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라디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7년 형 확정판결을 편지 형식을 빌려 풍자한 주진우 기자에 대해 KBS 내부 심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KBS 이사회에서 황우섭 이사는 KBS1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의 10월 29일 자 방송 내용을 지적했다. 황 이사는 주진우 기자의 발언 일부를 언급하며 “개인방송이라 하더라도 비난받을 내용”이라고 밝혔다.

황 이사는 “수감되는 전직 대통령에게 조롱과 비아냥, 저주를 퍼붓는 게 방송됐고 이는 방송사고에 해당된다”며 “(KBS 사내)방송심의위원회 의견을 보면 이에 대한 아무런 의견이 없다가 11월 3일 주진우가 오프닝에서 사과했다. 어떻게 조치된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주진우 기자는 10월 29일 KBS1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서 '존경하는 이명박 각하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사진=KBS)

임병걸 부사장은 “임원 회의에서 공영방송 MC로 적절했는지, 윤리와 품격, 공정성에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이 나왔다. 양승동 사장은 ‘공식 석상에서 개인 의견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으니 면밀하게 검토해 앞으로 그러지 말라’며 엄중하게 경고성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생방송이었기에 당시에는 심의 하지 않았지만 심의실에서 이 문제가 제작 윤리, 제작가이드라인 위반 여지는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황 이사는 “검토 정도가 아니라 양승동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김상근 이사장도 “지난 이사회에서 KBS 임직원 및 출연자들의 공적 발언에 관한 규정을 논의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유감스럽다”며 “이후 결과에 대해 보고해달라”고 했다.

주진우 기자는 이 전 대통령이 징역 17년의 실형을 확정받은 10월 29일 방송에서 ‘존경하는 이명박 각하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주 기자는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또 신기의 도술을 부릴까 봐, 감옥에 갔다가 또 나올까 봐 정말 제가 감옥 가는 재판을 받을 때보다 더 떨렸습니다”, “각하를 거울삼아 더욱더 꼼꼼하고 치열하게 살겠습니다”, “이 땅의 정의를 위해서 각하 17년 감방생활 건강하고 슬기롭게 하셔서 만기출소 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각하, 아흔 여섯 살 생신 때 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지난 3일 ‘막말 방송을 방치하는 KBS 양승동 사장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빈정거리는 저속한 조롱을 방송으로 내보냈다”며 “엄중 조치하지 않으면 양 사장 본인이 직접 그 책임을 지는 사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주진우 진행자의 하차를 요구했다. 황보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영방송 KBS가 팟캐스트로 전락했다”며 “KBS 양승동 사장이 공영방송의 명예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선동가 주진우를 즉시 해고하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KBS 공영노조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의 품위와 미덕이 쓰레기통에 들어갔다”며 “사실상 정권을 기획한 그룹의 일원이 자기 멋대로의 편견과 조롱을 마음껏 발산하는 데 KBS가 도구로 사용되도록 허용하고 조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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