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무한도전이 방송품위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제제하려 하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무한도전을 제제하려는 이유를 '출연자들이 과도하게 고성을 지르거나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는 등의 내용을 장시간 방송해 이에 민원이 들어왔다. 유사한 내용으로 반복적인 지적이 있었음에도 개선이 되지 않아 소위원회에서 중징계 의견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은 하하의 고성부분과 '대갈리니', '원펀이 파이브 강냉이 거뜬', '드릅게~'등의 저속한 표현이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는 모습과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하는 모습들이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김태호PD는 겸허히 지적을 수용하고 제작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무한도전은 비속어 사용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주의를 받아온 경력이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과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단지 어느 정도 수준의 비속어나 표현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난하지만 또 다른 일부에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징계의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경고조치를 받게 되면 해당 방송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방송의 문제를 인정하는 사과 방송을 내보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여러 드라마들과 심지어는 뉴스데스크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수준인 '시청자 사과 및 관계자 징계'조치가 내려진다면, 더 이상 김태호PD가 만드는 무한도전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경고'수준의 중징계를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관계자 징계조치를 받을 가능성은 무척이나 적어 보인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 독도 문제를 향해가던 지난주 <무한도전>의 자막은 '다빈치코드'급 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적한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김태호PD가 밝힌 이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관계자 징계에 해당하는 징계를 내리는 것은 확실히 과한 면이 있다. 이번 스피드 특집에서 보듯이 무한도전은 그 이면에 언제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겉이 좀 천박스러운 것도 실은 무한도전이라는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방법의 일부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예능프로그램이 여러 가지 암시와 힌트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독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이 실은 무척 품위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언어사용과 몇몇 표현에 대해서 적당한 수준의 조치만을 취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경고'조치를 상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들어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1월 중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소셜네트워크 심의팀을 별도로 설치하려는 등, 심의를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조 때문에 무한도전에게 과한 제제를 하는 것을 논의할 수 있겠다는 노파심이 있다.

무한도전은 그 표현이나 비속어 사용 등으로 인해서 품위 없는 작품으로 평가절하당하기엔 작품 자체의 가치가 매우 훌륭한 방송이다. 예로부터 전해내려온 한국 고전문학에도 속된 표현과 거침없는 묘사들이 당당하게 들어가 있으며, 이것들은 당시의 시대상과 해학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로서 우리에게 전파되고 있다. 이런 작품들을 우리가 품위 없는 저속한 것들이라고 하지 않듯이 무한도전도 그냥 품위 없는 방송으로 말하기엔 심각하게 무리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런 점을 잘 파악하여 적절한 수준의 징계를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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