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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화일보의 '월성 1호기' 검찰수사 중계 보도[비평] '정치적 수사' 비판 받는 검찰에 힘 싣는 조선·문화…'월성 1호기' 연장은 '위법'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11.16 08:54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고발을 통해 검찰이 전격 수사에 착수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관련, 조선·문화일보의 중계식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일부 직원들의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관련 자료 삭제 행위는 감사원의 징계 요구가 있었다. 검찰이 고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시점과 규모 측면에서 정책과 정권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식의 조선·문화일보 보도는 월성 1호기 연장의 불법성과 위험성을 전제에서 지운 내용으로, 정치적이라 비판받는 검찰 수사에 힘을 싣고 있다.

대전지검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산자부 담당 부서와 한수원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5일 이후 조선·문화일보의 보도와 사설은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를 중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에서 월성 1호기 의혹 수사와 특수활동비 조사 논란이 극에 달하던 10일~12일 사이 관련 보도가 집중됐다. 주요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판결문 같은 7000쪽 감사원 原電자료… 검사도 감탄(조선일보 11월 10일)
백운규, 원전 돌리자는 과장에 "너 죽을래"(조선일보 11월 11일)
월성 경제성평가前…"文대통령에게도 '즉시 가동중단' 보고"(조선일보 11월 12일)
"원전 즉시 중단 보고받고 채희봉 매우 흡족해했다"(조선일보 11월 12일)
[사설]"너 죽을래?" 조폭식 탈원전 협박 진원은 장관 아닌 靑(조선일보 11월 12일)

檢, 월성1호 폐기 결정 당시 靑라인 압수수색(문화일보 11월 11일)
'월성 평가조작, 靑과 무관치않다' 판단… 檢 '靑윗선' 겨누나(문화일보 11월 11일)
[사설] 백운규 "너 죽을래" 협박과 드러나는 경제성 조작 몸통(문화일보 11월 11일)
檢, 靑 '월성 평가조작 조직적 개입' 여부 수사 본격 착수(11월 12일)

조선일보는 감사원이 7000쪽에 달하는 '수사 참고 자료'를 검찰에 송부했고,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 "꼭 법원 판결문 같은 자료" "법률가의 솜씨"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법조계에선 이번 수사를 촉발한 건 '정치'가 아니라 국회의 감사 청구로 나온 감사원의 감사 결과라는 '팩트'라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이튿날 조선일보에서는 '수사 참고 자료' 관련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이 2018년 월성 1호기의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한 담당 공무원에게 "너 죽을래?"라고 말하며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감사원이 확보, '수사 참고 자료'에 백 전 장관 등을 사실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는 내용이다. '한시적 가동'의 내용은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전 영구 정지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까지 약 2년간 한시 가동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당시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월성 1호기를 방문한 뒤 '외벽에 철근이 노출돼 있었다'는 글을 청와대 내부망에 올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질문한 직후 관련 보고가 이뤄졌다고 했다. 

12일 조선일보는 산자부가 월성 1호기에 대한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가 진행되기도 전인 2018년 4월 '즉시 가동 중단'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산자부측은 해당 보고서를 당시 청와대 김 모 행정관에게 보냈고, 김 모 행정관이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게 보고했다며 채 비서관이 감사원 조사에서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보고서가 문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당시 청와대 김 행정관이 감사원 조사에서 "채 비서관이 매우 흡족해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나라 돌아가는 게 왕조 시대 비슷하게 퇴보해버렸다"며 "이 모든 것이 대통령 한 사람의 탈원전 집착과 오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석간 문화일보는 조선일보의 보도내용과 관련한 검찰수사 내용을 단독보도로 이어나갔다. 문화일보는 11일 대전지검이 2018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에 행정관으로 파견됐던 산자부 직원 2명에 대해 자택과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검찰은 청오대가 원전 조기 폐쇄 결정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담긴 수사참고자료를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아 검토한 끝에 청와대 의사결정 라인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청와대가 '조작 지시'를 했던 것으로 결론이 나오면 문재인 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다음날 문화일보는 "검찰이 청와대 경제수석실 외에도 사회수석실에서 의사결정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 압수수색 등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2018년 4월 청와대 사회수석실 산하 기후환경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했던 산자부 소속 A 행정관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 작업에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검찰이 포착했다는 '정황'에 대한 설명은 문화일보 보도에 없다. 문화일보는 "감사원 감사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검찰 수사는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자료 은폐와 증거인멸, 짜맞추기 보고서 작성 등과 관련된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검찰관계자 말을 전했다. 

