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톱10에 든 예리밴드가 편집을 통한 조작을 주장하며 합숙소를 이탈했다. 예리밴드 리더 한승오는 18일 자신들의 팬까페에 장문을 글로 슈스케 제작진의 부당함을 알리는 글을 올리고 톱10이라는 어려운 자리까지 내던지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사실 지난 두 번의 슈스케를 보면 톱10에 든다는 것은 적어도 준스타급으로 조명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꼭 우승을 하지 않더라도 톱10에 든 예리밴드로서는 아주 버리기 힘든 당근을 포기할 정도로 그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슈스케 제작진은 원본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대응할 것을 밝혔다. 악마편집이라는 명칭을 얻은 슈스케의 편집방향이 이번 파문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예리밴드의 주장만을 무조건 믿고 진실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오랜 무명 생활을 해온 밴드가 유명해질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버릴 정도로 심각한 명예훼손을 입었다고 생각할 정도라면 슈스케의 편집은 단지 ‘기술’로 치부하기에는 도가 지나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예리밴드의 주장이 넓은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9일 예리밴드가 기자회견을 연다고 하니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기다려야겠지만 톱10에 올라 이제 부푼 꿈에 젖어있어야 할 참가자가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제작진에게 감사 표시가 아닌 명예훼손의 잘못을 묻게 된 현상은 분명 악마편집을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가 왔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예리밴드 사태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냉랭하다.

이번에 예리밴드가 분노하게 된 방송은 슈퍼위크 첫 번째 미션이었던 콜라보레이션 상황이다. 이때 방송으로 보인 예리밴드 한승오는 나이 어린 타 팀 멤버들에게 비협조적이고 위압적인 사람으로 비친 것이 사실이다. 신지수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방송을 통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된 사람의 반대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방송의 이미지 조작은 무섭다. 게다가 막장드라마를 욕하면서 본다는 것처럼 슈퍼스타K에 대한 악마편집이라는 말이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애칭이 될 정도로 대중은 그 재미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 비친 것과 달리 한승오는 그때의 미션이 슈스케 동안 가장 재밌고 화목한 시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방송된 것은 2주 전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슈스케의 악역은 예리밴드 한승오가 아닌 신지수가 으뜸이다. 차라리 신지수가 발끈하고 나섰다면 조금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예리밴드는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아서 톱10을 뿌리친 것조차 오해를 받는 상황이다.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그 자리를 향해 땀과 눈물을 뿌렸는데 과연 이 일이 그 톱10를 포기할 정도냐는 반발심리가 만만치 않다.

그런 탓인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예리밴드와 슈스케의 진실공방에 누리꾼들의 호응이 크지 않다. 심지어 예리밴드 숙소 이탈 사태를 접한 많은 누리꾼들이 편집조작보다 예리밴드가 톱10에 들었다는 사실에 더 놀라고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예리밴드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작진이 원본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원본 테이프의 양이 결코 만만한 양이 아닐 것이고, 그것을 꼼꼼히 분석해서 진실을 파고들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가 의문이다. 게다가 언론에만 공개한다면 그 진실규명의 가능성은 훨씬 더 줄어들기 마련이다.

악마편집은 윤리적이진 않지만 재미를 주었다. 그 재미중에는 예리밴드 리더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미지 조작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진실의 무게는 악마편집이 주는 재미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슈스케의 악마편집은 이미 권력이 된 것이다. 이미 재미의 권력을 갖게 된 악마편집의 힘은 더욱 기세등등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미디어를 통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된 사람이 그것이 조작이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탈락한 후 홧김에 벌인 일이 아니라 대단히 큰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부당함을 호소한다면 일단 그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작은 인내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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