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하지 않는다면 이제 '공주의 남자'는 4회 남았다. 아직 풀어야할 얘기가 많은데 말이다. 금계필담을 기초로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핏빛 로맨스를 그리겠다고 했는데, 로맨스보다는 정치과정을 너무 많이 그렸다. 계유정난으로 시작했는데 그 난으로 인한 원한과 복수가 아직도 안 끝났으니 말이다.

특히 세령과 수양대군은 부녀지간을 떠나 정말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자식의 연을 끊고 궁을 나갔던 세령이 돌아오자 수양은 진노했다. 세령도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수양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 했다. 그래서 내린 결단이 세령을 신면의 노비로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 나와의 인연을 끊고 싶다하면, 오냐 끊어주마. 공주와 자네 혼례는 없을 것이네. 더 이상 공주가 아니다. 신판관의 노비가 될 것이다."

20회 엔딩 장면인데 쇼킹했다. 이건 또 뭔가. 4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대반전이 일어나는 걸까. 수양대군은 자식까지 버릴 정도로 냉혈한일까? 자식이 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데, 수양은 왜 세령을 신면의 노비로 보내려는 걸까? 이 문제를 생각해 봤다.

단종을 폐하고 왕위에 오른 수양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흘리게 했다. 수양의 왕권을 위협하는 세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참형을 당했다. 권좌에 대한 욕심으로 수양은 한 나라의 왕이 되었지만, 그는 가정에서는 권위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바로 세령 때문이다. 세령은 아비 수양에게 수없이 간언했다. 그럴 때마다 수양은 '네가 알 바 아니다'라며 외면했다. 아무리 부모라 해도 자식이 올바른 길을 얘기하면 들어줄 줄도 알아야 하는데, 수양은 세령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세령은 '한 번쯤은 아버님께서 자식에게 져 주기를 바랬습니다. 더는 아버님과 연을 이어가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최후통첩을 했다. 세령이 한 말은 아비가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으려는 뜻도 있지만 사실은 김승유 때문이다. 잘못된 길로 가는 아비를 바른 길로 인도하겠다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이를 숨긴 것뿐이다.

급기야 세령은 머리를 자르고 수양과의 연을 끊은 채 궁을 나왔다. 피를 부르는 아비 대신 정인 승유를 선택한 것이다. 부녀간의 연을 끊고 나간 세령. 수양의 마음이 편치 않다. 수양은 혼자 술을 마시며 괴로움을 달래려 하지만 그럴수록 세령 생각이 간절하다. 수양은 세령이 아비와의 연도 끊은 채 나간 것이 김승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승유만 없애면 세령의 마음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러면 일지매처럼 신출귀몰한 승유가 잡혀야 되는데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양은 세령이 승유와 만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세령을 신면의 노비로 보내는 것이다. 세령을 노비로 보내면 틀림없이 승유가 세령을 구하러 올 것이기 때문에, 그 때 김승유를 잡겠다는 계략이 아닐까 싶다. 수양은 김종서를 죽일 때도 혼사를 거론하며 승유를 사랑하는 세령의 마음을 이용했다. 이번에는 세령을 노비로 만들면서까지 질긴 악연의 마지막 끈인 승유를 죽이려 하는 것이다.

수양이 세령에게 승유의 거처를 묻지만 '세령은 절대 고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그러면서 세령은 수양이 또 다시 피를 부른다면 자식들이 그 업보를 받을 거라며 아비를 겁박하기까지 한다. 하기야 세령이 수양을 겁박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승유가 붙잡혀 참형에 처하기 전날 밤에도 목에 칼을 겨눴고, 머리까지 끊으며 수양에게 독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니 수양이 속된 말로 열 받을 만도 하겠다. 수양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얼마나 분노가 컸으면 수양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을까?

수양대군은 경희왕후로부터 자식들 중 자기를 가장 많이 빼닮은 게 세령이란 말을 들었다.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닮았다는 것이다. 수양은 권좌에 대한 욕심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세령도 자기를 닮아 승유에 대한 사랑을 끝까지 버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한 가지다. 김승유를 잡아 죽이는 수밖에 없다. 김승유를 잡기 위한 가장 큰 미끼가 세령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노비로 보내는 것이다. 자식을 노비로 보내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수양이 세령을 노비로 보내려 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 승유를 잡기 위한 거지만 실제 노비로 보내진 않을 듯하다. 세자가 갑자기 죽게 되면서 분노와 슬픔에 빠진 세령을 노비로 보낼 수 없다. 세자가 죽는 상황이 나오지 않고 진짜 노비로 보낸다면 금계필담 기록에 비춰 폐서인이 되는 의미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기록대로 정희왕후가 세령이 폐서인이 되기 전에 세령과 승유를 빼돌려 수양에겐 죽은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도망쳐 살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아닐까 조심스런 예측을 해본다. 이게 많은 시청자들이 바라는 결말이 아닌가. 이제 4회 남았으니 원한과 복수 등 정치 얘기는 그만할 시간이다. 비록 역사는 비극이지만 남은 시간은 세령과 승유의 러브신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무색의 소주처럼 차고 뜨거운 남자가 보는 TV속 세상 보기. 바보상자라는 TV를 거꾸로 보면 그 속에 숨어 있는 2인치 세상이 보입니다. http://kafur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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