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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의 과로가 일상화된 후진국형 드라마 왕국[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1.09.20 10:20

스파이명월 한예슬 촬영거부로 뜨거운 논란을 겪은 드라마가 그 열기가 식기도 전에 또 다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현재 계백에 출연 중인 송지효가 얼마 전 과로로 입원했다가 불과 사흘 만에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거기다가 너무 지친 탓에 약물에 대한 거부반응까지 겹쳐서 송지효는 급기야 산소호흡기로 강제 호흡을 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더 심각한 상황까지 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지 이젠 여배우들은 목숨을 내놓고 드라마를 찍고 있음이 드러났다.

사태가 이렇게 위급한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최초로 입원했을 때 충분히 치료하고 휴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지효는 18일 오전에 입원했다가 반드시 촬영해야 할 부분이 있어 몸을 채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 그것 역시도 밤샘 촬영이었고 쓰러지지 않을 수 없는 강행군이었다. 송지효가 출연하는 계백은 사극인지라 더운 여름날에도 몇 겹의 의상을 겹쳐 있어야 하기에 현대극 촬영보다는 체력 소모가 많은 수밖에 없었다.

   
 
물론 송지효가 이토록 체력이 바닥나게 된 원인 중에는 런닝맨과 병행해왔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여배우가 드라마와 예능 고정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런닝맨에서 멍지효, 불량지효, 에이스 등으로 누구보다 빨리 자리를 잡은 캐릭터라 드라마 출연을 이유로 포기하기도 아까운 자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배우가 드라마 출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병행하지 못하는 환경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일 뿐이다. 한예슬이 주 5일 촬영을 요구했던 것은 체력적인 안배도 있지만 나머지 이틀 정도는 CF 촬영 등 다른 일을 할 여유가 필요했을 것이다.

스파이명월에서는 여배우가 촬영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계백에서는 일주일 만에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다.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때마침 열린 국정조사에서 연기자 출신 김을동 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제 드라마 제작 문제는 법과 행정이 나서서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누군가 죽어나가게 생겼다.

드라마의 거의 전부를 만드는 외부 제작사에 제작비를 적게 주는 불평등 계약도 고쳐야 할 것이며, 쪽대본을 당연시 여기는 작가들 역시 생각을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사전 제작을 기피한다면 우선 매주 2회를 내보내는 현재의 방식에서 1편으로 줄이는 것도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드, 일드 모두 한 주에 한 편의 드라마를 내보내고 그조차 결방하는 일도 잦지만 그렇다고 드라마가 재미없어지진 않는다. 방송 직전까지 촬영하고 제대로 편집조차 할 여유도 갖지 못하는 완성도 떨어지는 드라마보다 단 한 편을 보더라도 고품질의 드라마가 더 낫다.
 
지금부터 고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약속 없이 향후 종편의 드라마까지 가세하는 상황으로 끌려가면 그때는 또 어떤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꺼번에 다 고칠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다. 일단 하나라도 해결하고 나머지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합의로 약속해야 한다. 계속 변명만 늘어놓고, 남의 탓만 하고 있다가는 정말 한국 드라마는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것이다. 최근 정전사태를 후진국형 사고라고 정의했다. 그보다 훨씬 더 후진국형 사고가 바로 드라마 촬영 때문에 과로사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OECD 11위 국가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더 부끄러운 문화현실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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