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적응능력을 보인 사람을 단기간 방송가 생활을 쉰 이가 따라가기에는 역시나 무리가 있었나보다. 해피투게더 'MC꿈나무 특집'에는 특이한 조합의 꿈나무들이 나와 잔재미를 줬다. 그 가운데 '고영욱'은 갓 제대한 '붐'의 능력치를 훨씬 넘어서는 유머를 안정적으로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고영욱의 웃음 포인트는 한결 같이 정해져 있는 패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가 개그맨 이상의 재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바꾸지 못하는 진실일 것이다. 가수 출신 예능인, 그래서 그를 부를 수 있는 단어는 '가개맨'이다. 그런데 약간은 비슷한 처지의 '붐'과 그가 비교되는 웃음을 준 것은 상대적으로 그의 우수성을 보여준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했다.

기실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코미디에는 한계가 있다. 현실에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와 그것들을 조합해 내어 순간적으로 상황에 맞게 치고 들어가는 정도의 능력이다. 때문에 그에게서 꾸준한 창작 코미디를 기대할 수는 없다.

고영욱이 가진 예능 인자를 나열해 보면 '성대모사 능력'과 '춤이 가미된 슬랩스틱', 그리고 자신이 룰라로 활동하면서 겪은 이야기 정도다. 그 경험은 요즘 들어 무척이나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비록 개그맨의 충실한 코미디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는 적어도 상황에 맞는 애드리브를 치며 웃길 줄 아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열식 토크와 빤히 보이는 리액션의 '붐'을 훨씬 넘어서는 모습이다.

따지고 보면 고영욱의 웃음은 간단하다. 비슷한 톤이지만 '한석규'와 '이현우' 성대모사를 나름대로 명확히 구분해 내며 웃음을 준다. '촤~~~하하'라며 웃으며 이 성대모사가 이현우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며, 입을 오므리고 '온 힘을 예능에 쏟는 거죠' 라며 그 목소리가 한석규임을 보여준다.

살아온 모든 행적들 또한 그의 무기가 된다. 일반인 여성을 사귄 것부터, 연예인을 사귄 것까지 그 모든 사생활 이야기도 그에게는 무기다. 그렇다고 타 연예인들처럼 지저분하게 상대방이 터부시하는 과거를 까발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고영욱의 자폭 개그이다. 그저 일부분의 기억을 쓴다고 해도 사귀었던 여성들의 여성상 정도만 가져다 쓰는 것이니 그를 비판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의 생활은 온통 웃음거리 천지다. 그의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룰라 출신 인물들이 모두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도 웃음의 소재로 살아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상민'과 '김지현'이 밑밥이 되는 현상이다. 이상민은 이혼과 각종 사건으로 얼룩진 생활 그리고 멈추지 않는 기이한 생활을 보여주며 웃음의 소재가 되어준다. 김지현도 이상민과 같이 전용 웃음소재다. 그녀가 고영욱에게 울분의 한마디로 내뱉은 "너 양아~치~~니'. 이 말은 두고두고 고영욱의 웃음 소재로 활용되고 있고, 오래 써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옛 기억은 그에게 훌륭한 웃음 소재다. 그 기억에서 못된 매니저의 역할도 압도적이었다. 예전 타 프로그램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그는 그 매니저에게 여러 번 구타를 당했고, 신정환도 같은 처지였었다고 한다. 그 못된 매니저의 행동은 이번에도 큰 웃음을 줬다.

한 번은 팬사인회에서 평소 자신을 다루는 버릇이 폭발하여 매니저가 자신과 팬을 묶어서 비하하는 일이 생겼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급하게 사인회를 진행해야 하는데 팬이 급요청하여 고영욱이 팔에 사인을 해 주고 있는데, 그 매니저가 하는 말 "주접떨고 있네" 라고 하여 난감했던 기억을 얘기했고, <해피투게더> 게스트로 나온 인물들과 MC진들은 모두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한 번으로 끝낼 고영욱이 아니었다. 곱씹어 웃음을 준다고, 그는 박명수와 유재석이 티격태격 장난으로 말다툼하는 찰나 다시 끼어들어 '주접떨고 있네'라고 해 또 한 번 큰 웃음을 준다.

유치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워할 수 없는 것이 그의 모습이다. 오기였다고 밝히긴 했지만, 그는 모델 '장윤주'에게 꽤나 오랜 시간 꾸준히 대시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관심. 그런 장윤주가 물을 맞는 장면에서 제작진이 쏘는 물총을 달라고 하며 복수하는 모습은 깨알 같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해피투게더 - MC 꿈나무 특집>에서 고영욱은 생각지 못한 개그로 또 한 번 웃음을 줬다. 주변인들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그는 작은 것도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상민은 지금 무엇을 하고 지내냐?라는 MC의 질문에, 고영욱은 너무나도 친절하게 가게 상호와 위치를 지도기능 이상으로 설명해 웃음을 줬고, 그 모습을 지적하자 급히 이자카야라고 둘러대는 모습에서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김지현의 근황에서는 아예 분위기를 들었다놓는 실력을 보여준다. 김지현은 어떻게 지내느냐는 말에 "얼마 전까지 퓨전 바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늙고 있다'"라는 생각지 못한 말로 깜짝 웃음을 줬다.

이 조차도 다시 한 번 활용한다. 장윤주가 자신이 계속 따라다녔다고 폭로하자, 앙갚음으로 "이분도 늙고 계신 것 같다. 예전보다 자글자글 해진 것 같다"라며 복수한다. 고영욱이 보여준 찌질하면서도 적재적소 들어맞는 폭로형 개그와 앙갚음형 복수 개그는 '붐'의 단순한 군대 개그를 상당 부분 앞서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중문화. 그 곳을 말한다.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