 무대를 보고는 다른 모든 걸그룹들의 노래가 얼마나 가볍고 싱거운지 새삼 느껴졌다.


음악중심이 끝난 후 짓궂은 누리꾼들은 브아걸의 노래에도 검증을 시도했다. 소위 MR제거라는 컴퓨터 재능을 발휘해 브아걸의 식스센스를 좀 더 날 것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그렇지만 새삼 브아걸의 가창 능력에 놀라는 것은 다소 촌스러운 일이다. 그렇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지만 브아걸 정도의 완성된 그룹의 작업은 만들어놓은 그대로 감상하는 것이 더 좋다. 걸그룹 여제의 귀환은 시작됐다. 남은 것은 아브라카다브라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실질적인 성과이다. 다만 팬덤에 의해서 왜곡된 지상파 순위 프로그램의 문제점들이 불리하게 작용될지 걱정이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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