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달 30일 성소수자단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간의 갈등을 전하는 기사 제목에 ‘커밍아웃’이란 단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커밍아웃이 갖고 있는 본래의 뜻과 어긋날뿐더러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만들어온 용어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추 장관과 검찰, 그리고 언론 모두 무분별한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에 '커밍아웃 검사'를 치면 관련 기사들이 검색된다.

사전에 명시된 커밍아웃의 정의는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등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벽장에서 나온다(coming out of the closet)’는 문구에서 유래된 것으로, 자신을 벽장 속에 감추고 살던 성소수자들이 문을 열고 나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와 기자협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 따르면 커밍아웃은 현재 동성애자가 자신을 긍정하고 당당하게 성정체성을 밝히는 의미로 사용되며 범죄사실을 고백하는 표현 등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한 용어다.

해당 보도준칙의 '성소수자 인권편'은 커밍아웃을 잘못 사용하면 ‘편견을 강화하는 표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잘못된 사례로 “그동안 대졸이라고 거짓말을 했거든요. 아내도 제가 대학 나온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커밍아웃’하고 절 퇴학시켰던 모교를 찾아갔습니다”(00통신, 2011.2.16.), “어쨌든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이제 수석 졸업이라는 표현을 더 이상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에드워드 권의 의혹 이후다. 자 다음엔 누가 ‘커밍아웃’할 것인가‘(00신문, 2011.3.38) 등을 소개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추 장관과 검사의 ‘커밍아웃’ 용어 사용에 대해 “커밍아웃이 갖고있는 본래의 뜻과 어긋날뿐더러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걸어온 역사성을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한 “제 아무리 올바른 주장을 할지라도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다면 그 주장의 설득력은 반감될 뿐”이라며 “추미애 장관과 검찰 그리고 언론인께 당부한다. 더 이상 부적절하게 커밍아웃이란 용어를 남발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커밍아웃' 용어 사용의 발단이 된 추미애 장관의 페이스북 게시글

'커밍아웃' 용어 사용 논란은 지난 달 2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SNS에서 비롯됐다. 추 장관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올렸다.

이후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나도 커밍아웃하겠다”고 밝혔고, 다음 날인 10월 30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자신의 SNS에 “검사들의 ‘나도 커밍아웃’이 유행인가”라며 “대한민국의 진짜 검사들, 국민들은 ‘자성의 커밍아웃’을 기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이 현재 34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자 언론은 ‘커밍아웃 검사들 사표’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와 더불어 검찰 내부 반응을 다룬 <“나도 커밍아웃” 들끓는 검사들...댓글 280개 넘었다> (조선일보), <[단독] 전날 “커밍아웃” 동참 검사들, 임은정 반성글엔 “물타기”>(중앙일보), <검사들 커밍아웃 ‘사이버 연판장’...秋“불편한 진실 계속”>(뉴스1) 등의 보도가 나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