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하정 칼럼] 요즘처럼 온라인시대를 절감한 때는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회의를 비롯한 각종 만남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미디어이용률이 크게 늘어났다. 그중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오래 이용하는 앱으로 조사됐을 만큼,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에서도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실감하며 유튜브에 대한 이해를 취지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이용자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특히 최근에 담화형식으로 촬영한 ‘모두를 위한 유튜브’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프로젝트의 정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튜브 내의 다양한 영상의 의도와 취지, 이용 현황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각종 통계의 숫자로 읽히지 않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필자는 이 프로젝트와 함께하며 평소에 보지 못했던 여러 유튜브 채널과 영상들을 접하게 되었고 유튜브가 우리 사회에서 지니는 의미에 대해 새삼 고민하게 되었다. 그건 기성 매체에서는 느끼지 못한 유튜브만의 특별한 매력을 발견하게 된 데에 연유했다.

유튜브 로고(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유튜브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당사자가 화자가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은 기존 방송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기존 방송에서는 여성운동, 성소수자, 비건 문화, 난민, 장애인 등과 관련한 주제를 다룰 때 제3자의 시각으로 타자화 하거나 일회성 주제로 기획한다. 정작 이들이 주인공인 적은 없으며 때때로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에둘러서 다룰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방송 출연을 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편집에 의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의미로 전달되기도 하고 그들의 의도에 끼워 맞춘 단편적인 ‘문장’만 나가는 경우가 수다하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 다양성은 이미 존재했다. 다만 기존 방송에서는 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와 보수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 유튜브에서는 있는 그대로를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어떻게 저렇게 사랑스럽게 찍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만의 일상 브이로그를 통해 동성애는 사람과 사람간의 자연스러운 연인의 사랑일 뿐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 채식만으로도 충분히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으로 먹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기존 성에 대한 관념과 차별에 대항하며 여성들만의 자체 예능프로그램을 만든다. 결국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며 이들은 이야기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오히려 의도된 제3자의 시각보다 당사자들이 전하는 스토리가 더 강력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유튜브에는 단순 재미로 만드는 콘텐츠들도 무수히 많지만 의외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해서 만든 영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갖가지 혐오차별에 대항하며 자체적으로 팀을 구성해 콘텐츠를 만들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며 미니멀리즘,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스스로 실천하며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시청자는 구독과 좋아요, 댓글 등으로 그들의 영상에 응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삶에 녹여낸다. 유튜브를 통한 개인의 목소리는 이렇게 대중에게 전달되고 그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전부터 타인과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하고 전문적인 능력을 가지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써 매우 엘리트 중심주의였다. 하지만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라는 도구를 통해 이제 그 힘의 범위가 사회 공동체원 모두에게로 뻗어나가고 있다. 민주정치의 광장이 온라인 영역으로 들어온 지 꽤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는 듯하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도 코로나감염확산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온라인 활동의 영역이 중요해졌다. 각종 토론회 개최나 시민과의 소통라인으로 유튜브의 역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온라인 연대’라는 방식으로 사회운동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오지 않았나 가늠해본다.

물론 유튜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온갖 허위사실이 재생산되거나 혐오차별이 확산되는 등 문제가 없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밝은 면을 잘 이용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제 유튜브를 ‘잘’ 이용할 때이다. 각 영역에서 어떻게 하면 유튜브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고 사회적 연대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 김하정 언론인권센터 사무차장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884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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