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MBN에 대해 영업정지 6개월 행정처분을 결정하자 언론 일각에서는 이를 방통위의 '강수'로 해석, 재승인 조건 위반 위기에 놓인 TV조선이 불안감에 휩싸였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TV조선은 방통위를 상대로 재승인 조건에 해당하는 방송심의 법정제재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일부 재승인 조건 자체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통위가 MBN에 내린 '영업정지 6개월'은 전례들과 비교해 중징계임에 틀림없지만 MBN의 불법행위와 방송법에 비춰볼 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언론 보도가 MBN의 불법행위와 방통위 행정처분 수위를 단순중계하는 데 머물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방통위의 MBN 행정처분 이후 '종편 위기감'을 언급하는 보도들이 지속되고 있다. '종편 잔혹사', 'TV조선에 불똥튀나', '종편 승자의 저주', '떨고 있는 종편', 'TV조선도 긴장', 'MBN·TV조선 불안감 고조', '재승인 안갯속' 등의 표현이 기사 제목에 쓰이고 있다.

MBN 행정처분에 TV조선 재승인 위기가 거론되는 이유는 TV조선의 올해 방송심의 법정제재 건수가 총 6건이고, MBN에 대한 방통위의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이 강한 제재라는 인식 때문이다. TV조선은 지난 4월 ‘공정성, 대담·토론프로그램 형평성·균형성·공정성 유지, 객관성, 인권보호, 윤리성, 품위유지, 방송언어 조항을 위반한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할 것’이라는 재승인 조건을 부과받았다. 여기에 MBN이 이어진 재승인 심사에서 총점 1000점 중 640.50점을 획득, 재승인 기준점수(650점)에 미달하면서 종편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뤄지는 것이다.

TV조선은 올해 받은 방송심의 법정제재 6건 중 3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법정제재 건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존 건수에 반영하지 않는다. 다만 TV조선이 제기한 행정소송 중 1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일 법정제재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올해 안에 법원이 나머지 법정제재 2건에 대한 적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TV조선 측 항소제기가 없을 경우 재승인 조건 위반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내릴지 곧바로 행정처분 논의에 착수할지 미지수다.

또 TV조선은 방통위로부터 부과 받은 재승인 조건 중 일부 조건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심의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 중 '2020년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법정제재 건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단서조항에 대한 취소 소송이다. TV조선의 재승인 시점은 올해 4월로, 이전의 법정제재를 소급하는 조건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TV조선은 재승인 당시 올해 법정제재 건수가 4건이었다. TV조선 측은 사실상 '1건 이하 유지' 조건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올해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1월부터 4월까지의 법정제재 건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017년 TV조선 재승인 조건 부과 당시 방통위가 법정제재 건수 집계 시점을 재승인 이후 시점으로 적용한 사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2017년에 법정제재 건수 조건이 처음 부과되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단서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13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MBN에 대한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은 한국 방송사상 '초유의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솜방망이 징계'라는 시민사회 비판에 직면해 있다. MBN은 2011년 설립과정에서 자본금 충당에 실패, MBN 임직원 명의로 556억원을 차명 대출받아 법인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불법충당했다. MBN은 이를 통해 2011년 최초승인, 2014년·2017년 재승인을 받았다.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 재판 등으로 자본금 불법충당과 재무재표 허위 작성이 사실로 드러났다.

방송법 18조는 방송사업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승인을 얻는 경우 ▲등록취소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광고중단 ▲허가·승인 유효기간 단축 등을 방통위가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방송사업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방송 허가·승인을 받을 경우에는 '승인취소', 허위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재허가·재승인을 받는 경우에는 '업무정지 6개월 또는 허가·승인 유효기간 단축 6개월'로 정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별표 1의 2'에는 방송사업자 허가취소 등에 대한 기준과 감경·가중 사유가 명시돼 있다. 감경사유는 ▲위반행위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위반의 내용·정도가 경미하여 시청자에 미치는 피해가 적다고 인정되는 경우 ▲위반 행위자가 처음 해당 위반행위를 한 경우로서 5년 이상 방송사업을 모범적으로 해 온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위반행위자가 해당 위반행위로 인해 검사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경우 등이다. 가중사유는 ▲위반행위가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가 아닌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위반의 내용·정도가 중대하여 시청자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MBN의 중대한 불법행위는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가중 사유에 해당한다며 "방통위가 면죄부를 줬다"고 총평했다. 방통위는 협력업체와 시청자 피해, 고용문제, 합의제 정신 등을 고려해 '승인취소' 처분에서 감경했다고 설명했지만 시민사회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MBN이 법적대응에 나선다면 재판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방통위 행정처분 효력이 중지돼 MBN이 상당기간 방송업무를 유지할 수 있고, 6개월 영업정지는 MBN 매출에 영향을 미쳐 고용불안과 협력업체 피해, 시청권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승인취소와 1년간의 방송유지 명령을 통해 대주주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시민사회 입장이다.

아울러 MBN은 이어진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해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 요건에 해당되지만, 앞서 방통위가 승인취소가 아닌 영업정지를 결정한 만큼 재승인 거부가 아닌 조건부 재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이날 방통위는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MBN에 대한 영업정지 6개월 행정처분을 의결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MBN의 불법행위와 방통위 행정처분의 본질을 주요 언론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의·중과실에 해당하는 MBN의 불법행위와 이에 대한 방통위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할 언론이 단순히 MBN과 방통위의 입장을 받아 전하 는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민언련은 5일 모니터 보고서에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7개 방송사,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살펴본 결과 모든 신문·방송사가 관련 보도를 내놨지만 대부분 결정사실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며 "방통위 결정이 적정한지, 명분과 실효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MBN 자매사이자 MBN 지분의 32.64%를 가져 소유지분 제한규정(30% 이상 소유불가)을 위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매일경제는 <방통위, 6개월 업무정지 처분에… MBN "방송중단 없도록 법적 대응">기사에서 MBN 입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TV조선은 <방통위, MBN 업무정지 6개월 처분…내년 5월부터 방송 못해> 리포트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은 'MBN에 대한 방송중지 처분은 내년 재보궐선거, 내후년 대선, 지방선거를 위한 종편 길들이기'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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