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구미호가 이무기를 잡기 위해 경고를 날렸다. <구미호뎐> 9회는 어둑시니로 인해 자신의 무의식 속에 갇힌 3인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이연과 이랑, 그리고 지아는 그렇게 어둑시니가 건 감옥 속에 갇힌 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수렁에 빠졌다.

상대의 가장 어둡고 숨기고 싶은 공포를 끄집어내는 어둑시니가 이무기의 지시를 받고 이랑과 지아를 그 감옥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이연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제안했다. 심연 속에 갇힌 두 사람 중 하나를 고르라는 고약한 제안에 이연이 선택한 것은 이랑이었다.

이연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너무 당연했다. 지아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아의 무의식에 갇힌 세상보다 이랑의 세상은 더욱 무섭고 혹독할 수밖에 없다. 이연의 선택처럼 이랑은 '아귀의 숲'에서 아귀들에게 죽기 직전까지 몰린 상태였다.

지아가 아닌 자신 앞에 등장한 이연이 반가우면서도 심드렁할 수밖에 없는 이랑은 그렇게 아귀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제거해도 다시 덤비는 아귀들은 끝이 없다. 도망쳐도 끝없이 달려드는 아귀들은 이랑이 만든 허상이지만, 그 안에서 죽으면 실제 죽는다.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

무의식에 갇힌 채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면 그 안에서 평생 살 수밖에 없는 어둑시니의 저주 속에서 배다른 형제는 힘겹게 아귀들과 싸웠다. 하지만 아무리 싸워도 아귀들은 줄어들 수가 없다. 이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적이 아닌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랑의 세상이 지옥이었다면 지아는 전혀 달랐다. 21년 여우고개에서 교통사고가 나기 직전으로 간 지아는 차량을 멈추게 하려 했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될 가능성은 제로다. 깨어난 지아를 반기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속지 않기 위해 저항해 보지만, 과거와는 너무 달랐다.

21년 전 어린 지아는 부모로 둔갑한 여우를 간파하고 도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욱 정교해진 이 가상의 부모는 그렇게 지아를 혼돈으로 이끌었다. 상대를 간파할 수 있는 여러 질문을 던져도 지아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답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상대인 부모 역시 지아가 만들어 놓은 존재이니 말이다.

교통사고로 인해 몇년 동안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는 어머니의 말에 순간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 시간 동안 꿈을 꿨다고 믿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졸업식에서 부모와 함께 찍은 사진이나, 여전히 그리운 아버지가 만들어준 김밥까지 모든 것이 지아가 그리워했던 모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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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원했던 부모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그 시간이 지아에게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외형적으로는 천국과 같은 그곳도 결국 지옥일 뿐이었다.

마음의 상처가 만든 세상 속에서 아귀들과 싸우는 이랑은 다리까지 물려 죽을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포자기한 이랑의 모습에 분노한 이연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며 몰아붙였다. 구미호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이랑은 어머니에 의해 아귀의 숲에 버려진 채 아귀에게 잡아 먹히려는 순간 이연으로 인해 구사일생했다.

당시에도 스스로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누구도 도울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이연을 따랐던 이랑은 형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고을 하나를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 정도로 학살을 했던 죄. 그 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이랑에 대한 올바른 조처였다.

이무기에 의해 자신이 구해졌다고 생각한 이랑과 달리, 이는 이연이 살려준 것이었다. 이연은 단 한 번도 검이 빗나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바둑을 일부러 져준 것처럼, 동생을 차마 죽일 수 없었던 이연은 이랑이 고통을 겪으며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반성하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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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은 뒤늦게 깨달았다. 이연의 말이 모두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일어선 이랑은 어린 시절처럼 이연을 따라 아귀의 숲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자신이 처음 온 곳이 아귀의 숲이 아닌 집이었다는 말을 들은 이연은 이랑이 그 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힘겹게 문을 찾았고, 그런 이랑이 어둑시니가 만든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귀들을 온몸으로 막으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이랑의 발목을 잡은 아귀가 된 어머니를 이연은 온몸으로 감싸고 끝도 보이지 않는 벼랑으로 떨어졌다.

이연은 그렇게 이랑을 구해냈다. 어둑시니에게 걸려 노랫소리를 듣고 문을 연 이는 절대 깨어나지 못한다는 말과 달리, 이랑은 이를 벗어났다. 이랑의 변화는 명확했다. 홀로 그 지옥에서 빠져나왔음을 안 이랑은 형을 구하려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는 불가능했다.

달콤한 환상 속에 빠져 있는 지아는 행복하게 웃는 부모 모습이 사라지고 이연이 등장했다. 잠깐이지만 이연이 등장하며 견고했던 지아의 세상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친근해 보이지만 누구인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지아는 달콤한 지옥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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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지아를 깨운 것은 전화였다. 그 전화를 건 것은 이연이었다. 스스로 그곳에서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연의 전화에 지아는 결심했다. 하지만 자신의 기억 속에 갇혀 있는 부모는 지아를 막아섰다.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우린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말에 힘겨울 수밖에 없는 지아는 그럼에도 스스로 문을 열고 나섰다.

그 지옥 속에 홀로 남겨진 이연은 외로움에 갇혀 있었다. 아음이 환생하기를 기다렸던 600년의 시간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랑과 지아가 깨어난 후에도 여전히 자기 안에 갇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연.

그렇게 자신의 머릿속에 만들어진 세상에서 쓰러진 이연을 찾은 것은 어둑시니였다. 승자라도 된 듯 이연 앞에 선 어둑시니는 그 상황 자체가 이연이 만든 함정임을 깨닫기는 너무 늦었다. 이무기가 짠 판에 이연이 어쩔 수 없이 빠져들었지만, 충분히 계산된 상황이었다.

지아와 이랑을 모두 구하고 이무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짠 함정에 이번에는 이무기가 빠졌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어둑시니는 그렇게 상대를 괴롭히던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뭐냐?"는 질문을 이연에게 받고 제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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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지아는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로 당황했다. 하지만 건너편에 빨간 우산을 쓰고 서 있는 남자는 바로 이연이었다.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던 이연이 깨어났다. 그렇게 달려가 안긴 지아와 진한 키스를 나누는 이연. 그들의 사랑은 완성되었다.

이연과 지아의 사랑이 완전체로 완성되어가고 있지만, 그건 시련이 그만큼 가파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온갖 선택지를 받아들고 뭔가는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이연은 다시 이무기를 제거하고 완전한 사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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