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예선을 보면서 어디서 이렇게 노래 잘 부르는 사람들이 숨었다 나오나 싶었다. 그러나 진짜 실력자들은 국내보다 비록 국적은 한국이라도 외국에서 수급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 어느 정도의 재능을 보이고 있는 참가자들이 있지만 막상 슈퍼위크가 열리자 김아란처럼 스스로 참가를 포기한 경우도 있고, 10키로처럼 탈락한 경우도 발생하면서 점점 가닥이 잡혀가는 톱10 재목감들에 해외파가 전보다 많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슈스케도 위탄도 전만 못하다는 실망의 소리가 간간히 들리기도 한다.

첫 회부터 우승을 조선족 청년 백청강에게 내어준 위대한 탄생 상황은 훨씬 심해 보인다. 아직도 예선 방송분량이 많을 거라 예상되기 때문에 겨우 두 번으로 전부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주목할 만한 참가자들은 거의 대부분 외국 특히 이번에는 유럽세가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백청강의 신화로 중국 한족과 조선족의 지원이 러시를 이뤘겠지만 슈스케의 경우를 보면 이렇다 할 재목을 발견치 못했다. 지원 시기가 서로 달랐고, 슈tm케가 먼저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위대한 탄생 역시도 중국에서 인재를 찾기는 힘들었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외파들의 발굴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정된 해외교포와 유학생들은 이미 몇 번의 해외 오디션을 통해서 충분히 걸러졌다고 봐야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MBC 추석특집 가수와 연습생에서 발견한 에일리 같은 출중한 신인도 있기도 해서 다섯 번의 가수 오디션이 모든 가수 재목을 모두 다 확인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이 있을 거라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 기획사들이 진작부터 해외파 연습생들을 캐스팅하고 심지어 외국인까지 그룹에 포함시키는 일을 해왔다. 기획사들은 일 년에 한 번이 아니라 매주 오디션을 열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이 오디션을 거치지 않은 가수 지망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아이돌 선발과는 다르긴 하지만 국내에서 스타가 될 만한 신인이 등장할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는 밑천이 떨어진 셈이다. 물론 슈스케 혼자 일 년에 한 번씩 했다면 밑천이 걱정될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슈퍼스타K 슈퍼위크에서 1회 때 나온 김진아가 결성했던 그룹의 해체로 다시 도전한 것처럼 각 오디션을 통해서 이미 익숙해진 얼굴들의 대거 재도전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의미는 있다. 예컨대 위탄1에서 아쉽게 본선을 포기했던 허지애나, 이번 슈스케3에서 김아란 등의 재도전도 흥미로운 일이 될 수 있고, 아깝게 탈락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로또처럼 우연히 닥친 행운이 아니라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본래의 목적과 부합되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렇게 중고 참가자들의 모습이 늘어갈 때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흥미와 재미를 충분히 끌어올릴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연구와 노하우로 어떻게든 재미를 끌어내겠지만 점차 그것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고 올해까지 미친 듯이 휘몰아친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는 점차 수그러들 것이다. 그나마 색다른 오디션을 시도한 SBS 기적의 오디션은 아직 충분한 밑천을 남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오디션 붐의 중심에 선 가수 오디션이 흥미를 잃게 되면 다른 오디션들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앞으로 2년 후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현재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이 예능을 대표할 지경에 이르렀다. 승부를 좋아하고, 강렬한 재미를 즐기는 한국인의 취향에 오디션의 드라마틱한 진행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 성향이 시간이 흐른다고 달라지지는 않으나 문제는 오디션 그 자체가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으로써의 퀄리티를 충족시킬 가장 중요한 스타 발굴이 난항을 겪게 된다면 프로그램은 자연히 도태되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는 슈스케도 위대한 탄생도 흥미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가 의문이다. 그래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은 하나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래도 프로그램을 계속할 거라면 멘토에 더 큰 무게를 둔 위대한 탄생이 아주 영리한 길을 선택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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