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월드스타라고 부르는 것이 아직까지 민망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비를 월드스타라고 말하고 싶다. 아시아라는 큰 지역에서 최고 스타의 대우를 받고 있는 만큼 이 정도만 돼도 월드스타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월드스타라고 말하기 애매한 것은 우리가 무의식중에 문화선진국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에서 스타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스타가 되어야 월드스타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전제도 조금 우습긴 하다.

그러나 이 전제를 두고 보면 '비'는 아직 월드스타는 아니다. 미국에서 활동을 했고 나름의 좋은 성과를 얻었으나 스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비가 '미국'에서 스타 대접을 받는다면 확실히 '월드스타'라고 불러도 좋을 상황이 올 것이다. 그리고 군입대를 통해 그런 상황이 올 개연성이 높아졌다. 왜냐하면 비가 군대에 가는 것과 미국에서 스타가 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 배우 겸 가수 비(본명 정지훈ㆍ28)가 도쿄 오다이바의 제프도쿄에서 열린 일본투어 'RAIN LOVES ZEPP TOUR'의 첫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 2010.6.24 << J.TUNE/Rise Communication 제공 >>

1. 자유로운 활동

미국에서 비가 가수로 성공할 확률은 무척 낮은 것이 사실이다. 동양인 남자가, 그것도 외국인이 팝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경천동지할 일이다. 결국 비가 스타가 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식은 '선배우 후가수' 방식이다. 이것은 비가 아시아를 사로잡았던 당시 활용했던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는 '풀하우스'를 통해서 인기를 얻고 가수활동으로 인기를 극대화시켰다. 현재 한류스타들도 이 같은 방식을 많이 따른 것이 사실이다.

비의 경우 '닌자어쌔신'을 통해 헐리우드에 안착하긴 했다. MTV에서 상도 받았기 때문에 그가 영화배우로서 써먹을 데가 분명히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의 아시아권 팬층을 생각하면 헐리우드 측에서도 그를 캐스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헐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 굉장히 오랜 제작기간을 들인다는 데 있다. 프리프로덕션부터 촬영, 후반작업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그 중 약 2년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영화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비가 군대를 다녀오면 이런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고, 그의 영화배우로서의 활동은 더욱 원활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리차드기어가 한국에 와서 비에게 대형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결국 긴 제작 기간 중 앞의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비가 군대에 있는 동안 보내고, 비가 전역하면 본격적으로 같이 작업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가능하다.


2. 강한 남자

미국도 확실히 변하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 '남자스타'라고 하면 어느 정도 '마초'적이어야 했다. 약하고 여성스러운 남자들이 인기가 있긴 힘들었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이런 캐릭터들에 이야기를 붙이고 동감을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사랑받은 스타들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강한 남성에 대한 선호도는 강했다. 그런데 이제는 '강한 남자'에 대한 선호도가 조금씩은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로 저스틴비버가 있다. 물론 아직도 저스틴비버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욕하는 남자들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여성들의 남성관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남자는 남성성의 기본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계속 선호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만약 비가 군대를 다녀왔다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강한 남자라는 인식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야 모두다 군대를 가니 군대 다녀왔다고 해서 특별히 대단한 것으로 보진 않지만 외국인들의 인식은 다르다. 군대를 다녀왔다고 하면 바로 이소룡 얘기 나오고 기관총 얘기 나오고 그러면서 'STRONG~~'이라고 말하는 분위기다.

강한 남성성에 대한 선호는 동양인 남자가 서양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큰 이유이기도 했다. 동양 남자는 상대적으로 외소하고 상대적으로 어리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왔다고 하면 이미지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비가 주로 찍게 될 액션영화에서는 이것이 큰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진짜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총'쏘는 게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배우들의 총 쏘는 모습 자체가 다르다는 평이 있고, 그것이 군대를 다녀와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

미국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남성성이라고 한다면 비의 군 입대는 확실한 장점이 된다.


3.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에 대한 존경

미국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다. 미국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을 존경해야 한다는 강한 사회적 의식이 존재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매우 높게 여기는 것이다. 만약 비가 미국과 우방인 한국사람이고 그가 군대에 다녀왔다고 한다면 미국인들은 '비'에게 강한 존경심을 가질 것이다. 사회적으로 무의식에 뿌리박힌 인식체계가 그러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느끼게 되어 있다.

비가 군복무 중에 '미군'과 같이 작업하는 일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그의 군입대로 얻어질 미국 활동의 장점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 때 터키에게 수많은 환영과 박수를 보낸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만약 이런 호의가 무의식적으로 존재한다면 그가 하는 활동은 더욱 수월해질 것이 분명하다.


4. 단단한 지지기반

비가 군대까지 다녀온다면, 대한민국에서 그가 갖는 지지기반은 매우 단단해질 것이다. 말 그대로 '비난'할 게 없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법적으로 문제없는 것으로 나타났고(아직 정리 안 된 것도 있긴 하지만), 그 부분들을 제외하면 딱히 문제를 일으킨 것이 없으므로 국내 기반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아시아권의 기반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전통적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유교적 가치에 따라 가족과 나라에 충성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비가 군대에 다녀온다면 이 또한 아시아권의 팬층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더욱 단단하게 할 것이다.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배우 활동인데, 결국 배우활동의 기반은 그의 연기력도 아니고 그의 미국에서의 인기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기반은 홈그라운드인 한국과 아시아권에서의 인기다. 왜냐하면 그의 인기가 공고해야 만든 영화를 아시아권에서 흥행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헐리우드에서 비를 고용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권의 탄탄한 기반이 그의 가장 큰 힘이자 성공의 뿌리이고, 군입대는 이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해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비'의 군입대는 현재 비에게 좋은 이슈임에 틀림없다. 군대를 감으로 인해서 그의 활동은 더욱 날개를 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가 무사히 전역하고 나온다면 이후에는 진정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월드스타 '비'를 보게 될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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