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달미와 도산이 첫 키스를 했다. 서로의 사랑을 완벽하게 확인하는 과정이다. 지평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려다 실패하고, 다시 달미에 대한 감정을 키워나가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린 시절 편지를 써줬던 도산은 첫사랑이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지만 거짓인 도산을 갑작스럽고 우연하게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달미로서는 그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 수는 없었다. 그렇게 조금 이상하지만 자신의 첫사랑인 도산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함께 생활하며 사랑은 자연스럽게 커져 갔다.

모든 것을 털어놓기 위해 달미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운명은 도산에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비밀을 밝히기 위해 찾은 그곳에서 새로운 비밀을 만들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도산은 그렇게 또 다른 비밀까지 안게 되었다.

tvN 주말드라마 <스타트업>

철산을 병원으로 데려간 날 그곳에서 본 실명이 언급되었던 할머니가 바로 달미의 친할머니였다. 달미 할머니 원덕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손녀에게는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 알린다고 치료가 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짐을 지우기 싫었다.

의도하지 않은 비밀에 도산 때문에 달미가 받을 충격이 걱정되어 집을 찾은 지평으로 인해 기괴한 조합이 완성되었다. 편지를 쓴 진짜 주인공 지평은 마치 원덕과 초면인 것처럼 연기를 해야 했고, 편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진짜 도산은 지평과 친형제나 다름없는 존재로 연기를 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하나 달미를 위한 행동이었다. 화장실 전등을 갈아달라는 할머니의 말에 경쟁하듯 나선 도산과 지평의 모습은 재미있었다. 달미를 두고 경쟁하는 두 남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지평은 달미를 사랑한다. 아니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할 뿐 그 감정은 분명하다.

461개의 말도 안 되는 질문 폭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달미가 보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질문에 답을 정리해 보내주었다. 투자 전문가가 이런 일을 해줄 수는 없다. 달미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할머니가 보여준 사랑에 대한 내리사랑일 수도 있지만, 그건 분명한 한계가 있다.

tvN 주말드라마 <스타트업>

지평의 마음과 달리, 달미의 마음은 명확하다. 갈치가 비싸다며 도산에게는 큼지막한 토막을 전했지만, 지평은 달랐다. 할머니와 도산은 가족이라 생각하지만, 지평은 아니라는 달미의 마음이다.

이런 감정선은 이들이 집을 나서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다시 확인된다. 달미 머리에 붙은 실을 발견한 지평은 떼어줘야 하지만 함부로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게 지평인 느끼는 선이었다. 하지만 도산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가가 머리에 붙은 실을 떼어줬다. 지평이 만들어 놓은 도산이라는 존재가 이미 달미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날 이후 지평은 감정을 정리하기에 바빴다. 도산을 위해 가져온 '성공기원' 화분을 버리고, 달미의 연락마저 거부하는 지평은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건물 관리인이 불법 폐기라며 화분을 돌려주고, 회사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달미와 만나며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편지와 화분은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매개물로 등장한다. 달미와 연결되는 중요한 매개라는 점에서 이는 감정이입이 되어 중요한 의미로 자리하고 있다. 지평이 꽃집에서 파는 식물영양제를 사와 달미가 선물한 화분에 꽂는 것은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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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찾아 다시 한번 화를 돋우는 원두정 부자. 그리고 자신의 노력을 폄하하며 의붓아버지 덕이라는 달미에게 인재는 덫을 놨다. 자신은 피하고 싶은 원 회장의 일을 달미에게 해보라고 제안하는 것은 악랄한 행동이다.

그네 타는 아이를 형상화한 '샌드박스'의 가치는 인재가 아닌 달미였다. 윤 대표는 인재가 그 주인공이라 생각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돈벌이만 잘하는 인재를 보며 실망했다. 서 대표 아이라면 다른 가치를 추구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재가 달미에게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윤 대표 때문이다. 달미도 자신과 다를 바 없이 돈이나 밝히는 존재라는 인식을 주기 위함이었다.

지평 역시 걱정이었다. 능력 있는 이들을 그저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원 대표의 행동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달미가 그런 원 대표의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원 대표는 인재를 골탕 먹이기 위해 달미와 도산의 삼산텍을 아르바이트 정도의 일거리를 주며 농락했다.

달미에게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자 자부심이기도 한 아버지를 선택한 것을 조롱하는 원 회장에게 응징한 것은 도산이었다. 명패를 깨며 이런 일은 할 수 없다며 나서는 도산. 그런 도산에게 키스를 하는 달미. 달미는 이 행동에 확신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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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내용과 실제 만났던 도산이 다른 점이 많아 혼란스러웠지만,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이들은 원래 하기로 했던 일을 하기로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자신들이 개발한 AI를 결합시키기로 말이다.

인식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통해 음성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전달해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산은 달미 할머니를 만나고 온 이후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 사업은 진짜 그네 타는 소녀가 누구인지 윤 대표가 알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이 기술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이를 발명해 적용하고 있다. 오직 돈을 위해 기술을 사용하기보다 사회를 보다 이롭게 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결국 모두를 위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악랄한 사업가 원 대표의 횡포는 점점 거세진다. 회장실에서 벌어졌던 그 사건을 빌미 삼아 인재 달미 자매를 괴롭히고, 도산을 위협하는 이 자에 대한 복수가 어떻게 이어질지도 궁금해진다. 돈보다 가치를 더 중요시한 삼산텍이 어떻게 성공해나갈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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