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 논란이 법무부, 청와대로 확대되면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은 추미애 장관과 민주당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언론 일각에서 검찰 특활비 논란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정쟁의 연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은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특활비 유용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호응하면서 시작됐다. 이와관련해 국민의힘은 법무부가 검찰에 배정된 특활비 일부를 상납받아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 법무부 특활비가 함께 검증 대상에 오르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간사, 조수진 의원 등이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국회 법사위의 검찰과 법무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현장검증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법사위 여야는 9일 대검찰청을 방문해 대검과 법무부의 특활비 지급내역과 집행서류를 열람했지만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측은 윤 총장 개인 특활비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측은 법무부의 특활비 자료제출이 부실했고, 수사도 하지 않는 법무부가 부당하게 특활비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검찰국이 10억 원가량의 특활비를 지급받았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를 포함한 모든 정부부처 특활비 사용 내역을 검증하기 위해 국정조사나 특위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0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증빙이 필요없는 특활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우리 정부 들어와 특활비를 40% 줄였다. 혁명적일 정도로 줄였다"며 "내년도 특활비도 상당 부분 줄여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특활비 비목의 존치는 필요하다. 특활비가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투명화하는 큰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특수목적을 수행하는 것이다보니 다른 예산 사업보다는 대외 공개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검찰국에 지급된 특활비 10억원 가량이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청와대 특활비 상납 사건과 유사하다는 조 의원 질의에 홍 부총리는 "사례가 다르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검찰청은 독립 소관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법무부의 한 소관으로 예산을 편성한다"고 부연했다.

실제 정부 특활비는 2017년 4007억원에서 2021년 2384억원으로 40.5% 줄었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국정원 특활비 예산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국정원 특활비 예산은 2018년 '안보비'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편성됐는데 2018년 4630억원, 2019년 5609억원, 2020년 6895억원, 2021년 7460억원으로 매년 불어나고 있다.

이와관련해 11일 보수언론은 여권 비판에 집중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수사 않는 법무부가 특활비 10억원 왜 썼나>에서 "이쯤 되면 추 장관과 여당 의원들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추 장관은 본인이 관할하는 조직에 대한 의혹인 만큼 신중히 조사하고 답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허위로 드러날 의혹에 대해 주저없이 동의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수사도 하지 않는 법무부가 왜 10억원이 넘는 돈을 해마다 받아 쓰는지 꼭 밝혀야 한다"고 했다 .

동아일보는 사설 <이번엔 특활비로 檢 수사 통제하려는 秋와 與>에서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다루는 법무부 검찰국이 거액의 특활비를 전용해 온 것은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 되는 구태"라며 "제도 개혁은 도외시한 채 윤 총장 공격용으로 특활비 문제를 꺼내 든 여당 내에선 내년 예산에서 검찰 특활비만 삭감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법무부 감찰국 특활비는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와 무엇이 다른가>에서 "법무부가 검찰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소환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들로부터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아 뇌물과 국고 손실 혐의 유죄가 선고됐다"며 "같은 논리로 검찰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가진 법무부가 검찰로부터 특활비를 받아 용도 아닌 곳에 썼다면 뇌물이고 국고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권은 이전 정부 특활비를 적폐로 몰았다.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특활비를 줄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내년 정부의 특활비는 2384억원으로 올해(2536억원)보다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8년부터 특활비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정원 특활비를 '안보비'로 이름을 바꿔 별도 항목으로 만들어놓았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쟁의 도구로 특활비 문제를 꺼낸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일보는 10일 사설 <여야 검찰 특활비 검증한다더니 '맹탕'>에서 "특활비 점검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와 목적에 따라 이뤄진 만큼 여야 검증은 특활비 집행 투명성 확보 등 제도 개선책 찾기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했다. 한국일보는 "법무부·검찰 특활비 검증에서 여야는 당초 기대한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며 "법무부와 검찰이 구체적인 특활비 집행 내용 자료를 기밀 등의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관련법상 의무 공개 대상이 아니어서 5일 특활비 공방이 벌어졌을 때부터 예상돼온 바"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중심에 놓고 여야가 벌이는 이런 소모적 정치 공방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라고 일갈했다.

서울신문은 같은 날 사설 <법사위 특활비 현장점검, 정쟁 이전투구 연장 안 돼야>에서 "한 번의 현장 검증으로 세부 집행 내역까지 확인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벌어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급기야 특활비 사용의 적정성에까지 번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특활비의 문제를 정치권의 정쟁과 이전투구의 소재로 악용하는 탓"이라며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듯 민생과 무관한 정쟁이 가열될수록 민생법안과 예산 심의라는 정기국회 본연의 기능이 사라질 우려가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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