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이용자 79.1%는 익명의 막말과 비방, 소수자 혐오 등으로 불쾌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은 개선방안으로 에브리타임측의 관리·제재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한 대학생은 에브리타임 악생댓글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됐다.

청년참여연대는 3일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 관련 이용자 설문과 대학 정보공개청구 결과 분석' 이슈리포트를 발간했다.

2일 전국 25개 청년·인권·시민사회단체는 서울 광화문과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브리타임 악플 사망사건에 대한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청년참여연대)

에브리타임은 전국 약 400개 대학 450만여명의 대학생 이용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다. 인증을 통해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 커뮤니티를 이루고 게시판을 운영하도록 설계돼 있다. 모든 게시판은 익명으로 운영된다. 시간표, 각종 대학생활에 필요한 정보 등을 공유하는 장으로 인식되지만 악성댓글과 공격적인 게시글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5일까지 325명을 대상으로 에브리타임 혐오게시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응답자 325명 중 79.1%에 해당하는 248명은 에브리타임 이용 중 게시글이나 댓글로 인해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쾌감을 느낀 이유에 대해 묻자 익명의 막말과 비방글로 인한 불쾌감이 95건(38.3%)로 가장 많았다. 여성혐오 등 소수자 혐오표현을 보고 불쾌감을 느꼈다는 응답이 68건(27.4%) 뒤를 이었다. 이밖에 음란표현과 정치적 편향성, 남성혐오, 허위정보, 사칭, 사기, 일베 등이 불쾌감의 이유로 제시됐다.

이용자들이 가장 신고를 많이 하는 게시글 유형은 유형은 비하·욕설, 젠더·지역주의 관련 혐오 발언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불쾌감을 주는 부적절한 게시글을 신고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8.2%(124명)만이 신고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신고경험이 없는 181명에게 신고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34.8%)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신고할 게시물을 본적 없다는 응답도 31.5%에 달했지만 에브리타임에서 시간표만 사용한다는 설명이 달린 경우가 많았다. 이밖에 나와 무관해서, 신고절차를 몰라서, 신고할 게시물이 너무 많아서 등의 응답이 있었다.

에브리타임 이용규칙에 따르면 모든 게시물은 이용자 신고처리 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신고가 누적된 게시물은 내용과 관계없이 삭제될 수 있고 신고된 이용자는 게시판 사용이 제한된다. 이 같은 이용규칙에 응답자 79.3%(257명)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선방안 유형(중복응답 포함)에 대해서는 에브리타임측의 이용규칙 개선과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0.4%, 익명을 완화하자는 응답이 26.9%, 학교의 노력 7.3%, 이용자 자정작용 5%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참여연대 이슈리포트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 관련 이용자 설문' 결과 중

또 청년참여연대는 대학인권센터가 설립된 전국 64개 대학기관에 에브리타임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에브리타임의 이용자 모두는 같은 대학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대학측이 문제 해결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취지다.

64개 대학 중 비공개, 미회신 학교를 제외한 58개 대학의 답변을 종합한 결과 지난 3년간 에브리타임 관련 인권침해 신고를 접수받은 학교는 7개, 접수받은 사건 건수는 9건이었다. 이 중 2건은 피신고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증거확보가 안된다는 이유로 처리되지 않았다. 나머지 건들은 징계요청, 징계조치, 구제조치권고, 양자합의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58개 대학 중 주기적인 인권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22개 학교였다. 31개 대학은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대학들은 무응답하거나 정보공개청구 자체를 비공개 처리했다.

이에 대해 청년참여연대는 "에브리타임 이용자 약 80%가 혐오표현이나 악성 댓글 등으로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는 실정임에도 대학인권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 수가 이토록 적은 것은 익명 게시판 특성상 글쓴이를 특정하기 어렵고 신고하더라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또한 그동안 대학인권센터가 에브리타임 상의 온라인 인권침해 사례를 해결하는 기관으로 학내 구성원에게 인지되어 있지 않고 실제 그런 역할을 한 사례도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7일 서울여대 학생 A씨의 유족들은 에브리타임에서 A씨에게 악성댓글을 단 이들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A씨 유가족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던 A씨는 지난해부터 심적 우울 증상을 토로하고 위안을 얻고자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이 "죽을거면 티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 등 극단적 선택을 종용하는 내용의 악성댓글을 달면서 결국 A씨는 지난달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유서에서 에브리타임을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 자신의 휴대전화에 증거자료가 있다며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어떻게든 처벌이 가능하다면 해주셨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2일 전국 25개 청년·인권·시민사회단체는 서울 광화문과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브리타임과 대학측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A 유가족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우리 아이가 에브리타임 악플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지경이 되도록 에브리타임 업체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학교 역시 학내 구성원들로 이뤄진 사이트임에도 아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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