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야구에 가장 큰 키워드가 뭐였다고 생각하십니까? 바쁘고 조금 정신없게 보낸 주말 동안 있었던 야구계 최대 이슈, 가장 큰 사건, 바로 "퍼펙트게임"이 아닐런지요.

퍼펙트게임: 야구에서 선발 등판한 투수가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고 끝낸 게임을 가리키는 용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20번,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통산15경기가 있었지만, 우리에겐 없었던 그 대기록이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의 30대 중반 베테랑 이용훈, 삼성과 SK를 거쳐 롯데에서 2003년부터 마운드를 지켜온 투숩니다. 1,2군을 통틀어 프로야구에선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이 엄청난 사건을 보낸 주말이 너무 조용했던 건 아닌지. 이용훈 선수에 대한 주목과 관심이 너무 적은 건 아닌지,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데요.

"퍼펙트게임"이란 단어에 떠오르는 것, 세 가지를 정리해봅니다. 야구, 영화, 그리고 만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퍼펙트게임으로 묶어보니 하나씩 뭔가 튀어나오네요.

야구

사실 이용훈 선수는 2군, 퓨처스리그의 선수로 떠올리긴 약간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2000년 프로 입단, 통산 34승44패 평균 자책점 5.70을 기록한 가운데 올 시즌엔 1군 무대에 단 2경기만을 뛰었죠. -이날의 활약으로 1군 무대에 다시금 복귀하는 듯합니다.-

지난 토요일 경기, 대전구장에서 펼쳐진 한화와 롯데의 경기에서 이용훈 선수의 기록을 한번 살펴볼까요?

이름

이닝

타자

투구수

타수

실점

피안타

피홈런

희생타

4사구

삼진

보크

폭투

자책

평균자책점

이용훈()

9

27

111

27

0

0

0

0

0

10

0

0

0

2.83


9이닝, 27명의 타자. 모든 것은 0, 투구수와 삼진만이 카운트되는 엄청난 기록이 느껴지시는지요? 야구에서 퍼펙트 게임을 본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자 엄청난 경험이 될 듯합니다. 현장에서든, TV로든 말이죠. 노히트 노런을 중계로 봤던 몇 번의 경험들도 그리 큰 떨림으로 남겨졌는데, 퍼펙트라니! 2군 무대가 아닌, 1군 무대에서, 가능하면 직접 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길 기대하게 됩니다.

영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울림은 그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이란 점에서 우리를 흥분시키는데요. 올 12월 개봉예정인 영화 "퍼펙트게임"은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물론, 실재했던 "퍼펙트게임"을 다루는 건 아니지만 우리 프로야구 역사를 볼 때, 가장 퍼펙트게임을 이룰 수 있을 듯 했던 두 명의 투수로 이 두 사람을 언급하는 데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겁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무쇠팔 故최동원 감독과 지난해까지 삼성라이온즈의 사령탑이었던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전 삼성 감독.

아직도 많은 이들이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의 대표적 스타 두 명의 투수의 우위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요. 3번의 맞대결이 펼쳐졌고 결과는 1승,1무,1패. 그 가운데 최고의 대결이라 할 한 번의 무승부. 87년 5월 16일 경기를 다룬 영화라죠? 아마 실제로 퍼펙트게임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긴장감과 비장함이 느껴질 듯한데요. 최동원 감독의 별세로 더욱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애틋함이 더 커지는 가운데 진짜 "퍼펙트게임"까지 나와 더욱 관심이 갑니다.

만화

만화 "퍼펙트 게임"은 사회인 야구를 소재로 한 웹툰입니다. 물론, 소박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주가 된 만화기에 사전적 의미의 "퍼펙트게임"과는 거리가 있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야구"란 이름에 절박하고 절실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아지는지. 그들에게 "야구"란 과연 무엇인지를 그린 이 만화, 다소 철없어 보이는 이 어른들의 도전과 삶 속에 가끔은 웃고, 때론 눈물짓게 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역시도 "퍼펙트게임"이 아닐지언정, 야구가 주는 가장 퍼펙트한 순간을 보는 대목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는. -이 웹툰에 대해선 나중에 [만화방석PD] 카테고리에서 따로 다뤄볼까 합니다.-

실제 보기 힘든 경기, 엄청난 대기록 "퍼펙트게임". 야구인이라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가슴이 뛰는 이름 "퍼펙트 게임", 그렇기에 영화든, 만화든, 다양한 곳에서 보는 그 단어가 그렇게 반갑고 기대되는 순간이자 경험 "퍼펙트 게임".

그 영화는 기다리면 만날 수 있고, 만화는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과연 그 경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오고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 바로 "퍼펙트 게임". 야구 없는 월요일에 돌아본 주말, 그 야구의 후기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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