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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미만 출입금지’- 독거라도 독거가 아닌 삶의 가능성, 노년의 삶 관건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11.18 15:35

[미디어스=이정희] 60세는 그저 60년을 살아온 시간이 아니다. 還甲(환갑), 자신이 태어났던 육십갑자의 해가 다시 돌아오는 해, 인생의 두 번째 바퀴가 시작되는 해이다. 즉 본격적으로 '노년'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이다. 

그런데 60세 이후 노년의 삶은 녹록지 않다. 특히 60세 이후 독거하는 인구가 200만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에서 여성이 2/3에 이른다. 11월 16, 17일 양일에 걸쳐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은 ‘60세 미만 출입금지’를 통해 60세 이후 독거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함께, 독거

EBS 다큐프라임 ‘60세 미만 출입 금지’ 편

다큐는 서로 다른 '독거'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60대 여성 세 사람이 ‘셰어하우스 한 달 살기’라는 실험을 통해 60세 이후 삶의 방식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서울 한가운데 고즈넉한 한옥의 대문으로 62세 사공경희 씨가 들어온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사람은 이제 독거 두 달째를 맞이한 65세 김영자 씨, 그리고 마지막 13년째 독거 중인 65세 이수아 씨가 오면서 함께 한 달 살기가 시작된다. 

어느덧 65세, 그리고 홀로 산 지 두 달. 하지만 영자 씨는 '독거노인'이라는 호칭에 진저리를 친다. 아직은 노인이라고 하기 싫은 나이, 환갑잔치라는 용어조차도 무색해지는 요즈음 영자 씨 또래 노인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독거' 하는 60대 여성들이지만 세 사람의 사정은 저마다 다르다. 사공경희 씨는 62세이지만 '미스'이다. 30대는 40대가 되면, 40대에는 50대가 되면 하고 결혼을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느덧 60대,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무색해지는 시절이 되었다.

EBS 다큐프라임 ‘60세 미만 출입 금지’ 편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남편과 따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왔던 영자 씨는 얼마 전에야 정식으로 이혼을 했다. 그리고 함께 살던 아들 내외마저 분가하고 홀로 산 지 두 달이 되었다. 북적거리던 집안에서 아이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자 불안이 밀려오고 왜 이렇게 됐나, 인생이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던 즈음 딸의 신청으로 새로운 '함께'의 삶을 시도해 보게 되었다. 

사별한 지 13년째, 자식도 없는 수아 씨는 항상 외롭다. 단란한 가정도, 친구도 없는 그녀는 이대로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고 자신의 삶이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부산과 광주, 그 지리적 간격만큼 홀로 살아온 시간도 살아온 이유도, 그리고 홀로 살아갈 삶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인 세 사람이 불과 한 달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시간은 쉽지 않다. 화통한 성격처럼 무엇이든 앞장서서 이끌어 가고 그만큼 스스럼이 없어 보이는 영자 씨. 하지만 스스로 해결하는 데 익숙한 삶을 살아온 경희 씨는 자기 자식들에게 하듯 챙겨주는 영자 씨의 방식이 어색하다. 그런가 하면 오래도록 외롭게 살아왔으면서도 막상 함께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수아 씨 역시 만만하지가 않다.

EBS 다큐프라임 ‘60세 미만 출입 금지’ 편

홀로 보내는 시간이 두려워 늘 TV를 켜놓고 살았던 수아 씨. 함께했던 첫날 밤, 문을 닫지 말라던 부탁을 여름밤 모기를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들어주었던 영자 씨. 그렇게 닫히지 않은 방문처럼 세 사람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갇혀있는 저마다의 방문을 열고 나온다. 그리고 그 방문을 열고 나온 마음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자식이 있든 없든, 옛날 사진이 예뻐서 슬픈, 어느덧 60줄의 '노년'이 막막한 처지에서 다르지 않다. 

혼자 사는 게 좋고, 누구와 살까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던 경희 씨가 숨겨왔던 병원공포증을 두 언니 앞에 꺼내놓고 '나 너무 무서워'라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시간. 세 사람은 불과 한 달이었지만 사람이 정든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며 이별을 아쉬워하기에 이른다. 

함께 살아간다는 일

다큐가 처음 던진 물음은 ‘60세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였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문제로 삼아왔던 '독거'에 대한 질문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불과 한 달의 ‘시한부 함께'라는 시간을 지켜보며 다큐가 보여준 답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을 함께하는 삶이 아니었다.

EBS 다큐프라임 ‘60세 미만 출입 금지’ 편

다큐는 '독거'라는 사회적 현상을 매개로 나이 들어 살아가는 삶의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과 한 달의 기간, 다른 삶을 살아왔던 세 사람은 엇물리는 관계를 풀어가며 성장한다. 즉, 함께 산다는 건 그저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관계를 '도움닫기'로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다큐는 말한다. 

혼자 살아가기에 치킨 한 마리도 시켜 먹지 못하게 되는 삶. 그런데 불과 한 달이라는 기간에 서로에게 자신을 터놓고, 그런 가운데 서로의 이해와 지지를 얻게 된 세 사람은 훌쩍 큰다. 60이 넘어야 철이 든다는 영자 씨의 말처럼, 60은 늙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니 어쩌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출발선이다. 움츠러들기만 했던 자신의 문을 열고 나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피아노의 건반을 용기 내어 누르듯, 그렇게 세 사람은 자신이 살아갈 삶을 사랑하며 살아갈 자세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세 사람은 저마다 살아왔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세 사람은 ‘한 달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불과 한 달이지만 그간 점처럼 살아왔던 세 사람 사이에 그 점과 점을 이어줄 '관계'의 매듭이 생긴 것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의 집을 찾아가는 '관계'는 그들이 독거라도 독거가 아닌 삶을 열어준다. 

높은 데서 훨훨 날아가듯 떨어져 죽고 싶다던 수아 씨가 ‘지금 이 나이가 좋아요’라고 말하기 까지 필요한 시간은 '한 달'이었다. 다시 혼자 살아도 이제는 혼자가 아닌 삶. 노년의 문제는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삶의 질의 문제라는 것을 세 사람의 변화를 통해 말한다.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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