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관련 허위정보를 방송한 극동방송에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극동방송은 차별금지법 관련 대담을 진행하면서 반대 입장을 가진 전문가만 섭외해 일방적 주장을 방송했다.

극동방송은 7월 9일 <행복한 저녁 즐거운 라디오>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대담을 진행했다.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는 “(차별금지법은)동성애를 믿음과 성경의 문제로 반대하는 성도, 교회지도자, 양심과 윤리를 가지고 이성을 가지고 반대하는 일반 국민을 범법자로 몰아서 형사처벌뿐 아니라 수천만 원의 이행강제금, 엄청난 손해배상을 통해 경제적으로 파산시킬 수 있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는 “군형법상 군대 안에서 성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면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군형법은 무력화된다. 군대 내 성폭력 행위가 벌어졌을 때 (가해자가)‘나 동성애자다’ 그러면 가해자가 아니라 특혜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육진경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대표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학생이)갑자기 ‘선생님. 나 여잔데 남자로 바꾸고 싶어요’라고 하면 존중해줘야 한다”면서 “선생님이 실수로 (성별을)잘못 부르면 처벌받는다”고 발언했다. 반대토론 출연진은 없었다.

극동방송 CI

방송소위는 28일 회의에서 극동방송에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출연진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에도 진행자가 이를 바로 잡거나 정리하지 않은 점, 반대토론 없이 일방적 주장만 방송해 시청자에게 오인의 여지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박상수 위원은 “극동방송은 종교방송이지만 지상파이기도 하다”면서 “일반 국민이 청취할 수 있는 만큼 패널 구성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숙 위원은 “종교방송이 차별금지법 찬성·반대에 대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지만,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위원은 법정제재 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제재인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이 위원은 “방송사가 토론을 끌고 갈 자신이 없다면 사후토론을 통해 시청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과연 제대로 된 방송인가. 극동방송의 주장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날 위원들은 극동방송 출연진 주장을 자세히 검증했다. 이소영 위원은 김영길 대표 주장과 관련해 “군형법 92조 6(추행죄)은 차별금지법 적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법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동성애와 동성 간 성폭행은 전혀 다른 것”이라면서 “동성애라는 이유로 군대 내 성폭력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게 맞나”라고 물었다. 의견진술자로 나온 김용환 극동방송 PD는 “동성애와 성폭행은 다르다”면서도 “법적인 부분이라 잘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상수 위원은 “주요 OECD 국가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법안들이 있다”면서 “그 나라 교회들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지 않는데 한국 기독교는 왜 그러나. 기독교의 정신이 사랑과 박애인데, 배타적으로 작용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김용환 PD는 “(OECD 국가 교회들은) 차별금지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입을 막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성 소수자를 혐오하지 않는다. 동성애 성행위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면 형사처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조영길 대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만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 손해배상 역시 고의적, 악의적 차별행위로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

이소영 위원이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부분이 법적으로 정확한 정보인가”라고 묻자 김용환 PD는 “변호사가 법적 의견을 내놓은 것”이라고 답했다. 김 PD는 “동성애를 반대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주장은 과하지 않은가”라는 허미숙 부위원장 지적에 “차별금지법이 가지고 있는 추상성과 확장성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용환 PD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공정성 조항’을 들어 극동방송이 심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 5항은 “방송은 성별·연령·직업·종교·신념·계층·지역·인종 등을 이유로 방송편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아니된다. 다만 종교의 선교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다.

김 PD는 “이번 방송은 선교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소영 위원은 “이날 방송에 종교적 내용만 있었나.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만 차별하면 안 되는 법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상로 위원은 김용환 PD와 맥을 같이하는 발언을 했다. 이 위원은 “학교 선생님이 ‘동성애는 위험하다. 동성애의 에이즈 감염 확률이 높다’고 말하면 손해배상에 처해질 수 있다”면서 “미국과 캐나다는 성전환을 반대하는 부모에게 양육권을 뺏었다. 미국의 60대 엄마는 동성애 아들의 대리모가 되어 손자를 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로 위원은 “OECD 국가들이 차별금지법을 도입했다고 우리도 해야 하는가”라면서 “OECD 국가 기독교인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기독교 방송에서 코란을 소개하지 않으면 객관성 조항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극동방송에 제재가 내려지면 기독교계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김 PD 발언에 대해 “동의한다. 만약 방통심의위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밝혔다.

육진경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대표의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학생이) 갑자기 ‘선생님. 나 여잔데 남자로 바꾸고 싶어요’라고 하면 존중해줘야 한다. 선생님이 실수로 (성별을) 잘못 부르면 처벌받는다”는 발언은 사실관계를 확대해석한 것이다.

육 대표의 주장처럼 미국 버지니아주 교사 피터 블라밍은 성소수자 학생에게 ‘남성 대명사’를 사용하지 않아 2018년 해고됐다. 하지만 학생은 ‘갑자기 여자인데 남자로 바꾸고 싶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트랜스젠더였다. 학생과 어머니는 피터 블라밍에게 수차례 “남성 대명사를 사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블라밍은 종교적인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또한 블라밍은 ‘트렌스젠더 학생에게 남성 대명사를 써라’는 학교의 거듭되는 지적을 따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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