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축구장을 여러 번 갔습니다. 특히 집에서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 경기를 자주 보러 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홈경기에서 유독 짜릿한 경기를 많이 펼친 서울을 볼 때면 서울을 응원하는 홈팬들이 참 좋겠다는 느낌을 자주 갖곤 했습니다. 아시아 최대 축구전용경기장이라는 최고 수준의 경기장에서 프로 축구, 클럽 축구를 즐기는 팬들의 모습에서 늘 K리그의 새로운 희망을 확인하게 됩니다.

흥미진진한 경기력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FC 서울의 기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능력을 보면서 늘 놀라움을 갖습니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특정한 테마를 갖고 팬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서울의 적극적인 팬마케팅, 서비스를 보면 흥미로움과 함께 흐뭇함을 느낄 정도인데요. 이제 주말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릴 때면 언제든지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풍경이 익숙해졌습니다. 아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 FC 서울 경기가 열리는 날 서울월드컵경기장 외관(사진: 김지한)
많은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FC 서울 경기가 열리는 날,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 합니다. 테마를 정해서 다채로운 행사를 갖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지금까지 서울이 행한 이벤트는 정말 다양했습니다. 파전을 직접 구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고, 더운 여름이라 해서 수박을 갈라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주기도 했습니다. 또 중소형 놀이기구가 경기장 앞에 들어서는가 하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풀장도 설치해 아이들이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마사지 서비스도 했는가 하면 노래자랑, 장기자랑 등 가족 단위로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다수 진행했습니다. 지난 주말 25라운드를 앞두고서는 인기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큰 관심을 받았던 '로잉 머신'이 나타나 여자친구 또는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힘자랑하고 싶어 하던 남자 팬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축구장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풍경들이 FC 서울 경기가 열릴 때마다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즐길 만 한 다채로운 이벤트가 연달아 눈길을 끕니다. 북측 광장에 조성된 테마파크 자체가 어린이들의 눈에 맞게 꾸며진 부분이 많다보니 FC 서울 경기가 열릴 때면 늘 '작은 놀이터'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아파트, 동네 놀이터에서도 뛰노는 모습을 보기 힘든 요즘 시대에 활기차게 뛰어노는 어린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끌지만 이 어린이들이 훗날 FC 서울의 오랜 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서울의 이러한 이벤트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 테마파크 형식의 팬존 입구, 미니 축구장 (사진: 김지한)
이미 FC 서울의 다채로운 팬마케팅은 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문화생활에 소외돼 있는 사람들까지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기발하고 다양한 이벤트들을 많이 벌여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지난 2009년에는 경기장에서 편하게 치킨을 먹으며 경기 관전을 할 수 있는 '스페셜 치킨 존(Zone)'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도넛 5만개를 무료로 쏘는 행사를 갖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보면 분명히 눈에 띄는 게 사실입니다.

꾸준하게 팬들을 발걸음하게 하기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 서울의 마케팅이 K리그 뿐 아니라 다른 프로스포츠 구단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국내 프로스포츠로는 최초로 소셜커머스를 활용한 티켓북을 만드는가 하면, 경기 때 나눠주는 응원 부채에 QR 코드를 집어넣어 스마트폰으로 이를 찍으면 응원가 등 다양한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폰 마케팅'을 적극 시도하기도 했는데요. 이미 지난해 말에 역시 국내 프로 스포츠 최초로 경기 안내 포스터에 QR 코드를 삽입해 FC 서울에 대한 다양한 정보, 티켓 할인권 등을 배포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터라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이를 시도해서 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밖에도 경기가 있을 때마다 문자로 경기, 이벤트 안내를 해 따로 경기장을 찾거나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서울의 경기가 언제 열리는지 알리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면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적극적인 자세가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 올 시즌 FC 서울이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광장에서 선보였던 다양한 이벤트들. 풀장이나 미니축구장을 설치해 아이들의 놀이터로 활용되는가 하면,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안마이벤트도 벌였다. (사진:김지한)
이렇게 어느 팀도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마케팅들을 FC 서울은 시도했고 나름대로 큰 재미를 봤습니다. 지난해에는 평균 관중 3만이라는 쾌거를 내는 계기도 되고, 지난해 어린이날에 열린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6만747명이라는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단일 경기 최다 관중 기록도 경신했습니다. 올해 역시 궂은 날씨가 많았던 가운데서 2만 6-7천여 명의 평균 관중을 동원하며 꾸준한 흥행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팀 역시 초반 부진을 딛고 3위까지 치솟아오르며 2년 연속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흥행과 성적'을 동시에 잡는 서울의 전략은 어쨌든 올해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업 구단의 특성상, 그리고 다른 팀에 비해 유독 많은 물량 공세를 펴는 장점을 가진 만큼 이 같은 현상이 별로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필요한 K리그에서, 어느 정도 대표성을 띠고 있는 팀이 모범이 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흥행 성적으로도 연결시킨다면 이는 다른 팀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자극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구단의 수익도 수익이지만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가가고 팬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하려는 FC 서울의 적극적인 팬마케팅, 이벤트는 분명히 그 진정성만큼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합니다. 새로운 시도와 노력으로 침체돼 있는 K리그에 분명 신선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FC 서울의 기발한 마케팅 능력, 앞으로도 꾸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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