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라고 하면 팀을 이끄는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이로서 책임의식이 누구보다도 강해야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많은 부분 손해를 볼지라도, 팀원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스스로의 마음을 누를 수 있는 인성을 가져야 함이 리더의 첫 조건이다.

슈퍼스타K3가 갖가지 화제를 만들어낸 편집 기술로 인해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기술은 슈퍼스타K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꾸준히 비난을 듣고 있지만, 어떤 기술보다도 프로그램 시청을 유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슈퍼스타K(슈스케)' 무대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악의적인 편집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도다.

그러나 오랜 인디 생활을 통해서 음악적인 자존감이 굳어진 '예리밴드' 리더 한승오는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광의 TOP10자리를 뿌리치고 합숙소를 이탈하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었다. 이어 그는 긴급 기자회견 계획을 발표하며 나섰고, '슈스케'측은 원본 동영상을 공개하여 자극적인 편집은 있었으나, 악의적으로 조작하지는 않았다고 밝힌다.

상황이 급작스레 달라지자 '예리밴드'의 리더 한승오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던 약 2시간 전, 팬 카페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기자회견을 취소한다. 예리밴드가 이탈하고 슈스케가 입장을 밝히는 원본 동영상을 내기 전, 콜라보로 함께 공연했던 '헤이즈'도 당시 상황을 밝혔기에 기자회견 취소는 어쩔 수 없어 보였다.

만약 밴드 '헤이즈'가 마찰이 있었다는 부분을 공식 입장으로 밝히지 않고 '슈스케'측이 원본 동영상을 내놓지 않았다면, 슈스케는 엄청난 환란을 겪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정확히 들어맞는 것에 '예리밴드'는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예리밴드'의 상황이 전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꾸준히 활동했던 이들이 갑자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 부각된 화면에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방송으로 없었던 이미지가 생기고 풀리는 과정을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더의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상처를 받고 스스로 영광의 자리를 내려놓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린 데에 아쉬움이 남는다.

예리밴드의 한승오는 TV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던 모양이다. 원래 사람은 자신을 잘 모르는 법이라고 누가 그러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TV에 비춰지는 모습을 접하고 바뀐 모습을 보여줬으면 그는 누구보다도 탄탄한 스토리를 써나가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하지 못했다.

그는 "슈스케는 '악마의 편집', '막장방송'이라는 수식어들을 본인들 스스로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유전자 조작보다도 더 정교한 영상조작기술을 뽐낸다"며 "조작을 편집기술로 미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론은 어땠는가? 원본 동영상으로 공개된 16분가량의 모습에서조차 자신의 팀 위주로 곡을 구성하는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났다. 다만 말 그대로 자극적인 편집을 통해 이기적인 결정하는 모습을 유난히 부각시킨 점은 화가 날 법한 일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조차도 있었던 일이 압축되어 강하게 표현이 된 것처럼 보인 것일 뿐.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의 모습이었다. 따라서 그의 말과는 달리 '유전자 조작보다도 더 정교한 영상조작기술'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콜라보레이션 곡을 받아 그들과 협연을 보여줄 팀은 '헤이즈'였고, 이들은 많은 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예리밴드'의 팀 색깔에 맞추려 노력했었다. 자신의 팀 색깔은 보다 강한 것이었지만, 디스코 성향의 편곡을 원한 '예리밴드'의 색깔에 맞추려 양보하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헤이즈'는 단지 콜라보를 얼마나 잘 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기에 최대한 섞이는 모습. 완벽한 콜라보를 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조그마한 노력을 할 수 있으면 그것에 만족하기 위해 곡의 70%을 떼어주면서까지 양보했지만, 결국 '예리밴드'의 리더 한승오의 주장에 따라 곡을 메들리 식으로 가는 쪽으로 결정하게 된다. 헤이즈는 '콜라보레이션' 자체의 의미를 충실히 따르자는 주장이었고, 예리밴드의 한승오는 굳이 콜라보 형식을 따르지 않고 락스피릿 정신대로 밀어붙이자는 주의였다.

헤이즈의 입장에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추어 보자는 것 때문이라도 더 동조하게 된다. 그들이 말하는 협연이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음은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른다. 말도 안 되는 미션을 받았다는 것에 격분하고, 말도 안 된다는 말만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진짜 '슈스케'가 바란 미션의 뜻은, 말은 안 되지만, 그 정해진 시간 동안 얼마나 마음을 맞추어 가느냐! 또는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느냐! 얼마나 음악적 소질을 순간순간 보여줄 수 있느냐는 텐션을 보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자신의 음악적 소신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굳이 자신의 팀 색깔로 밀어붙이려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예리밴드 한승오가 되새겨야 할 장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울랄라세션'의 희생정신과 진정성이다. 울랄라세션은 같은 팀이 된 외국인 참가자 '크리스'를 위해 모든 것을 그에게 맞춰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이 꾸며진 것이 아니란 것은 여러 스토리로 드러난다.

'울랄라세션'은 어쩌면 이 무대가 마지막 경연이 될 수 있음에도 욕심이란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좀 더 유리한 곡을 뽑아 자신들이 더 튈 수 있음에도, 외국인 참가자 크리스가 우리말 가사를 부르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여 어려운 부분은 나눠서 하자며 팀 구성원을 설득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울랄 세션의 리더 '임윤택'은 슈퍼위크까지 자신이 항암치료중인 것을 굳이 알리지 않았다. 슈퍼위크에서 밝혀지긴 했지만, 그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 경연대회에서도 자신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이 어쩌면 일부러 포장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물어보는 이승철의 질문 "크리스가 합격하더라도 축하해 줄 것이냐"라는 질문에, 아무 것도 더 생각하지 않고 냉큼 "물론 축하를 해 주겠다"며 명쾌한 답변을 내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울랄라세션에 감동한 것은 그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있는 구호에서도 드러난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어떻게? 긍정적으로!' 라는 말은 팀원끼리 나누는 말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콜라보 미션 중)에서,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편곡해 안 될 것 같지만 해내는 모습이 이 무대가 바라는 진정한 메시지였을 것이다.

'예리밴드'는 그것을 해내지 못했다. 그들의 이기적인 면이 방송에서 두드러지게 보인 것은 너무나 비교되는 팀들의 선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밴드 '버스커 버스커'는 '투개월'을 위해 기꺼이 욕심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팀 '울랄라 세션'은 외국인 참가자 '크리스'를 위해 모든 것을 진심으로 희생한 면과 비교가 되어 예리밴드가 더욱 안 좋게 비춰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예리밴드'도 한 단계 성장하는 밴드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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