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로는 말할 수 없는 KBS 밴드 오디션 톱밴드는 적지만 강한 마니아들의 뜨거운 충성심으로 존재감만은 남부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슈퍼스타K가 시작되면서 더 주목받게 된 딱히 하는 일 없는 것 같은 정직한 편집은 악마편집과 비교되면서 선한 오디션이라는 이미지까지 얻게 됐다. 분명 톱밴드에는 시청률로는 가늠할 수 없는 중요한 음악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래서 유일하게 이 프로그램에 착한 오디션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런 톱밴드에도 논란이 찾아왔다. 마치 위대한 탄생 생방송 때를 연상케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전태관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편파적인 심사, 의도적인 폄하의 오해를 받고 있다. 첫 번째 생방송으로 진행된 톱밴드 8강전은 게이트 플라워즈와 아이씨 사이다 그리고 POE와 WMA가 맞붙었다. 문제는 김종진과 전태관 두 사람만 게이트 플라워즈와 POE에 대해서 낮은 점수와 함께 혹평을 가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가장 꼬장한 송홉섭 위원장이 유일하게 높은 점수인 90점을 준 게이트 플라워즈에 대한 봄여름가을겨울의 최저점이 상당히 의외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POE에 대해서는 심사위원장인 송홍섭도 혹평을 했지만 톡식과 더불어 톱밴드를 통해서 스타 밴드가 된 게이트 플라워즈에 대한 혹평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김종진은 게이트 플라워즈가 연주한 Paint In Black에 대해서 과연 자신이 큐브릭 감독이라면 풀 메탈 자켓에 이 연주를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말을 했다. 앞서 게이트 플라워즈의 코치인 신대철이 “록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극찬을 한 것과 대조적인 혹평이었다. 그러면서 점수도 이날 최저점인 60점을 주어 객석에서는 아쉬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런가 하면 아주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연주를 통해 강한 인상을 심어온 POE에 대해서는 자신의 연애지론이라면서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못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라”는 상당히 냉소적인 평을 했다. 물론 점수도 낮은 65점을 주었다. 이렇게 게이트 플라워즈와 POE에 대한 두 사람은 저평가는 최종 심시위원 점수 합계에서 경쟁자인 아이씨 사이다와 WMA에 뒤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8강전부터 도입한 시청자 문자투표의 힘으로 게이트 플라워즈, POE 두 팀 모두 심시위원 점수의 열세를 뒤집고 4강에 진출하는 반전을 일궈냈다. 마치 위대한 탄생에서 이은미, 방시혁에게 낮은 점수를 받았던 김태원의 외인구단들이 시청자 문자투표를 통해 부활을 거듭한 것과 판박이 상황이 톱밴드에도 벌어진 것이다. 일단 게이트 플라워즈를 응원하는 팬들은 김종진, 전태관 두 사람을 심사할 자격이 없다며 심한 욕설까지 동원하며 비난에 나서고 있다. 사실 의외의 현상이 아닐 수 없다.

16강전까지만 해도 김종진 어록이 만들어질 정도로 시청자로부터 인기를 끌던 사람들이 게이트 플라워즈에 대해서 납득이 어려운 기준을 들어 지나칠 정도로 혹평을 한 것도 이상했고, 그렇다고 김종진을 육두문자를 동원해서 비난하고 있는 게이트 플라워즈 팬들 역시 이성적인 반응이라 볼 수는 없다. 물론 록 마니아라고 해서 더 이성적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만 적어도 톱밴드를 통해서 밴드들이 상당히 바른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나친 반응은 밴드들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다.

김종진, 전태관의 음악 인생과 심사위원으로서의 자질은 꼭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6강전까지 아무 논란 없었던 김종진과 전태관에게 게이트 플라워즈에 대한 오해 혹은 폄하를 이유로 갑자기 자격을 따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음악은 아무리 객관적이 되고자 노력한다고 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에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들이 심사가 잘못이라고 해서 몰아내자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또한 결과적으로 게이트 플라워즈가 4강에 안착했으니 다행이기도 하니 구태여 김종진,전태관 성토로 톱밴드 분위기를 흐리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한 심사논란의 진정한 원인은 심사방식의 변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이는 문자투표가 도입되면서 톱밴드의 우승은 이미 팬이 가장 많은 톡식으로 정해졌다는 냉소적인 말도 한다. 밴드들의 음악적 실력을 떠나서 팬의 유무에 따라서 우승자가 결정된다면 톱밴드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서 갖는 차별성과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률이 낮은 톱밴드에 꼭 문자투표를 도입했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6강전까지 했던 것처럼 다수의 전문심사위원을 두어 안전장치를 두었던 것이 객관성도 유지하고, 논란도 피할 톱밴드만의 방식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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