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부재의 1박2일은 이유가 어쨌건 기대치가 엄청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영석 PD는 남은 다섯 멤버끼리 똘똘 뭉쳐서 남은 기간을 버텨나갈 거란 의지를 표명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최근 나가수의 만만치 않은 도전에 1박2일은 여배우 특집과 명품조연 특집으로 맞불을 놓아 큰 성과를 거뒀다. 내부적으로 평화로울 때에도 외부의 수혈이 필요했던 1박2일이 현 상황에서 강호동도 없는 다섯 명의 조촐한 멤버만으로 견뎌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김C의 하차로 시작된 끈질긴 1박2일의 위기론은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거기에 MC몽의 병역기피 파문에 이어 결국 1박2일의 중추 강호동까지 남은 6개월을 채우지 못하게 됐다. 더 이상의 위기는 없다는 것이 1박2일의 유일한 희망이다. 국민예능 1박2일의 오늘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초라해 보인다. 아직은 시청자 투어 3탄이 속사정은 모른 채 화목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1박2일 전체 분위기는 침통할 겨를도 없이 대안 마련을 위해 바쁜 심정뿐일 것이다.

분명 1박2일에는 강호동의 대안이 필요하다. 물론 그동안 국민일꾼 이수근이 부쩍 성장했고, 황제로 상승한 허당 이승기에다가 둘리 은초딩은 게임의 천재로 거듭났다. 다만 새 멤버 엄태웅과 2년째 적응 중인 김종민이 일당을 못하고 있는 것이 여전한 문제다. 즉 다섯이라고는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예능 좀 할 사람은 셋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 셋도 강호동보다 먼저 나서기보다는 강호동의 선창을 이어받아 분위기를 살려가는 편이었기에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적응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강호동만한 사람을 데려올 수는 없다. 유재석-강호동의 쌍익으로 잘 날아가던 때는 몰랐지만 포스트 강호동을 키우지 못한 예능계는 만시지탄에 구들장이 꺼질 지경이다. 그러나 1박2일이 국민예능이 되기까지는 하늘의 도움도 많았다. 지난해 혹한기 대비캠프 때 갑자기 몰아친 폭설로 비록 예능을 포기해야 했지만 온 시청자를 감동에 몰아넣은 명품 다큐를 만들어왔다. 분명 그때의 폭설은 예능의 위기였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1박2일은 하늘도 도와왔다.

이번 위기 역시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시청자투어 3탄을 위해 나영석 PD는 용병을 불러왔다. 시청자 투어의 단골 백지영과 KBS의 홍반장 전현무 그리고 의외의 인물인 성시경과 달인 김병만이 그들이었다. 특히 성시경과 김병만을 보면서 필자는 이들이 단지 시청자 투어를 위한 단기용병이 아니라 그때 최고의 화두였던 시즌2를 대비한 시험운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청자 투어가 시작되고도 1박2일의 편집은 성시경을 주목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절정은 시청자 투어의 하이라이트 축하 공연에서 보였다. 바로 성시경과 이승기가 급조한 쑥색지대였다. 이승기는 분명 강호동 부재 상황의 1박2일에 있어 최후의 보루이다. 아무리 이수근과 은지원의 예능감이 이승기를 앞선다 하더라도 이승기의 활약 여부에 위기 탈출의 희망을 가질 것이다. 또한 시청자 투어 대비캠프 때부터 심상치 않은 예능감마저 보여 왔던 성시경은 1박2일의 대안이 충분히 되고도 남을 가수다.

그렇게 보루와 대안의 운명 같은 이중창은 감미롭게 1박2일에 닥친 위기를 넘길 희망을 보게 했다. 그리고 이번 시청자 투어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김병만 역시도 나영석 PD가 당장이 아니라 좀 더 먼 미래의 1박2일을 위해서라도 대안으로 삼아야 할 사람이다. 오랜 단짝 이수근까지 있어 코미디 달인 김병만이 이제 예능의 달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1박2일만한 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키스앤크라이 시즌2에 김병만을 빼앗길 수 있다.

강호동의 부재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상황에서 남은 다섯 명으로 잘해보겠다는 나영석PD의 의지는 강호동에 대한 의리와 예의를 갖춘 각오일 것이다. 그 마음을 충분히 알겠지만 성시경과 김병만에 대한 솔직한 의도를 이제는 털어놓아도 좋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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