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희망연대노동조합이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 '중부케이블'의 부당전보 논란 해결을 위해 집단단식에 돌입했다. 희망연대는 부당전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22개 AS센터 중 업무가 가장 많이 밀려있는 곳이 전주라는 자료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중부케이블은 티브로드 하청업체였으나 1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SK브로드밴드 설치·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중부케이블은 지난 6월 19일 전주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8명을 100~120km 떨어진 천안·아산·세종으로 발령해 부당전보 논란이 일었다. 희망연대 티브로드지부는 장거리 인사이동이 ‘부당전보’라고 판단, 인사이동 불가 의견을 냈지만 사측은 전출을 강행했다.

희망연대 '부당전보-구조조정 분쇄를 위한 집단단식 돌입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이와 관련해 희망연대는 16일 국회 앞에서 <부당전보-구조조정 분쇄를 위한 집단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희망연대 관계자와 티브로드지부 노동자 등 5명은 16일부터 2차 단식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앞서 부당전보 당사자 2명은 단식 농성에 돌입했지만 단식 12일 차인 지난달 27일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단식에 나선 최성근 희망연대 부위원장은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합병 당시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안정을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중부케이블은 ‘센터 간 인건비를 맞춰야 한다’며 인사이동 지침을 내렸다. SK브로드밴드의 약속을 믿은 우리가 순진했던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웅 티브로드지부 전주지회장은 “중부케이블은 노동자에게 부당전보를 지시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며 “전주 지역에서 민원이 나오지만 중부케이블은 이를 무시하고 노동자를 핍박하고 있다. 이게 무슨 행태인가”라고 질타했다.

이날 희망연대는 SK브로드밴드가 전주기술센터에 보낸 공문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공문에 따르면 전주기술센터는 전국 22개 센터 중 AS 업무가 가장 많이 밀린 업체였다. 또 SK브로드밴드는 전주기술센터가 기준 건수 2배에 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며 ‘서비스 안정화 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전주기술센터가 자사 업무가 밀린 상황에서 노동자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켰고, 사실상 원청인 SK브로드밴드가 지역센터 노동자 수에 관여했다는 정황이다.

이동훈 희망연대 공동위원장은 “부당전보 당사자들의 출퇴근 시간은 4시간이 넘는다”며 “이게 상식적인 업무인가. SK가 이번 부당전보를 지시했고, 기획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장준 희망연대 조직국장은 “이번 투쟁과 관련해 SK는 ‘지역센터 노동자 수는 하청업체 대표가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면서 “하지만 SK는 전주기술센터에 업무량 관련 공문을 보냈다. 부당전보 주범이 SK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응호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지역을 달리한 인사이동은 직원 동의와 협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번 티브로드 인사이동 소식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출퇴근이 4시간 걸리는 지역으로 인사 이동한 것은 쉬지 말고 잠자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이 원청 SK브로드밴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있다고 지목했다.

희망연대는 기자회견문에서 “SK와 하청업체는 현장 기사 1인당 가입자가 6천 명이 되는 상황이 노동자와 가입자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 전혀 성찰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부당전출로 노동자와 가족들의 삶이 무너져 내렸는데도 단 한마디 말을 건네지 않는다. 케이블가입자가 떨어져 나가면 원청 SK와 하청업체는 이를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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