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예능에 비상등이 켜졌다. 강호동의 하차로 인해 <1박 2일>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비상이지만, <런닝맨>과 <나가수>에게는 호재 중의 호재임이 틀림없다. <런닝맨>은 최근에 동북공정 자막 실수로 인해 홍역을 치렀고, <나가수>는 인순이 탈세 의혹으로 인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1박 2일>은 강호동과의 이별 여행도 없이 강호동을 하차시키고 바로 이어가기로 했다. <1박 2일>은 당분간 인기몰이를 하기 힘들 것이다. 강호동의 강력한 리더십은 <1박 2일> 전체를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영향력은 강호동이 빠지고 나서 더 실감나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또한 <남자의 자격>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청춘합창단은 감동도, 재미도 주지 못하고 있다. 너무 늘어지는 경향도 있고, <남자의 자격>을 위해 급조한 듯한 KBS 전국 합창 대회 또한 긴장감이 떨어졌다. 참여한 어르신들의 스토리는 진정성이 있고, 존경하고 싶은 분들이시지만,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워낙 활약을 못하고 있어서 재미면에서 급격히 떨어진다. 중간 중간에 다른 장기 프로젝트들도 보여주긴 하지만, 청춘합창단에 묻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가수>는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게 생겨버렸다. 앞으로 몇 가지 호재들이 있긴 하지만, 인순이의 탈세 의혹은 강호동과 맞물리면서 강항 후폭풍을 몰고 올 기세이다. <나가수> 측은 인순이를 그대로 데려가자니 문제가 되고, 하차시키기에는 너무도 큰 존재이고. 인순이가 자진 하차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자진 하차를 한다 해도 <나가수>에는 그보다 더 ‘레전드급’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러기엔 인순이의 영향력이 너무 쎘다. 조용필이 특별 출연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연에 참여하는 가수로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호주에서 열리는 <나가수> 콘서트가 있긴 하지만 10월에 열리고 방송으로 나오려면 10월 말쯤은 되어야 하기에 이미 그 안에 승부는 정해지게 될 것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런닝맨>이다. 솔직히 <런닝맨>의 포맷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보지 않는데, 요즘 하도 볼 것이 없다보니 <런닝맨>을 보게 된다. 이번 만리장성 특집은 재미있게 잘 보았다. <런닝맨>의 한계는 바로 랜드마크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런닝맨> 멤버들이 뛰어다닐 공간이 별로 없다. 게다가 연예인이기에 낮에 활동하기란 무리가 있다. 이미 한국에서 할 만한 곳은 다 뛰어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을 공략한 것은 멋진 전략이었다. 한류에 대한 것도 보여줄 수 있고, 한번 해외 촬영을 하면 그걸로 몇 주를 뽑아낼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청자도 해외 특집에 3주~4주 정도 할애하는 것에 대해서 별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었을 테니 말이다.

<런닝맨>은 <1박 2일>이 휘청한 사이 달음질해 간격을 매우고 선두를 잡으려면 더 빨리 더 멀리 뛰어야 할 것이다. 요즘 방사능 때문에 여행객이 없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일본이나 호화 리조트가 많은 동남아 지역을 공략한다면 크지 않은 제작비로 해외 랜드마크를 소개하고 뛰어다니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장애물도 많이 있다. 우선 유재석의 출연료도 지급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과연 해외 촬영을 감행할 정도의 제작비가 충분하냐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 송지효가 양약 부작용이 생겨서 몸도 안 좋은 상태다. 계백의 촬영 환경이 매우 열악한데다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하는데, 계백에서 의자왕과 계백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만들어가는 여주인공이어서 해외 촬영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중국 촬영에서도 하루 늦게 도착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또한 최근 블로거 라이프대구님이 밝힌 동북공정 자막 실수에 대한 글에서도 <런닝맨>에 대한 인심을 읽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런닝맨> 제작진은 바로 사과문을 올려서 진화에 나섰다. 발 빠른 대응은 <런닝맨>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또한 최근 소녀시대를 등장시켜 스포일러까지 나돌아 <1박 2일>을 떠난 시청자들을 잡을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을 잡은 것 같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런닝맨>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유재석이니 말이다.

새로운 복병, <바람에 실려>.

최근 임재범의 기사로 뉴스가 도배가 되었다. 미국 공연에서 극찬을 받았다는 이야기와 버클리에서 많은 학생들이 와서 감동을 받았다는 등의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임재범이 미국을 횡단하며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에 실려>이다. 미국 현지에 한국의 음악을 알리고 한류가 거품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현재 K-POP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트랜드가 되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타이밍은 좋은 것 같다. 게다가 한국인이 자부하는 임재범이 나오기에 더 기대가 크다.

메인MC가 임재범이기에 리스크도 크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게 될 것 같다. 전문 MC가 아니기에 핸디캡도 주어지고 기대치도 낮을 것이기에 조금만 성실하고 재미있게 진행한다면 호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나가수> 전에 시작을 하기에 <나가수>에 임재범이 나오는 것 같은 효과를 주어 <나가수>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시간대는 <나가수>보다 먼저 시작하고, <런닝맨>, <남자의 자격>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밤>이 내 놓은 전략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밤>이 <나가수>에 조금 힘을 빼고 바람에 실려에 총력을 다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임재범의 음악에 대한 진정성.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임재범의 음악을 알고 싶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에 충실히 한다면 바람에 실려는 <일밤>이 다시 일요일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미 <일밤>은 <나가수>에서 그런 기회를 얻었었다. 강호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수>는 <1박 2일>을 꺾을 수 있는 포맷과 기획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었었다. 그러나 제작진의 계속되는 판단 미스와 독단으로 인해 점점 존재감이 흐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강호동이 없어도 <1박 2일>을 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의 실려>가 잘 기획되고, 시청자의 의견에 귀를 열고 잘 걸러내서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의 실려가 잘되면 <나가수>도 덩달아 빛을 볼 수밖에 없다. 우선 바람의 실려를 보던 시청자들은 <런닝맨>으로 갈 수 없다. <런닝맨>의 중후반쯤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에 대한 감동이 남아 있기에 <나가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강호동의 파장이 예능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다. 강호동이 이렇게 은퇴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정말 인생 덧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지만, 이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MC들이 탄생할 것 같고, 빛을 못 보던 프로그램들이 재조명받기 시작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고, 강호동에게 몰렸던 제작비가 분산됨으로 예산의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장치들도 재투자 될 것이고, 프로그램들은 더욱 알차게 될 수도 있다. 강호동 1회 출연료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강호동을 못보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새로운 스타MC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고, 다양한 장르의 MC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일요일 밤의 왕좌는 누가 차지할까? <런닝맨>일까, <일밤>일까, 아니면 <1박 2일>이 유지할 것인가...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중문화. 그 곳을 말한다.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