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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철'과 '와썹맨'은 어떻게 성공했나14년 차 지상파 PD와 JTBC 룰루랄라 팀장이 말하는 웹콘텐츠 제작기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11.04 09:37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웹예능 ‘구라철’을 만든 원승연 전 KBS PD가 14년 동안 몸 담았던 지상파와 유튜브의 예능 제작 시스템에 대해 털어놨다.

원승연 PD 3일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온라인으로 주최한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 연사로 나와 ‘지상파 방송의 뉴미디어 실험과 도전, 성장-구라철‘을 주제로 발표했다. 원 PD는 2008년 KBS에 입사한 14년 차 PD로 올해 8월 퇴사, SM C&C 콘텐츠제작본부로 이직했다. 그는 KBS에서 <불후의 명곡>(2012), <남자의 자격>(2013), <개그콘서트>(2013), <1박2일>(2014), <해피투게더>(2015)등 KBS 대표 예능 콘텐츠 연출을 맡아왔다.

원 PD가 KBS에서 마지막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은 KBS ‘스튜디오K’의 첫 오리지널 콘텐츠 ‘구라철’이다. 지난 2월 첫 업로드 된 ’구라철‘은 예능인 김구라가 지하철을 타고 곳곳을 누비며 돌직구 질문을 던지는 포맷이다. KBS에 찾아가 "KBS는 왜 맨날 배끼냐"고 묻고, 제작사 브랜드뉴에 가서 자신의 아들인 그리를 "왜 버렸냐"고 묻는다. 첫 화였던 KBS편은 67만 조회수를 훌쩍 넘었다. 

11월 3일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서 강연중인 원승연 PD (사진=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

잘 유통하는 게 중요한 시대

원 PD는 KBS 재직 당시 자신을 포함한 제작진들은 "중요한 건 콘텐츠"라는 말을 제일 싫어했다고 전했다.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일단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제작진 사이에 고전처럼 내려오는 말이지만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선택지는 종편을 넘어 OTT까지 다양해졌고, 그 결과 2016년부터 모바일 광고매출(3조 6천 억)은 지상파(1조 7천 억)를 역전했다.

원 PD는 콘텐츠를 잘 만드는 걸 넘어 잘 유통하는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스튜디오K’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만든 것처럼, KBS가 ‘스튜디오K’를 만든 것은 KBS의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고민이다.

원 PD는 KBS 제작진 사이에서 통용되는 ‘KBS Discount’란 단어를 예로 들었다. 타매체에서 성공한 콘셉트를 KBS에서 하면 욕을 먹는다는 의미로 제작진들끼리 사용하는 은어다. 원 PD는 “JTBC, tvN은 되는데 왜 KBS는 안되냐는 의미로, 분명히 KBS 브랜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구림이 있어 KBS 내부PD들은 이를 탈피하기 위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브랜드 자체로만 평가받자는 생각에서 스튜디오K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을 넘어 유통에 대한 고민은 종합편성채널도 마찬가지였다. 박정재 JTBC 룰루랄라 스튜디오 팀장 역시 유통구조에 대한 고민에서 ‘룰루랄라 스튜디오’가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젊은 세대들이 TV를 안 보고 플랫폼으로 가다 보니 그쪽에서 소비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2016년 ‘마녀를 부탁해’라는 디지털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며 “우리는 유통에 강점이 있기에 숏폼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스튜디오 모델로 출범한 게 ‘스튜디오 룰루랄라’”라고 설명했다.

2017년 7월 20일 런칭한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OTT, 네이버, 드라마 등과의 협업을 통해 유통구조를 넓혀갔다. 2017년 ‘상사세끼’는 10분 짜리 드라마로 방송에 편성됐고, 계열사인 메가박스에서 ‘상사세끼 콤보’세트를 팔기도 했다. ‘GOD’ 멤버 박준형이 유명한 장소에 가는 ‘와썹맨’은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어 올해 봄 ‘넷플릭스’에 런칭됐다. 커머스 플랫폼과 협업한 사례도 있다. 2030 세대들의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라떼월드’는 제일기획과 협업해 돗자리 가방 세트를 만들어 판매했다.

