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딱 이 말이 떠오른다. 시즌3까지 오면서 연출력, 즉 편집력으로 케이블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경이적인 시청률과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장한 케이블 대표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방송 프로그램들을 올킬하며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약자에 대한 응원도 섞여 있었다. 공중파보다는 불리한 환경에 있는 케이블이기에 기득권을 가진 공중파를 이긴다는 것은 환희까지 가져다주었다. 슈스케가 성장한 동력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편집 방향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공중파보단 제제가 덜 하니 수위가 높은 편집이 가능했고, 강한 소스의 매력에 빠져들다 보니 중독되어 슈스케를 제외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은 모두 아류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슈스케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건 부인할 수 없는 동력은 바로 오디션 참가자이다. 오디션 참가자들이 허접하면 프로그램의 연출력이나 편집력이 아무리 좋아도 망할 수밖에 없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오디션 참가자는 심사위원이 아무리 잘 평가한다고 해도 대중 속에서 이미 탈락이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은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명분이 바로 선 것이고, 또 하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화면으로 선동하는 것이다.

슈스케는 명분보단 자극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편집술은 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했다. 시즌2에서는 김그림이 희생양이었고, 시즌3에서는 신지수가 희생양이다. 비단 신지수에게서만 이런 반응이 나왔다면 신지수의 문제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오디션 참가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의 무리한 편집이 여기까지 사태를 키워온 것 같다. 이번엔 예리밴드가 합숙소에서 이탈했다. 아직 사람들은 예리밴드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지만, 한 발짝 떨어져 상황을 살펴보면 예리밴드의 문제가 아니라 슈스케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리밴드는 녹음을 하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가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들의 이미지가 편집에 의해 왜곡된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TOP10에 올라갔음에도 하차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예슬 사태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예슬 사태도 따지고 보면 제작 환경의 문제였다.

TOP10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은 이번에 모인 180만 지원자들의 소원이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TOP10의 자리는 그 자체가 영광스런 자리이다. 그러나 그 자리를 박차고 TOP10의 자리를 떠났다는 것은 180만 명 중 10명에 속한 기쁨보다 악마의 편집으로 인해 자신들의 이미지가 훼손당한 분노가 더 컸다는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슈스케 합숙소는 모든 통신과 정보에 차단되어 있다고 한다. 만약 신지수가 지금의 상황을 보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녀 역시 포기하지 않았을까?

똑같은 유재석이 나오는데 무한도전엔 열광하지만 런닝맨엔 무관심이다. 왜 그럴까? 무한도전에는 명분이 있고, 런닝맨에는 자극적인 무료함밖에 없기 때문이다. 쾌락은 자극적인 데에서 오지만, 쾌락을 느끼려면 점점 더 자극적이 되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무료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무한도전의 경우는 명분이 있기에 그 안에서 메시지를 찾는 끊임없는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슈스케의 경우는 시즌1,2보다 더 센 편집으로 가야 지금의 자극적인 소스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자극의 한계를 넘어선 듯하다. 악마의 편집은 더 이상 긴장감이나 스토리텔링으로 다가오지 않고, 노이즈 마케팅인 듯 보인다. 보는 동안은 몰입되어 신지수를 밉게 보거나 울랄라를 응원하게 되는 등 편집 의도대로 따라가지만, 그 편집의도대로 따라가는 것이 기분 나쁘다. 그 의도 안에는 명분도 없고, 그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시청자를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악마의 편집은 좋게 말해 악마의 편집이지 이 정도까지 되었으면 막장 편집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명분이 없는 의도는 결국 그 힘을 잃게 되기 마련이다. 시즌2와 현재 슈퍼위크가 진행되고 있는 시즌3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슈스케가 그렇게 원하는 시청률은 TOP10으로 가야 제대로 힘을 발휘하여 20%까지 치고 나가는데, 현재 여론의 분위기론 시청률이 깎일 가능성이 높다. 슈스케3가 시작될 땐 이번 오디션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더니, 현재는 그런 오디션 참가자들을 그저 막장 편집의 소스로밖에 활용하지 않는다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예리밴드의 경우만 보아도 TOP10까지 올려놓고선 이탈하니 다른 팀을 올리겠다고 공식 보도를 했다. TOP10이건 TOP1이건 슈스케가 싫으면 참가자가 떠나라는 식인 것이다. 수준 높은 오디션 참가자들을 잘 케어하고 그들 모두를 위너로 만들 편집을 했다면 지금쯤 시즌3는 시즌2를 넘어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슈스케3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만큼 실망도 크다. 반대로 슈스케와 라이벌인 위탄2에 대한 기대감은 낮았는데 오히려 슈스케3보다 더 잘 만들고 있는 느낌이 든다. 위탄 시즌1은 슈스케의 아류에 불과했지만, 시즌2는 확실한 위탄만의 색을 가지고 가고 있으며 오히려 슈스케가 위탄의 멘토제를 따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위탄 시즌2에는 오디션 참가자들이 적게 몰려 수준이 낮을 거라 예상했지만, 슈스케3보다 더 나은 실력자들이 참여했고, 멘토제도 확실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또한 편집 방향도 자신만의 색을 찾음으로 슈스케의 악마의 편집과 비교되면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위탄이 슈스케의 자리를 가지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타이밍 상으로도 슈스케는 슈퍼위크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고, 위탄은 이제 예선을 보았을 뿐인데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으니 지금까지 스코어는 위탄의 승리이다.

이번 사건은 슈스케3에 있어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싶다. 이 위기를 넘기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편집상의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나서 명분 있고, 모두 상생하는 새로운 편집 방향을 찾아야 한다. 현재 슈스케3가 더 비난 받는 이유는 모든 책임을 오디션 참가자에게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원본 공개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미디어 파워를 이용하여 한 사람을 적당한 선에서 바보로 만들기도 한다.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집 방향은 분명 잘못되었고, 그것이 오디션 참가자 모두를 죽이고 있다. 심지어 시즌2 참가자들도 죽이고 있다. 자극적으로 가면 계속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금 끊지 않으면 슈스케는 그저 막장 오디션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지금의 시청률은 대중의 선택으로 나오는 시청률이지만, 지금과 같이 계속 사과도 안 하고 해명도 안 하고 그저 오디션 참가자들의 탓으로 돌리기만 한다면, 시청자들은 언제건 공중파를 보는 쉬운 방법을 택할 것이고 슈스케는 시청률의 악순환 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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