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구장, KIA와 삼성의 시즌 마지막 대결이 펼쳐진 어제 경기는 집중해서 보기 힘들었던 경기였습니다. 중계도 완벽하게 팔로우하지 못했죠. -개인적인 사정 탓입니다. 궁금하시다면, [라디오 중계단상]이란 포스팅을 보시면 됩니다.-

2시간 25분 만에 끝난 경기. 엄청 빨리 진행됐고, 그 탓에 상쾌함이 가득했던 상위권 팀끼리의 맞대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왠지 뭔가 어색하고, 말끔하지 못했으며, 분위기도 가을밤의 야구로는 부족함이 많았는데요. 관중석을 바라보며 생각했던 허전함부터 정점은 오승환의 등판을 앞둔 상황에서 폭발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씩 정리해보죠.

우선, 어제 경기의 첫인상에서 받은 아쉬움, 어찌 보면 우리 스포츠 관전 문화 전반에 함께하는 아쉬움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성적에 대한 열기가 사라진 경기에 대한 싸늘함이 바로 그것인데요. 지난 밤 대구구장 공식집계 관중은 6277명, 그 작은 대구구장의 70%도 못 미치는 숫자였습니다.

1위 삼성과 2위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던 KIA, 전통의 라이벌 라이온즈와 타이거즈의 대결이 펼쳐졌지만 관중석은 썰렁했습니다. 선두를 질주하는 팀의 홈경기인데, 거기다가 아직 시즌은 현재 진행형이며, 순위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란 점을 생각하면 아쉽죠.

우리들의 스포츠 관람 문화에 있어 이런 아쉬움은 늘 있어 왔던 부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적에 따른 관중 숫자의 변화는 물론, 어느 정도 순위가 정해진 경기에 대해선 그 경기 자체의 가치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거, 왠지 아쉽고 좀 더 달라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승리를 원하고, 짜릿한 경기를 기대하며, 대기록을 보고 싶은 마음이야, 모든 팬들에게 있는 공통적 심리일 터. 중계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경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깊기에, 누구를 비난할 처지도 못됩니다. 하지만 경기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분위기와 야구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 우리의 모습엔 안타까움이 분명하게 함께하는데요. 그런 모습들이 의도치 않게 구단의 기대주이자 미래의 스타가 될 선수에게 상처까지 준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는 겁니다.

결과론적 관람의 안타까움 그 정점은 바로 지난밤 경기, 9회초 5대 1로 삼성이 앞선 상황에서 극대화된 모습으로 드러났죠. 선발 저마노에 이어 임진우가 등판한 가운데 첫 타자KIA의 안치홍에게 안타를 맞자 3루 삼성 응원석이 더 뜨거워지더니 급기야, KIA의 4번타자 나지완의 타석에서 "나지완 홈런"이란 구호가 대구구장 전체에서 터져 나옵니다.

4점차로 앞선 상황이라 오승환의 등판이 불가능한 9회초. 실점 위기가 달아오르고, 출루만 해도 세이브 요건이 갖춰지는 가운데, 바로 임진우의 소속팀이기도 한 삼성 팬들이 세이브 요건을 만들기 위해 힘차게 함성을 외쳤단 말입니다. KIA를 응원하며!

임진우의 얼굴은 상당히 어두워집니다. 결국 4번 나지완은 사구로 출루, 아웃 카운트 하나 없이 임진우가 내려왔죠. 같은 공간 안에 다수가 그토록 원하던 오승환의 등판이 이뤄졌고, 안타 하나와 삼진 3개로 경기는 마무리되며 세이브도 달성합니다.

올 시즌 구원 부분에서 압도적 1위를 하는 오승환에게 신기록을 원하는 팬들의 마음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겠지만, 그 마음들이 보낸 응원 속에 같은 팀 또 한 명의 선수는 너무 쉽게 희생되고 잊혀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성적과 기록이 모든 걸 말한다는 "프로"무대지만, 그래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늘 생각했기에 더 충격이 컸습니다.

마운드에 선 오승환 선수의 얼굴까지 어두워져 있는 걸 보진 못한 걸까요? 오승환 선수의 기록행진을 원하더라도, 그 오승환 선수를 생각해서라도 어제와 같은 태도와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선두팀의 경기라 하기엔 너무 적었던 관중들. 그 탓에 날씨보다 더 서늘했던 분위기와(물론, 그럼에도 6천여 팬들이 함께 했습니다만.) 경기 막판, 우리 팀 선수의 아쉬움에 오히려 기뻐하며 상대팀을 응원하는 상황까지(당연히 아쉬워한 팬들이 더 많이 있긴 합니다만.) 그리 많지 않은 팬들 앞에서 선전을 펼친 선수들이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최근엔 승리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찾고, 야구 자체에 열광하는 팬들이 점차 늘어가지만 아직도 그런 모습은 소수라는 사실. 좀 더 게임 그 자체를 즐기고, 야구의 모든 순간에 열광할 수 있는 그런 야구장을 기대합니다.

아쉬움이 많았던 어제 경기, 최훈의 카툰 마지막 문구로 그 아쉬움들을 담아봅니다. 조금은 달라지고, 좀 더 성숙해지길 기대하며.

"감동을 원하는 인간들만큼 잔인한 것은 없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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