박 팀장은 “2016년 ‘마녀를 부탁해’로 OTT 공동제작을 시작한 후 OTT와의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와썹맨’은 넷플릭스에 런칭했고 국내 OTT인 ‘season’, ‘유플러스’와 공동으로 드라마,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웹툰플랫폼 ‘버프툰’과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고 네이버TV와 뷰티콘텐츠를 제작했다. 기존에는 유튜브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젊은 세대들이 이용하는 플랫폼과의 다양한 접점을 찾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PPL-앞광고, 방송사와는 다른 수익구조

11월 3일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서 발표 중인 원승연 PD의 자료 화면

지상파 프로그램과 웹콘텐츠 제작을 둘 다 경험해본 원승연 PD는 제작방식의 차이로 수익구조를 꼽았다. 원 PD는 ‘구라철’ 전에 연출했던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2019)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한번은 명륜진사갈비에서 1억 정도 협찬을 받았다. 광고국에 70%, 여기저기 나누고 나면 제작진에게 5%가 돌아왔다”며 “500만 원이 적다는 게 아니라 제작지원과 PPL을 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구조로는 절대 TV가 다른 미디어와 싸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라철’은 달랐다. 원 PD는 애초에 김구라에게 출연료 없이 제작비 절반을 나누자고 제안했지만 김구라는 출연료 절반에 수익구조의 25%를 가져가는 것을 원했고 지금은 이를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 PD는 “2000만 원짜리 15초 TV 광고는 규모가 커 300만 원짜리 광고 10개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수익구조를 만들어갔다”고 밝혔다. 

방송과 달리 유튜브 채널 등에서는 다양한 광고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구상할 수 있다. 박정재 팀장은 “2018년 스튜디오에서 독립채널로 떼어낸 ‘와썹맨’이 3개월 만에 100만 구독자가 나왔다. 구독자가 늘어나면 브랜드에서 연락이 온다. PPL과 브랜드 콜라보로 인한 수익이 나오며 하나의 수익모델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광고는 대놓고 했다. 박 팀장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는 대놓고 광고하는 컨셉을 더 재밌어 하더라. 대놓고 앞광고를 해 뒷광고 문제에서도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박정재 JTBC 룰루랄라 스튜디오 팀장은 3일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서 '종합편성채널의 크로스미디어 플랫폼 전략'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와썹맨’의 경우 상품으로 선풍기를 소개하며 사용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가수 비가 출연하는 ‘시즌비시즌’에서 비가 양손을 벌리고 “PPL 환영”이란 자막을 다는 등 대놓고  광고를 환영한다.

지난 5월 시작한 ‘게임은지원’은 새로운 모델이다. 프리미엄 MCN, 일명 ‘PMCN’으로 이미 유명한 셀럽들과 공동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배분하는 모델이다. ‘게임은지원’과 ‘시즌비시즌’이 대표적인 예다. 박 팀장은 “'게임은지원'의 경우 구독자가 14만 명이지만 좋은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며 “신규 런칭 게임이 너무 많아 게임회사들과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고 이에 대한 광고를 받을 수 있어 수익성이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빠질 수 없는 시청자와의 소통

웹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청자와의 소통에 있었다. 박 팀장은 “‘와썹맨’, ‘워크맨’, ‘시즌비시즌’의 공통점은 시청자와 소통하는 콘텐츠”라며 “‘와썹맨’은 구독자들이 가달라고 하는 곳에 가서 체험하며, 워크맨은 직업체험, ‘시즌비시즌’은 시즌에 구독자가 비에게 원하는 걸 하고 비시즌에 비가 원하는 걸 하는 컨셉이다”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아마존 회장의 ‘플라이휠 효과’에서 착안한 룰루랄라표 플라이휠 효과 도표를 제시하며 “상호 작용 콘텐츠를 제작하면 시청자 경험과 만족도가 올라가고, 조회수·구독자가 증가한다. 이에 마케팅 활용 가능성이 증가하고 플랫폼이 확장되며 시청자와의 접점이 확대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승연 PD는 “KBS를 까는 ‘구라철’ 1화는 사람들이 댓글로 가장 많이 물어보던 ‘KBS 뮤직뱅크는 왜 타방송사에 비해 색감이 누리끼리하냐’는 것부터 물어봤고, 사람들이 이런 콘텐츠를 재밌게 소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몸담았던 KBS를 향해 “어마어마한 아카이빙을 가지고 있는 KBS가 전통적인 방식의 다시보기가 아닌 플랫폼에 맞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엄청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기존에 레거시 미디어 속 세상은 온에어에 빨간불이 켜지면 시작됐다. 지금은 항상 온에어가 되어 있는 세상이라고 보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재 JTBC 룰루랄라 스튜디오 팀장이 공개한 '룰루랄라표 플리이휠 효과 도표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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