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3 제목이 '짧은 다리의 역습'입니다. 짧은 다리라면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사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인데요, 그 중 한 명이 가난한 여대생 백진희입니다. 돈 없고 빽 없고 빚만 많은 청년 백조. 백진희를 당대에 비교한다면 미래의 88만원 세대죠. 대학은 학비 때문에 3학기 동안 휴학했고요, 고시원에서 취업준비를 하며 힘들게 지내고 있죠. 방세를 몇 달치씩 밀려 주인에게 방세를 주든지, 아니면 당장 방 빼라는 소리에 늘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방세도 못 내는데 밥은 오죽하겠어요. 통장 잔고는 220원뿐인데요, 학자금 상환 독촉까지 받으니 늘 배가 고픕니다. 대학선배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반 년 만에 삼겹살을 먹다보니 핏기도 가시지 않은 고기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정말 측은하기까지 했습니다.
백진희는 취업을 하기 위해 서류만 200번 떨어졌고, 면접만 50번을 본 취업장수생입니다. 좁은 고시원 침대에 웅크려 자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우리 주변의 88만원 세대 모습인데요, 그래서 백진희의 지상 최대 과제는 바로 취업입니다. 자나 깨나 취업, 또 취업 생각뿐입니다. 취직을 해야 밀린 방세도 주고, 삼겹살도 실컷 한 번 먹어보죠. 그런데 그녀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삼진물산에서 1차 서류에 합격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게 아니겠어요? 무려 50번의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백진희는 마치 로또에 복권된 것처럼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면접 전날, 오피스룩을 입은 자기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죠.
그런데요, 하늘이 준 기회인가요, 갑자기 면접장에 박규 사장이 나타났습니다. 면접생들 앞에서 사장은 자기 자랑을 늘어놨습니다. 발바닥에 땀이 나는 것으로는 안 되고, 발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뛸 각오가 돼 있는 사람만 들어와야 한다는군요. 한 마디로 죽어라죽어라 일해야 한다는 거예요. 사장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남들이 한 시간씩 먹는 점심을 딱 5분 만에 먹었고, 짜장면은 10초 만에 먹고 일했다는군요. 이런 정신으로 살아야 살벌한 취업전쟁에서 살아남는다고 하자, 백진희는 어차피 떨어진 것 같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기도 10초 만에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면접관이 초시계를 들고 '시작'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백진희는 죽을 각오로 짜장면을 입에 넣었습니다. 그녀는 짜장면을 먹는 게 아니라 입속으로 마구 집어넣었습니다. 입안에 짜장면이 가득 차 있었지만 꾸역꾸역 짜장면을 밀어 넣는 모습이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보는 듯 했습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데, 휴학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런게 기적이 일어났어요. 백진희는 9초 73, 즉 10초 안에 짜장면 한 그릇을 먹었습니다. 백진희 스스로도 자기가 10초 안에 짜장면을 먹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약속대로 백진희는 인턴으로 삼진물산에 취직이 됐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을 10초만에 먹으며 어렵게 취직한 삼진물산. 인턴이지만 열심히 해서 꼭 정규직이 되겠노라고 했지만, 우리 사회는 그녀 뜻대로만 되지 않네요. 극중 조직폭력배는 88만원 세대들이 아무리 취직을 하려고 발버둥 쳐도 학력과 빽 등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고편을 보니 백진희가 조직폭력배들에게 붙잡히고, 삼진물산 사장이 '10초 안에 오지 않으면 합격을 취소시켜'라는 말이 들리던데요. 이 사장 10초란 말 정말 좋아하네요. 백진희는 또 10초안에 가기 위해 죽어라 뛰는데요, 과연 그녀가 제 시간 안에 회사로 올 수 있을까 걱정되네요.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블로그 http://fiancee.tistory.com 를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