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홍명보호 올림픽축구팀이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판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하기는 했지만 다양한 해결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윤빛가람의 프리킥골, 김보경의 쐐기골로 2-0 승리를 거뒀지만 조직력, 공격 패턴 다양화 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를 남기며 2달 뒤 2,3차전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몇몇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그 중에서도 새롭게 발탁된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고무열, 김현성 등은 홍명보호의 공격 다양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U-20(20세 이하) 월드컵 멤버 역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인 활약을 펼친 선수를 꼽으라 한다면 단신임에도 활발한 움직임과 빼어난 센스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백성동(연세대)이었습니다. 올림픽팀 데뷔전이었음에도 백성동은 마치 오래 뛴 팀에서 뛰듯 팀에 녹아드는 플레이로 자신을 많이 노출시키며 많은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 한국의 런던 올림픽 축구 최종예선 1차전인 오만과의 경기가 21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경기 전반 백성동이 슛을 하고 있다. 2011.9.21 ⓒ연합뉴스
U-20 월드컵 때와 다르게 공격형 미드필더,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으며 이번 오만전에 나섰던 백성동은 후반 자신감 넘치는 과감한 플레이로 많은 기회를 만들어 냈습니다. 자신의 포지션에만 머무르지 않고 폭넓게 움직이며 기회를 만들어나간 모습은 선배 스타 플레이어들의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빠른 몸놀림에다 지치지 않는 모습으로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활로를 열었던 백성동은 정확한 크로스, 과감한 슈팅까지 보여주면서 인상적인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여기에다 작은 체격임에도 파이팅 넘치는 볼 경합까지도 펼치면서 답답한 흐름을 보였던 홍명보호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공격포인트까지 올리지는 못했어도 백성동의 움직임에 오만 수비진들은 수차례 흔들렸고, 백성동의 활약 덕에 한국은 전반보다 후반에 나은 경기력을 펼치며 희망을 보였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백성동의 활약에 큰 만족을 표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하게 중용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야말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셈입니다.

대학 선수라는 이유로 여타 프로 선수들에 비해 덜 주목받기는 했습니다만, 오만전에서 보여준 백성동의 플레이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171cm 단신임에도 빠른 스피드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친 모습은 과거 이천수, 최성국 등 단신 공격수들의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중앙, 좌우를 가리지 않는 멀티형 선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은 그를 더욱 눈에 띄게 만드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활발한 몸놀림으로 많은 기회를 만들며 주축 선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팀플레이어로서의 재능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아직 U-20 월드컵, 올림픽팀 등 비슷한 나이의 동급 대표팀에서만 두각을 나타냈기에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밑바탕이나 축구 지능, 개인적인 능력을 놓고 보면 충분히 대성할 만 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난 8월 콜롬비아 U-20 월드컵에서도 백성동은 전체적으로 답답한 흐름을 보였던 이광종호 U-20팀에서 김경중과 더불어 거의 '유이'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습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해도 공격 위치에서 언제나 그의 이름이 불릴 정도로 백성동이 남긴 성과는 한국 축구의 한줄기 빛과도 같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백성동은 홍명보호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높인 뒤에 프로팀 데뷔, 나아가 국가대표 A팀 발탁까지도 꿈꾸고 있을지 모릅니다. 몇 경기만 놓고 너무 이른 평가와 기대를 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만 충분히 지금까지 보여준 백성동의 플레이는 많은 기대감을 가져볼 만합니다. '조용한 반란'을 꿈꾸는 백성동의 미래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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