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디어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가칭 '미디어개혁위원회') 구성을 촉구해 온 언론시민사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작 시민들로부터 관련 논의를 의제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범사회적'이라는 이름의 정책 논의가 '산업'만 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디어정책 의결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시민들이 생각하는 '미디어 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미디어공공성포럼·한국언론정보학회 공동 주최로 '통합미디어기구 설치, 어떻게 할 것인가-미디어개혁위원회 구성을 위한 제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미디어공공성포럼·한국언론정보학회 공동 주최로 '통합미디어기구 설치, 어떻게 할 것인가-미디어개혁위원회 구성을 위한 제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그동안 언론시민사회에서는 가칭 '미디어개혁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구성된 대통령 직속 미디어 사회적 논의기구 '방송개혁위원회'가 관련 법체계를 손본 지 20년이 지났지만 법체계는 그대로다. 그 사이 미디어 시장은 방송·통신 융합 형태의 '뉴미디어' 격변기를 맞이했다. 미디어 정책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뉘어 혼선을 빚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은 미디어개혁위원회 구성안을 제안했다. 미디어개혁위 법적 지위는 대통령 훈령에 따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소속 자문기구로 설정했다. 김 위원은 국회 내 기구 설치를 반대했다.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논의가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개혁위 기능으로는 ▲미디어 개념의 재정립을 통한 시청각미디어 분류체계 수립 ▲미디어 관련 정책평가와 수립을 위한 현황조사 및 분석 ▲미디어의 공적책무와 실현방안 제시 ▲시청각미디어의 부문별 관련 법·제도 정비(방송법·신문법·IPTV법·정보통신망법·방통위 설치법·언론중재위법 등) ▲방송광고제도 및 미디어 관련 기금 제도정비 ▲시민 커뮤니케이션 권리 강화를 위한 심의·지원·참여 방안 제시 등을 꼽았다.

미디어개혁위 구성은 당연직 정부위원(방통위·과기정통부·문체부), 방송·통신·언론·문화·산업·기술 각 분야 전문가 20인 등으로 정했다. 미디어개혁위 아래 분과위원회와 운영지원단, 연구지원단을 두었다. 분과위원회는 총 4개 분과로 ▲미디어 법·제도분과 ▲미디어 콘텐츠 분과 ▲미디어 플랫폼 분과 ▲미디어 시장·재정 분과 등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미디어개혁위원회 논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김 사무처장은 "사회적 공감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게 현실적인 진단"이라며 "과연 지금 기구를 설치해 모든 의제를 펼쳐놓고 일괄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논의 동력의 불씨를 만들기 위해 우선 합의가 수월한 의제부터 순서대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사무처장은 논의의 출발점으로 방송규제 전반에 대한 하향조정을 꼽았다. 오래된 법제로 높은 수준의 공적규제를 받는 방송사업자들이 규제완화에 있어 이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사무처장은 "지상파, 종편 등의 구도가 아니라 통신을 반대편에 두고 방송전체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고려해야 한다"면서 "시민에게도 공적책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설득하고, 시청자 부담이 증가하는 데 대해 각종 정책결정에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보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및 시민네트워크' 제안 토론회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미디어 개혁의 성격이 분명해져야 한다고 본다. 미디어개혁위의 법적지위, 시청각미디어 분류 체계 등 논의 내용보다 시민들이 어떤 미디어를 원하고,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정치가 작동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채 교수는 "내년 정치적 스케줄(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대통령 선거 등)이 있기 때문에 미디어개혁의 내용과 방향은 더욱 소극적이고 산업적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시민들과 함께 미디어개혁은 정치개혁과 연결된다는 점을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기존 방통위의 역할수행을 비판하며 통합미디어기구가 설치되면 시민들이 의결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모델이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방송통신이용자위원회' 같은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서 "방통위는 사업자 위주의 정책을 펴는 느낌이 강하다. 여러 플랫폼을 조율하고 시청자들에게 불편없이 제공하는 역할은 해내지 못했다. 설립취지 등에 비춰볼 때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팀장은 "정부주도형 거버넌스 체계의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향후 미디어기구에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이해보다 이용자의 시각이 더 많이 담겨야 한다. 이용자 대표가 없이 여야가 싸움이나 하는 의결구조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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