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 ⓒKBS
KBS의 민주당 불법 도청 의혹이 불거진 지 1주일여가 지난 시점에,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보도본부 간부들이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들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졌다. 비용 역시 대기업 홍보팀에서 지불해, '부적절한 접대 골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보도본부 간부들은 7월 2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H기업 소속의 'H골프장'에서 H기업 홍보팀 관계자들과 함께 골프를 쳤다. 7월 2일은 민주당이 당대표실 불법 도청 의혹을 제기했던 6월 24일에서 1주일여가 지난 시점이다.

한 관계자는 "당시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좌우를 막론하고 도청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시점이었다"며 "도청 의혹을 받고 있는 보도본부의 수장이 고위 간부들을 데리고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KBS 새 노조 "KBS윤리강령 위반…왜 감사실은 손 놓고 있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엄경철) 역시 19일 성명을 내어 "KBS가 본격적으로 도청 의혹에 휩싸인 시점에 '도청 의혹'의 막중한 책임 위치에 있었던 고대영 보도본부장이 한가하게 접대 골프를 친 것"이라고 지적하며 "더 큰 문제는 회사 관용차를 타고 접대 골프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KBS본부는 "청문회 등에서 고위공직자의 관용차 사적 이용을 감시하고 문제삼는 보도를 해왔던 KBS의 최고위 간부가 사적으로 관용차를 타고 골프접대를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스스로 자리를 내놓아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 2005년 당시 부산총국장도 관용차를 타고 휴일에 골프를 치러 갔다가 논란이 일어 결국 책임을 졌다"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이 같은 골프가 "KBS인은 직무 관련자로부터 제공되는 일체의 금전, 골프 접대, 특혜 등을 받지 않으며 부당한 청탁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KBS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어 "그런데도 감사실은 왜 눈치만 보고 있는가? 진상을 대부분 파악하고도 손을 놓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KBS 최고위 간부들이 대기업으로부터 접대 골프를 받고, 감사실은 알고도 눈을 감고 있는 지금의 풍경이 김인규 사장 2년 체제의 도덕성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KBS본부는 "사회적 강자인 대기업으로부터의 접대골프가 KBS보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접대는 언젠가 대기업의 민원, 청탁으로 돌아올 것이 명약관화하며 보도본부 간부들의 마음에 친기업적 성향을 만들 것"이라며 "이래서야 공영방송의 책무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가능하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KBS 사측 "4월 광고주모임에 대한 답례 차원…보도본부장이 직접 H기업에 협찬 부탁"

이에 대한 KBS 사측의 입장은 "골프를 친 것은 맞다. 비용 역시 H기업이 지불했으나 떳떳한 자리였다"는 것이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날 골프를 친 것은 맞고, 비용도 H기업이 지불했다"고 확인해 줬다. 그러나 배 실장은 "4월에 KBS가 주관이 되어 광고주 모임을 열었었다. KBS가 공영방송이긴 하지만 광고수익 역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7월 2일 골프는) 4월 모임에 대한 답례 차원이었다. 답례 차원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대접을 받으러 갔고 H기업이 골프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우리는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도청 의혹이 불거진 지 1주일여 만에 '접대 골프'를 쳤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골프를 치려면 최소 한 두달 전에는 약속을 잡아야 한다. (도청 의혹이 터졌다고 해서) 어떻게 약속을 취소할 수 있겠느냐"며 "오비이락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KBS는 19일 'KBS홍보실' 명의로 발표한 <KBS본부 노조의 성명에 대한 입장>에서 "지난 7월 보도본부장은 한 달 뒤 열리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주관방송사로서 공식적인 업무협의차 주요 광고주인 H기업 관계자와 회동했다"며 "당시 대회가 임박했으나 협찬사를 최종 결정하지 못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스포츠국장의 건의와 요청에 따라 마련된 공식적인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공식 업무였기 때문에 공사의 임원인 보도본부장이 당일 공사의 차량을 이용해 정상적인 업무활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성 실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왕에 자리가 마련되기도 해서, 우리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구육상선수권대회의 스폰서를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보도본부장이 직접 (협찬사로 참여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영방송 보도본부의 수장이 골프 자리에서 광고주에게 직접 협찬을 부탁한 것 역시 부적절한 것이어서 향후 이 대목도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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