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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좌고우면' 민주당, 사방에서 비판공정경제3법·낙태죄 폐지 등 개혁입법 앞에 멈춰서…'산안법 발의' 후퇴 논란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11.17 17:42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불행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 생명안전기본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시작이다" (9월 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민주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당론 채택이 무산됐다. 민주당이 공정경제3법, 낙태죄 폐지 관련 입법 등 개혁입법 앞에서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반복하면서 곳곳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 당정협의를 거친 안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애초 이낙연 대표가 중대기업처벌법 제정을 공언한 것과는 다르게 당 정책위(의장 한정애 의원) 등에서 '중복처벌이다', '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산안법 개정에 무게를 두면서 결국 상임위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부여당의 산안법 개정안과 정의당·민주당 일각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의 의무, 처벌 수위 기준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산안법 개정안은 기업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 발생 대책과 근로감독 지적사항에 대한 확인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에 대해 양대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전체 사업장 대비 근로감독은 1%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감독을 나오지 않는 99% 사업장은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상법상의 대표이사로 한정하고 있어 공기업, 공공기관은 제외된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의지는 아예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안법 개정안은 기업의 안전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 시 사업주 형량을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정했다. 다만, 사망사고 벌금의 경우 개인 500만 원, 법인 3000만 원이라는 낮은 하한선을 두었다. 노동계는 "이미 평균 벌금이 450만 원인데 개정안의 벌금 하한 기준이 50만원 늘어난 500만 원"이라며 "2008년 이천 냉동창고 40명 사망에 2000만 원 벌금을 그렇게 규탄했는데, 개정안 법인 벌금 하한기준은 1000만 원 늘어난 3000만 원이다. 이게 그렇게 강조했던 예방중심 대책인가"라고 했다. 

산안법 개정안은 노동자가 동시에 3명 이상 사망하거나, 1년 안에 3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최대 10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과징금 '상한선'만을 둔 것으로 노동계는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당장 노동부 중대재해 통계를 뒤져보라. 과연 몇 개 사업장이 여기에 해당되는가"라며 "과징금은 이미 현행 산안법에도 기업이 낮추고 낮출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데, 별도로 과징금 심의위원회까지 두어 재고에 재고를 거듭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산안법 개정안은 고의·중과실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도 두고 있지 않다. 

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을 원청 경영자와 기업 법인에 부여했다. 사고 발생 시 원청 경영자가 자신의 안전의무를 입증해내지 못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처벌 수위는 '하한선'을 두어 처벌이 명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정의당안은 사업주가 안전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 민주당 일부의 안은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이다. 법인에 대해서는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징벌적손해배상 조항도 포함됐다. 정의당 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3~10배로 정했고, 민주당안은 5배로 정했다. 다만 민주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4년간 적용을 유예하도록 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정당연설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16일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정당연설회에서 장 의원 법안에 대해 "아직도 노동자들의 생명을 돈과 맞바꾸겠다는, 돈으로 기업으로 산업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시대적 인식과 행태를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다"며 "180석 가까운 의석을 획득한 민주당이 '중대재해 일으킨 기업에 대해 대표이사가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 하나를 넣을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힘이 구 보수정당이라면 민주당은 신 보수정당으로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며 "구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조차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하는데 민주당이 이 법안마저 당론을 채택하지 못한다면 과연 개혁정당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참여연대는 "민주당은 산안법 개정으로 행정제재를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와 징벌적  손해배상은 다른 법을 제정해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느라 산업법이 지니는 한계와 개정의 어려움을 외면한 것으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재난 참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머뭇거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하며, 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언론에서도 민주당의 모호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겨레는 17일 사설 <'좌고우면' 민주당, 개혁법안 입법 기회 날릴 건가>에서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집권 여당이 스스로 약속한 민생개혁법안 입법조차 방향을 잡지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공정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도 상황이 비슷하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의무화 등을 뺀 채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더니, 이젠 상장기업의 감사를 선임할 때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을 두고도 내부 논란에 휩싸였다"면서 "민주당은 더는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2022년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6일 경향신문 김지환 기자는 <[기자메모] '중대재해법' 약속 이낙연, 당론 채택 불발 사과해야>에서 "민주당이 산안법 개정을 당론으로 하든 아니든 그것은 민주당의 선택이다. 산안법 개정으로 당론을 정할 경우 해마다 2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는 현실을 바꾸기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겠지만 말이다"라며 "하지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수차례에 걸친 이 대표의 약속이 허언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민주당의 정체성을 묻다>에서 "민주당이 집권하고 국회의 절대 다수당이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고 산재사고 OECD 1위라는 비극적 현실을 바로잡을 것으로 믿고 지지했던 국민들은 요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박 교수는 "공정경제 3법의 입법 추진 과정도 갈수록 가관"이라며 "국민이 묻기 전에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먼저 스스로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위선적이라는 비난은 면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같은 날 이윤경 토론토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울신문 칼럼 <11월 13일, 1970년과 2020년>에서 "노동계에서 ‘전태일 3법’이라 부르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에 대해 앞장서도 부족할 민주당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며 "대통령과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의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려는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아련하게 호명하고 훈장을 추서하는 것은 씁쓸한 추억팔이 또는 정치적 퍼포먼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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