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프로그램이 성공하기위해서는 꾸준한 변화와 노력이 가미되어야 한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단 하나의 포맷을 가지고 변화 없이 오랜 시간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시대에는 존재하기 어려운 포맷추구일 것이다.

<전국노래자랑> 같은 프로그램이 다소 예외이긴 하지만, 그것은 프로그램의 성격이 그럴 수밖에 없는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없는 것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촌스러운(?) 옛 문화의 감수성과 연결될 수 있는 코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국노래자랑은 서민의식이 묻어나기 때문이라도 꾸준히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이다.

서민이 주말에 즐길 수 있는 가장 서민적인 프로그램이기에 그 수명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전국노래자랑>이 저녁시간에 방송되었다면 시청률 면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둘 것이다. 때문에 방송사 차원에서도 절대 끼워 넣지 못하는 시간대가 황금같은 저녁시간대일 것이다.

그런데 월요일 밤 예능을 책임지는 최장수 프로그램 <놀러와>가 이 명성에 도전하고 있다. 편안한 프로그램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랑을 받을 기획력이 있는 프로그램이기에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우리 곁에서 웃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상황이고, 다소 힘이 없는 프로그램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에 <놀러와>의 선전은 놀랍기 그지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놀러와>는 안방에 둘러앉아 편안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의 프로그램으로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에게 대단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편안히 놀고 갈 수 있으면 그것이 전부인 프로그램으로서 일상의 모든 힘을 빼고 가볍게 즐기면 된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야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은 그것을 놓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시청자로서 조마조마하여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 프로그램 <놀러와>가 지나치게 올드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프로그램의 에너지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놀러와> '올드한 감수성'에 지나치게 빠지다

<놀러와>가 어느새 무척이나 올드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가 모두 올드한 사람이 아님에 불구하고, 올드한 감수성을 나누길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게 됐다. 이전에 <놀러와>의 나잇대 기획력을 생각하여 봤을 때 젊은 감성 8, 올드 감성 2 정도의 추세를 보였다면, 요즘 <놀러와>는 어느새 젊은 감성 3, 올드감성 7이 된 듯하다.

6월 끝자락에서 현 9월까지 총 13편을 살펴보면 그 중 올드한 분위기가 9편이나 된다. 영한 분위기를 찾아보면 약 다섯 편 정도이다. 그래도 젊은 감성을 가진 이들이 볼 수 있는 중년의 출연자들까지는 같이 묶더라도, 지나치게 올드한 출연자들과 그들에게서 듣는 올드한 감성의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편중되어 그 감동이 상쇄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요즘이다.

<파리에서 왔수아 스페셜>로 시작된 6월 끝자락에서 지난 방송 <커튼콜의 여왕 특집>까지 총 13편 중 무려 9편이 중년과 노년들이 볼 수 있는 기획력을 보여줬다는 것은 지금 서서히 줄어드는 시청률과 연결되는 점이기도 하다.

<내 노래 마흔살에는>, <애 엄마가 너무해>, <과거 연기를 묻지 마세요>, <노래밖엔 난 몰라>, <쨍하면 해뜰날>, <연예계 골드미스>, <김수미와 철없는 자식들>, <한가위 특집 가족의 발견>, <커튼콜의 여왕> 등의 각종 스페셜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 중 두세 편은 거의 기억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코너였다고 해도 무방할 기획이었다.

<놀러와>가 올드한 감성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킨 <세시봉 특집>을 시작으로 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엄청난 인기를 모았으니 이후 올드한 감성이 인기를 끌 것이란 것은 알았겠지만, 한 연령대에 지나치게 편중된 편성은 점차 젊은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등을 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청자로서 어떤 프로그램에 의리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4주를 넘기기 힘들다. 그런데 <놀러와>는 그 4주를 넘어서고 있다. 어느새 경쟁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와 <힐링캠프>가 그 뒤를 바짝 쫓아와 이제는 어느새 앞서는 단계까지 뒤집어진 것은 지나치게 편중된 기획의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경쟁하는 프로그램은 새 단장을 하여 세대를 아우르는 기획을 하고 있다면, 현재 <놀러와>는 40대 이상의 감성에 함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연예인 출연자들이 나왔는데도 비슷한 영감을 느끼게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개그맨들이 나와서 웃길 때에도 과거의 인기 있을 때를 집중적으로 회상하는 면에서 이런 현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기획력 자체가 과거 코드이다 보니 젊은 출연자들조차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보다 옛 생각에 빠져들어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놀러와>는 현재 지나치게 올드한 감성의 기획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젠 시청자들이 출연자만 보고 채널을 돌리는 현상까지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드한 감성에 빠진 매너리즘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마 젊은 시청자들도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김태원, 김도균, 신대철) 특집'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 조차도 약간은 올드한 면이 있는 기획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특집은 기다려진다. 앞으로가 더 위험한 상황이 <놀러와>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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