문화일보 11월 12일 <檢, 靑 '월성 평가조작 조직적 개입' 여부 수사 본격 착수>

산자부 직원들이 관련 문건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고 고발이 이뤄진 만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수사 대상을 넓히는 일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전지검의 수사가 국민의힘 고발 2주만에, 윤석열 검찰총장 대전지검 방문 1주만에 시작됐다는 점, 감사원은 산자부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지만 수사의뢰는 하지 않았다는 점 등 '정치적 수사' 의심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6일 한겨레는 사설 <검찰 월성1호기 수사, '탈원전 정책' 겨냥한 건가>에서 "검찰의 수사 대상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된 뒤 산자부에서 이뤄진 '문건 삭제'라고 봐야 한다. 감사원이 검찰에 넘긴 '수사 참고 자료'도 이 부분이 핵심"이라며 "그러나 수사 방향과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압수수색 대상을 보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정책적 부분까지 포함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에 따른 정책 결정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본 감사원의 판단마저 크게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번 압수수색 대상은 감사원이 문제 삼은 문건 삭제 시기보다 한해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게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지난달 22일 국민의힘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과 조기 폐쇄 결정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고발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정책 결정에 대한 수사라는 심증에 더해 정치적 수사라는 의심까지 들게 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같은날 경향신문은 사설 <정치적이라는 비판 피할 수 없는 검찰의 월성 1호기 수사>에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문제는 정부정책의 적절성에 관한 사안으로 검찰의 영역이 아니다. 수사하더라도 그 대상은 감사원이 지적한 산업부 직원 자료 삭제에 맞춰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검찰은 이번 수사 대상에 원전 폐쇄 결정 당시 정책라인 관계자들을 망라하면서 정부의 원전 폐쇄 결정 자체의 부당성을 수사하려 한다는 의심을 자초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모든 사안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다"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수사 착수는 엄정한 검찰권 집해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저버린 처사로 지극히 유감스럽다. 검찰은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해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선·문화일보의 보도는 '혈세 7000억원 들여 고쳐 잘 돌아가던 월성 1호기를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뒤집었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이 원전 보수에 든 7000억원을 허공에 날리고 앞으로 창출할 막대한 이익을 사장시켰다"(조선일보 11월 7일 사설), "7000억원 들여 고쳐 멀쩡하게 돌아가던 발전기를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것인가'란 대통령 한마디에 폐품으로 둔갑시키는 흉계는 하나둘 폭로되고 있다… 이런 게 조작이 아니면 뭘 조작이라고 부르겠는가"(조선일보 11월 16일 데스크칼럼) 등이다. 

그러나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은 위법이다. 2017년 법원은 월성 1호기 연장 가동에 대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연장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원안위 심의 의결 전 설비교체를 먼저 한 것은 위법이라는 내용의 판결이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항소했으나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 재판을 각하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한수원이 예상 수익과 비용을 계산해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수원의 조기 폐쇄 결정에는 10년간 8294억원에 이르는 적자, 최저수준의 안전기준 등이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월성 1호기는 2008년~2017년 총 6회 불시정지됐다. 콘크리트 부벽 결함, 변압기 고장, 냉각재 방출밸브 손상 등이 이유다.

일찍이 보수언론에서도 7000억원의 세금이 계속운전 심사도 전에 쓰였고, 이는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왜곡시켜 운전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측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2015년 1월 10일 조선일보 한삼희 논설위원은 <[환경칼럼]월성原電 '7000억원 인질극'>이라는 글을 썼다. 원안위가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안 상정을 검토하던 시점이다. 한 논설위원은 "한수원은 지금 '7000억원이나 들였는데 문 닫게 만들 거냐'하고 배짱을 퉁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신청서를 내기도 전인 2009년 4월부터 설비교체 작업에 착수해 2011년 7월까지 2년여 간 7000억원을 사용했는데, 순리대로라면 계속 운전 심사가 이뤄지고 난 뒤에 설비를 교체·보강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2015년 1월 10일 <월성原電 '7000억원 인질극'>

한 논설위원은 "계속 운전 심사는 해당 원전을 10년 더 가동해도 안정성·경제성 측면에서 별문제 없겠느냐를 판단하는 과정"이라며 "심사에서 연장 가동이 결정되면 그때부터 10년 추가 가동에 필요한 설비 교체·보강을 하는 게 일의 순서다. 미국·캐나다 같은 원전 선진국은 그렇게 한다"고 비판했다. 월성 1호기와 같은 캐나다 개발 중수로 원전인 젠틸리 2호기에 대해 캐나다는 수명연장 총비용으로 4조원을 책정했다. 사업자는 수명 연장을 포기했다. 그는 "아무래도 떨떠름하다.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 신청·심사과정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논설위원은 7000억원 규모의 설비 교체 과정이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를 왜곡시킨다고 봤다. 그는 "설비 교체에 투입된 7000억원은 경제학 용어로 '매몰 비용(sunk cost)'에 해당한다"며 "7000억원을 아직 넣지 않은 상태에선 '70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가야 되는데 10년 연장 가동할 필요가 있겠느냐'를 검토하게 된다. 반면 7000억원을 이미 써버린 상태에선 그 7000억원이 '앞으로 추가로 들어갈 돈'은 아니기 때문에 비용(cost)으로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히 계속 운전을 하자는 쪽 의견이 유리해진다"고 전망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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