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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사전 베스트 3[미디어비평]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권진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7 14:20

[미디어스=권진경] 시네필의 압도적 지지로 장기 상영에 돌입한 영화 <마틴 에덴>이 ‘슬기로운 시네필 생활’을 위한 영화 <마틴 에덴> 전용 위키백과 인물 명단 베스트3을 공개해 화제다.

<마틴 에덴>을 이해하는 데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은 타이틀 시퀀스 바로 직전에 등장하는 영화의 첫 오프닝 푸티지 영상 속 인물인 ‘에리코 말라테스타(Errico Malatesta)’이다. 오프닝 푸티지는 기차에 탄 군중에서,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로, 광장에 모인 시위대로, 웃으며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고 뽀뽀하는 한 노인의 얼굴로 이어지는데, 다름 아닌 이탈리아의 무정부주의 혁명가인 에리코 말라테스타이다. 영화에 삽입된 이 장면은 실제 1921년 이탈리아 사보나 광장의 광경을 담은 아카이브 영상이라고 한다.

영화 오프닝에 잠시 등장하는 에리코 말라테스타는 이탈리아의 레닌이라고 불렸던 인물이다. 20세기 초반 소작농 봉기, 노동 쟁의를 주도하며 당대 이탈리아와 전 세계의 자본가와 정부에 요주의 인물로 꼽혔던 급진적 혁명가다. 그는 자본주의와 파시즘 국가가 미치는 폭력성을 경계했으며 저서 [국가 없는 사회]를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은 던졌다. 영화 <마틴 에덴> 속 작가 마틴 에덴은 에리코 말라테스타처럼 사회주의도, 자유주의도 아닌 개인주의를 힘주어 외친다.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 인장처럼 박아놓았다. 

<마틴 에덴>에 등장하는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마틴 에덴>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실존 인물은 엘레나의 집에서 마틴 에덴이 처음 접하게 된 시집 [악의 꽃]을 집필한 천재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다. [악의 꽃]은 샤를 보들레르의 첫 시집이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히는데,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선박 노동자 마틴 에덴은 단번에 [악의 꽃]의 가치를 알아본다. 난해한 상징으로 유명한 보들레르의 시를 이해할 수 있는 직관, 지적 재능을 타고났으며, 이를 통해 관객들도 마틴 에덴이 비범한 사람임을 눈치챌 수 있다. 이는 지적 허영심이 충만한 엘레나 역시 느꼈을 것이고, 잘생긴 외모 외에도 그에게 호감이 생겼을 이유다.

시인 보들레르는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당시 부르주아들의 안락한 생활을 속물적인 것으로 여기고 부정하면서도 귀족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등 계급에 있어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마틴 에덴이 끊임없이 상류층을 갈망하면서도, 노동 계급에 대한 연민과 각성을 품고 있는 것처럼 아이러니하다. 이렇듯 영화 <마틴 에덴> 속 주인공 마틴 에덴은 부르주아 계급 엘레나와 프롤레타리아 계급 마르게리타 사이를 방황하고, 나아가 철학자 허버드 스펜서와 시인 보들레르 사이에서의 번민도 연결되어 있다. 

<마틴 에덴>에서 비중있게 등장하는 허버트 스펜서 [제1원리]

세 번째로 <마틴 에덴>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은 주인공 마틴 에덴이 탐독하는 책 [제1원리]의 저자인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다. 허버트 스펜서는 36년에 걸쳐 쓴 대작 [종합철학체계](전 10권)으로 유명한데, 영화 <마틴 에덴>에 등장하는 책이 바로 그 1권으로 마틴 에덴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스펜서는 공리주의, 개인주의, 진화론, 기계론 그리고 사회주의 반대론으로 유명하다. 사회이론과 다윈의 진화론을 결합한 사회진화론의 창시자인데 이것이 제국주의 열강의 약소국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이용당하기도 했다. 

사실 스펜서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국가권력의 확대와 제국주의에 반대한 인물이다. 허버트 스펜서의 진화론적 사고실험을 통해 형성된 마틴의 개인주의에 대한 생각은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 노동집회 연설에서 드러난다. 마틴은 노동조합원들이 파업한 채 시위를 하고, 토론회를 통해 사회주의로 갈 것을 외치자 연단에 서서 사회주의를 비판하고 개인주의를 찬양한다. 

<마틴 에덴>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이 영화의 오프닝에 담은 이탈리아의 무정부주의 혁명가 ‘에리코 말라테스타’, 작가 마틴 에덴의 삶과 작품의 철학적 토대를 마련해준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 주인공 마틴 에덴과 그의 연인 엘레나를 처음으로 연결해준 프랑스의 천재 시인 ‘샤를 보들레르’까지, 실존 인물에 대한 비하인드를 공개한 <마틴 에덴>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권진경 칼럼니스트  knud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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