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더 나쁠까?
요즘 드라마는 악녀 타이틀전을 연상시킨다. 좀 유식하게 '팜므파탈'로 표현되는 그녀들은 유사 유괴행위, 계층갈등 등을 무기로 서로 '나쁜 *'이 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MBC <천하일색 박정금>의 첩출신 안방마님 '사여사' 이혜숙은 의붓 손자 실종사건에 핵심 키를 쥐고 있다. SBS <행복합니다>의 재벌 사모님 '이세영' 이휘향과 KBS 2TV <엄마가 뿔났다>의 속물 교양녀 '고은아' 장미희는 편견에 사로잡힌 유한마담이다. MBC <그래도 좋아>의 '명지' 고은미는 그 죄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3편의 주말 드라마는 지난 2월 초 봄 개편에 맞춰 각 방송사에서 의욕적으로 시작한 작품들이다. 우선 각광을 받은 쪽은 KBS <엄마가 뿔났다>. 지난 2월 2일 첫 방송된 후, 지난 9일 MBC <천하일색 박정금>과 SBS <행복합니다>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판세는 '박빙'으로 돌아섰다. 그 주역은 주연의 호연과 더불어 이들 조연의 극악스러움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초지일관 '나쁜 짓'을 일삼는다. 주변의 눈치쯤엔 미동도 하지 않고, 비난쯤은 웃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이들의 악행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모두 자식 탓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사후 지옥행'은 불사할 태세다. 사여자나 이세영·고은아의 기행은 자식의 삶을 보위하려는 열정이 담겨있다. 손가락질은 하지만, 그녀들의 행동을 눈여겨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를 응원하라도 하듯 한 여성 사이트는 '여성이 알아야 할-신악녀 10계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말 속에는 △동료들에게 사랑받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싸움닭이 되어라 △부탁하지 말고 요구하라 △자책하지 말라 등 드라마 속 그녀들과 닮은 꼴의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그녀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의 행동엔 승자독식이라는 독이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나쁜 여자들의 도전이 남성권력이 주도해오던 승자독식에 대한 반기로 머무르고, 남자들의 방식을 따르는 방식으로만 나간다면 그 역시 퇴보일 수밖에 없다.
"아줌마들!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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